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계급의 경제학

2016 독서목록 19/120 (2016.4.1)

[솔로계급의 경제학: 무자식자 전성시대의 새로운 균형을 위하여] — 우석훈/한울

시대마다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있다. 우리의 과거를 식민, 독립, 전쟁, 이념, 독재, 경제발전, 민주화로 되짚어 본다면, 우리의 오늘은 어떤 단어로 나타낼 수 있을까? 누군가는 OECD 선진국이라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헬조선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대가 지날수록 사회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나아져야 하며, 어떤 측면에서 나아져야 하는가?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사회라면 구성원 대부분이 만족하는 것이어야 할테고, 사람이 평등하지 않다고 규정된 사회라면 우월한 일부만이 좋아지는 상태라도 잘 받아들여질 것이다. 격동의 과거를 보내고 경제적으로 성장을 해온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 과연 내일에는 더 발전할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경제성장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년보다 올해의 경제성장률만을 사회의 발전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훌륭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음에도 그에 못지않게 부조리와 모순도 만들어 왔다. 여기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은 [솔로계급의 경제학]이라는 책으로 우리시대에 또다른 먹구름으로 몰려올 부조리와 모순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계급사회로 진입했다고 생각된다. 그로 인해 부의 편중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로 진입하고 있고, 그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충분한 수입을 창출하지 못해,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꿈조차 포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솔로계급이라는 형태로 억압받는 계급으로 새롭게 만들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 결혼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라는 우석훈의 지적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제 “아이 좀 낳으세요”가 왜 잘못된 해결책인지, 그리고 “결혼 좀 하세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어두워질지를 잘 알게 된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아니면 사회문제에 제발 좀 관심을 가져야 할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또는 이 책을 꼭 읽게 하기를 권한다.

한줄요약 : “느그 자식들만 잘 살면 다냐?”

★★★★★


토대base와 상부구조superstructure라는 용어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는 상당히 성공한 개념이다. 비주류 경제학 혹은 좌파 경제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사회과학이나 심지어 문화이론을 조금만 접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용어일 것이다. 우리말로는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라는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 용어는 토대와 상부구조이다.

토 대는 기초라는 의미이며, 사회과학에서는 경제를 의미한다. 경제를 어떤 의미로 이해하든 돈과 상품, 매매 혹은 투자와 같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부구조는 경제가 아닌 사회의 나머지 부분, 법이나 제도 혹은 종교와 문화 등을 한마디 용어에 다 때려 넣은 것이다.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정되 되면 두 용어의 사용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혔을 것이다. 좀 거칠게 이야기하면 돈을 버는 것에 관한 게 토대이고, 그 외의 나머지 돈을 쓰는 법에 관한 게 상부구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왜 쓰느냐 혹은 어떻게 쓰느냐, 여기에 대해서 아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소비는 경제적 합리성 외에도 문화나 ‘패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p.16,17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라는 것이 이런 뜻이었구나.

경제근본주의, 경제환원주의, 그 이름이 무엇이든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목격한 모든 나쁜 것에 이 이름을 붙인다. 민영화도 신자유주의 때문이고, 공공의료를 무너뜨리고 영리병원으로 전환하게 하는 의료관광에 대해서도 이 이름을 붙인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도 신자유주의 때문이고, 보육에 대한 적절한 복지체계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이유도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편리해서 좋기는 한데, 이렇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돌리는 것은 분석을 너무 엉성하게 만들고 대책을 너무 뭉뜽그려 만들게 하는 단점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반대말을 ‘복지’라고 바로 이해했다. 그러나 복지만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게 간단할리가 없지 않은가?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무든 경제학 문제는 “이게 다 신자유주의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맞든 틀리든 진단에서 대안까지의 일관성을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었다. p.30,31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다. 비난을 받아야 할 부분은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더 정확한 비난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를 안 낳아서 걱정이야”라고 할아버지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했던 말은 “결혼을 안 해서 걱정이야”라는 말로 바뀌는 것이 통계적으로는 타당하다. 가임여성 전체를 기준으로 총 출산 아이 수를 계산하는 출산율은 낮지만, 이것이 곧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 자체가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가임여성=결혼한 가임여성+결혼하지 않은 가임여성], 이 간단한 통계적 기준을 생각하면 노무현 시절부터 사회적으로 ‘아기 좀 낳으세요’라고 했던 이야기들은 좀 나사스럽기는 하지만 ‘결혼 좀 하세요’라고 바꾸는 게 옳았을 듯싶다. 만약 출산율이 그렇게 중요한 변수라면 말이다. p.33

저출산의 이전에 결혼의 문제가 있구나.

