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채

2017 독서목록 48,49/100 (2017.8.21)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5 min readJan 21, 2018

--

[성채] — A. J. 크로닌

너무도 맞는 말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잔소리로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라고 충고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아마도 자녀를 키우시는 분들은 크게 공감할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이를 앉혀놓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고 이야기하고, 자녀가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정말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자녀가 어느 순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스스로 각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런 것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누구나 다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 것들 말입니다. 올바로 살아야 한다. 남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누군가 나에게 충고한다고 이야기해주면 오히려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지나 잘하지?

크로닌의 [성채]는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1900년대 초반 정도의 영국을 배경으로 신임 의사인 주인공 맨슨은 어려움 끝에 성공정인 의사의 길로 이르고 결국은 런던 중심의 잘 나가가는 개업의로 성공에 이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부인과 거리가 멀어지고 본인은 점점 속물로 변해가다가 결국 환멸을 느끼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부인의 품으로 돌아온 순간 부인이 사망을 하게 됩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참 평범한 권선징악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소설을 읽고서 느껴지는 감성을 매우 강렬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읽는 내내 온몸에 소름이 돋고, 사무치게 공감되는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지금부터 거의 100여년 가까운 사회상을 그리고 있는데도, 지금의 모습과 어찌 그리 똑같은지요. 이 책을 읽고서 크게 각성하게 됩니다. “정말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가야 겠구나.” 그리고는 옆자리에 잠자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 동안의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슴속에 휘몰아쳐 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아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영문을 모르는 아내가 왜 이러느냐고 어리둥절해 합니다.

문학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우리를 각성하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뻔한 세상의 이치이고,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당연한 삶의 진리이지만, 그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고, 가슴으로 담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장소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이겨내고 넘어서야 할 것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백여년전의 저 멀리 영국에서 소설을 써내려간 크로닌이 가졌던 삶의 가치가 지금 저에게 크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줄요약 : “인생이란…”
★★★★★

앤드루는 분노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집을 나섰다. 그녀의 조롱이 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까짓 얼마 안 되는 돈이 아니라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모르는 것까? 게다가 그가 대단히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타고난 천성, 그러니까 북부 출신 특유의 단호함 때문에 누가 자신을 바로로 만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p.42

원칙… 매우 중요하지

A. J. 크로닌 Archibald Joseph Cronin

1896년 스코틀랜드의 덤바튼셔에서 태어나 1981년 세상을 떠난,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사실주의를 출발점으로 삼되 낭만주의의 시점에 서서 사회비평적 시각으로 세상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소설은 독자의 켜가 두꺼운 것으로 유명하다. 독자의 켜가 두껍다는 것은, 그의 소설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누리게 해 준다는 뜻일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이른바 3,40년대 작가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이 지금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 그의 작품 중에 영화화된 작품이 적지 않다는 점, 그리고 폭넓게 읽히고 있다는 점 등은 그의 소설이 읽는 재미와 씹는 맛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스코틀랜드 서남부의 항구 도시인 글래스고우 의과 대학을 졸업한 크로닌은 영국 해군의 군의관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했다. 그 후 1921년부터 약 3년 간 웨일즈에서 개업의로 지낸 그는 광산촌 광부들의 직업병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 그 연구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는 1926년에 런던에서 다시 병원을 개업했다. 그러나 그는 곧 병원 문을 닫았다.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였…으나 사실은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오던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가 쓴 첫 작품이 『모자 장수의 성 Hattder’s Castle』(1941년 영화화)이다. 이 작품이 성공하자 두 번째로 쓴, 웨일즈 광산촌 문제를 다룬 작품 『별들이 내려다본다 The Stars Look Down』(1939년 영화화)는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이어서 그는 경제적인 압박과 바람직한 의학적 처치 사이의 괴리를 그린 『성채 The Citadel』(1938년 영화화)를 썼고 여세를 몰아 희곡 『유피테르가 웃는다 Jupiter Laughs』를 펴냈다. 이 희곡은 1940년 런던과 뉴욕에서 상연되었다가 이듬 해 『빛나는 승리 Shinning Victory』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크로닌이 그 다음 해인 1941년에 쓴 작품이 바로 『모자 장수의 성』, 『성채』와 함께 그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 『천국의 열쇠 The Keys of the Kingdom』로서, 이 또한 194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배우 그레고리 펙이 주인공 프랜시스 치점 신부로 나오는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흑백 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크로닌의 작품에는 이 밖에도 스코틀랜드에서 자란 아일랜드 소년의 청춘을 그린 『풋내기 시절 Green Years』(1946년 영화화)과 그 속편 『샤논의 길 Shannon’s Way』과 의사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두 세계의 모험 Adventures in Two World』 등이 있다.

#크로닌#성채#권선징악#독서#독후감#책소개#좋은책#서평#책추천#책리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