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2015 독서목록 88/139 (2015.10.15)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 제이슨 머코스키/흐름출판

나에게는 약간의 얼리 어탭터 기질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리 어댑터의 기질이 아니라, 새로운 전자기기에 대한 소비욕과 소유욕이 강한 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그래서 처음 아이패드가 출시되었을 때부터 태블릿 PC를 사용하고 그 이후 생활과 업무의 많은 부분에 태블릿 PC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독서는 e-book으로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내가 독서를 e-book으로 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까?

아마도 새로운 전자기기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제법 많을 것 같다. 아마존에서 ‘킨들’을 개발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개발자 제이슨 머코스키의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독서란 무엇인지에서 부터, 미래의 독서가 어떻게 변화해 갈지에 대해서 폭넓게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처음 볼 때는 킨들예찬으로 가득차 있을 것 같은데, 독서라는 주제에 꽤나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저자인 제이슨 머코스키가 책과 독서에 내공이 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세상은 변화하고, 기술은 진보할 것이고, 더 쉽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도구들은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 자체도 사랑하지만 책 안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을 더 사랑하는 것이므로, 변하지 않는 것을 잘 따라가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들이 오겠지. 비록 그 날이 오늘은 아닐지라도.

한줄요약 : “앞으로 독서는 e-book과 e-reader로 하게 될껄?”

★★★★☆


점토판은 최소한 흙으로 돌아가는 품위를 지킬 수 있지만 전자책은 한숨 소리조차 내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아직도 중동 지역에서는 고고학자들이 옛날 서가와 궁궐을 발굴하고 그 안에서 점토판과 양피지를 찾아내고 있다. 그러나 몇 천 년 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애플 센터에서 삽으로 서버를 발굴해서 다시 작동시키고 그곳에 저장되어 있던 전자책을 복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책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내구성은 강하지만 불편했던 점토판은, 손상되기 쉽지만 편리한 하드드라이브로 대체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글은 예전보다 훨씬 더 넓게 보급되었지만 수명은 훨씬 더 짧아졌다. 새로운 하드디스크와 컴퓨터로 계속해서 백업하지 않으면 책은 햄스터나 게르빌루스 쥐보다 더 수명이 짧다. 말하자면 우리 문화는 단명短命의 언저리에서 춤추는 위태로운 문화다. p.47,48

하드디스크의 수명이 대략 3년이라니, 영구히 저장할 것 같은 기계인 줄 알았는데

하나는 사회적인 지위다. 독서는 이전 세대의 엘리트를 모방하는 방법이다. 평민이 아닌 사회 엘리트 계층은 책을 읽었고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들을 모방하기 원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매모호성이 내재함에도 불구하고 독서는 매력이 있다. 독서는 지금도 정보를 흡수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독서는 시간 효율적이고 대화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다. 독서는 혼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롭다. 대화를 하거나 TV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사운드트랙이나 음향 효과가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거나 집중력을 분산하는 것과는 다른다. p.133,134

나도 독서하는 이유와 매력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일단 읽기만 하자.

책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책이 없다면 인간은 값비싼 시계를 차고 브랜드 선글라스를 낀 원숭이보다 나을 게 없을 것이다. 책, 언어,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고등한 존재로 격상될 수 있다. 책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지향점을 갈망하게 한다. 책은 우리가 위대함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 준다. 책은 도덕적인 안내자가 되어주고, 친구들과 가족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연결시켜준다. 당신에게도 비록 낡고 닳아빠지고 귀퉁이가 접히고 밑줄이 여기저기 그어져 있지만,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거의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몇 권의 책이 있을 것이다. p.137

책에 대한 너무나도 귀한 이야기다.

16세기의 부유한 독자들은 도덕적인 견지에서 종이책 읽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종이책은 필경사들이 손으로 직접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성이 부족하고, 필경사가 한 자씩 쓸 때마다 글씨가 달라지는 자연스러움에 비해 종이책은 너무 기계적이라고 생각하고 멸시했다. 그들은 종이책의 규칙성과 정확성을 좋아하지 않았고 진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종이책은 손으로 직접 쓴 책보다 가격이 쌌지만 사람들이 경시했기 때문에 인쇄업자들은 일부러 글자체에 결함을 만들어서 책을 더 불규칙하고 불완전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p.231

이런, 지금 우리도 이런 어리석음에 한창 빠져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이슨 머코스키 Jason Merkoski

아마존Amazon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의 개발책임자이자 아마존 최초의 기술전도사technology evangelist였다. 또한 오늘날 전자책에 사용되는 여러 기술을 고안해낸 엔지니어다.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면서 킨들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랩126과 함께 킨들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했다. MIT에서 물리학과 이론수학을 공부했고 모토로라에서 최초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약 20년 동안 텔레커뮤니케이션과 e-커머스 분야에서 미국의 유명 온라인 판매업체들과 일했다. 디지털 기술의 개척자로서 이미 1990년대에 최초의 온라인 전자책을 집필하고 출판했다. 난해한 수학책부터 1930년대 SF소설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을 게걸스럽게 읽는 책벌레이며 킨들, 누크, 아이패드, 낡은 잡지 등 모든 형태의 책을 사랑한다. 시애틀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일하는 미래 혁신가이지만 서핑, 요가, 명상, 오지 탐험,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이기도 하다. 현재 ‘리딩 2.0Reading 2.0’의 여러 특성을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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