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거나 살아남거나

2015 독서목록 99/139 (2015.11.21)

[미치거나 살아남거나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직장인 응급처치법] — 마르틴 베를레/라이프맵

요즘은 일자리의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최근 회사에서 대학생 인턴 사원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 정말 좋은 조건을 갖춘 그들이 겪는 취업난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힘겨워 보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벌써 몇 년채 신규채용을 하고 있지 않은데, 어디 다른 회사에는 일자리가 있기는 할까? 그렇다고 그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마르틴 베를레는 [미치거나 살아남거나]를 통해 현대의 직장인들이 어떤 종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전작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와 같은 맥락에서 직장은 정신병원이고 경영진은 정신병원원장이다. 내용을 보면 풍자로 가득한 것 같지만, 실제 독자들이 겪은 사례들이라고 하니, 직장에서 일어나는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우니라라 만이 아니라 저 멀리 독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할지, 슬퍼해야 할 지 혼돈스럽기만 하다.

직원을 비용과 숫자로만 생각하게 되는 현대 기업의 풍토가 나중에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무섭기만 하다. 줄어드는 일자리, 늘어나는 계약직, 얇아지는 복지정책, 이런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강자는 늘 약자를 지배하고 착취했기에 강자였던 논리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을 본인이 약자임에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회사가 정규직을 해고하기도 더 수월해지고 계약직을 고용하는 것이 더 쉬워질텐데 말이다.

한줄요약 : “회사에서 이런 일도?”

★★★☆☆


기업의 직원채용에서 별자리점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암담했던 중세의 일만이 아니다. 표준 인사가 표준 문제들을 양산하는 지금의 채용 시장에서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

“ 위험이 있는 곳엔 구원도 자란다” 고 독일시인 휠덜린은 말했다. 그리고 그 구원에겐 디르크 슈네만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자동차 페인트 공이었던 그는 채용시장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고객 명단을 보면 다임러, 크라프트푸드, 티센크루트, TUV(독일의 차량, 기계 정기검사협회) 등 유수의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슈네만이 인사자문으로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방법은 특이하다. 인상학, 골상학이 바로 그의 필살기이다. 구직자를 첫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서류나 말로 그가 숨기려 하는 것들이 두개골 형태에 모두 다 드러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그냥 머리만 보면 된다.

경제심리학 교수 우베 페터 카닝은 국제적인 대기업에서 뜻밖의 슈네만을 만났던 경험담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인력채용에 도움을 달라는 인사부장의 초대를 받고 그 회사에 간 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런 기업이 인상학자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그 자리는 해당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앉아 있어야 할 곳이었다…… 인사란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핵심 자질이니까 말이다.” p.122,123

예전 삼성그룹에서 입사면접을 보면 관상을 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제빵사가 조리법을 제대로 몰라 빵을 몽땅 태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빵집 주인이 그를 내쫓을 것이다.

경 영자가 엉터리 전략을 세워 돈만 날리고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아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경영자는 여전히 경영자이다. 더구나 그는 혼자가 아니다. 능력 없는 경영자가 친 사고를 수습하여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세운다고 우기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제부문이 따로 있다. 바로 기업컨설턴트이다. p.157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공감이 가기도 한다.


마르틴 베를레

수다한 직장인들의 코칭경험으로 상사와 사원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을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파악하고 있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저널리스트로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독일의 저명한 신문방송아카데미에서 르포르타주 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대기업 간부로 여러 부서를 이끌기도 했으며, 함부르크에 거주하며 의사소통 트레이너로서 세계적인 기업과 그들의 사원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연봉협상의 기술』, 『직장인 심리학 : 자유롭고 평등하게 직장생활 잘하는 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