그 동안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000년대 들어와서 대법원이 전두환의 과외금지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후 공교육은 끊임없이 무너져 갔다. 외고와 과학고 도입 이후 자립형 사립고에 이르기까지 특목고가 대서 도입되면서 교육에서의 격차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심지어는 경쟁을 초등학생 단계로까지 내리는 국제중학교까지 도입되었다. 명분은 복잡하지만 그 실체는 일찍 경쟁을 시킬수록 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 아닌가? 아무리 학원 등 사교육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제 충분히 자란 고2~고3 시기의 경쟁보다는 중학교 수준에서의 경쟁이 부자들에게 유리하고, 그보다는 역시 초등학교 단계가 훨씬 더 확실하다는 것 아닌가? 가난한 집 학생들과의 경쟁을 피해서 외국으로 자식들을 보내던 부자들에게 좀 더 간편하고 확실한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는 것이 국제중학교의 진짜 취지가 아닌가? 한국 경제를 망친 가장 큰 주범을 하나 꼽으라면 전경련도 아니고, 삼성도 아니고, << 조선일보>>도 아닌 헌번재판소를 꼽겠다. 그들은 사교육이 어떤 식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만들어낼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p.47

그러게 정말 큰일이다. 다음 세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년 솔로 현상은 중산층 붕괴의 또 다른 양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 계급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지나치게 강성이라서 경제가 어려운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눈으로 보면, 한국은 계급투쟁의 시기도 거의 없었고, 당연히 계급투표 현상도 없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계급투표로 정의할 때, 한국에서는 그런 성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향에 투표하고 친구에게 투표하는, 아주 마음 따스하고 지독할 정도로 이타적인 사람이 많은 나라가 아닌가? 확실한 것은 지금 많은 정치인과 부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1987년 이후의 노동자 대약진이 한국에서 중산층 시대를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계급투표의 존재는 자본주의로서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냥 두면 부자들-유럽의 경우에는 귀족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져가서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의 안전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정책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노동조합이 강력해져서 사회주의로 전환한 나라는 20세기에도 없었다. 노동조합이 강해진 나라들에는 자연스럽게 사회민주주의, 줄여서 사민주의라고 부르는 경제적 흐름이 나타났고, 이 흐름이 요즘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내부에서 만들어낸 힘이 되지 않았나? p.135,136

적정한 선에서의 분배와 균형이 매우 중요한 데, 우리는 어느새 균형을 잃어버렸고, 분배의 문제는 점점 해결하기 어려운 형태로 가고 있는 중이다.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 이미 그들의 편일 뿐이고,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런 장치에 기대야 하는 사람마저도 이데올로기로만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애통할 노릇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지금 노동자를 사회의 적으로 보고, 이들이 더 가난해지고 불행해지는 것이 경제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한국의 노동조건이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갈 때 청년 솔로 현상은 해법이 없다. 한국은 현재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제만을 떼어놓고 보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눈에 보이지만, 그러한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릴 힘이나 계기가 없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경제학자 장하준의 주장이 의미가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이다. 결혼할 것인가 아니면 출산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개인 인생을 관통하는 총체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관통하는 가장 큰 사회적 여건은 역시 고용의 안정성 아니겠는가? 한국 경제는 노동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p.187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못된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시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한국은 낙수효과라고 부르는, 부자들이 돈을 벌면 결국 돈이 흘러서 가난한 사람에게 간다는 종교에 가까운 특별한 성장담론이 우세했다. 그렇지만 개인들은 점점 더 가난해졌다. 잠재성장률은 그 나라 경제의 모든 요소가 완전히 활용되는 경우세 달성할 수 있는 가상적 성장률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은 추세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청년 솔로 현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 결국 이 새로운 충격에 경제 시스템이 적응해나갈 것이다. 적응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p.238

부자가 돈을 벌면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 간다니, 정말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이 가야 돈을 쓰지, 부자가 돈을 벌면 그걸 쓰겠나? 당연히 불려서 더 큰 부자가 되지…..

자크 데리다Jacque Derrida가 해체라는 용어를 이야기했다. 데리다는 교수 임용 시험을 3번이나 떨어졌고, 데카르트 전공자이며 보수적 프랑스 철학의 적자인 장 뤽 마리옹Jean-Luc Marion에게 파리 10대학 임용에서 밀렸다. 그의 철학은 프랑스에서도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미국을 거쳐 다시 역수입되었다. 우리에게 해체라는 개념은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다. 데리다는 ‘만들다Construire’와 ‘파괴하다detruire’라는 두 가지 개념을 합쳐 해체deconstuir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너무나 견고하게 완성된 고전철학을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철학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해체의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들 위에 탈근대, 즉 포스트모던에 대한 후기구조주의의 철학이 얹힌다. p.298

완벽한 진리는 아니지만 완고하고 확고하게 굳어있는 기존의 벽을 부수지 않으면 현재의 상황에 맞는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없다. holy cow를 죽여라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우석훈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 그가 주로 활동하는 단체들을 살펴보면 그가 어떤 경향을 가진 사람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주로 환경과 경제 이 두가지 주제에 주목한 글을 저술해왔는데, ‘녹색평론’을 통하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생태계와 농촌을 파괴하는 노무현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 진다는 평소의 생각을 실천하여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을 선택. 어떤 정파나 집단의 이해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경제와 사회, 문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왕성한 글쓰기를 지속해 오고 있다.

우석훈은 생태경제학 전공이라는 특이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환경만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것들과 경제적인 이슈들을 결합시켜 주의를 환기시킨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에서는 미세먼지 등 대도시의 환경재난으로 인하여 기형아들이 탄생하고, 이는 단순한 대도시로서 당연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앞으로 5년간 벌어질 서울시의 33개 뉴타운과 지역균형 특수공사와 1000여개의 재개발 공사라는 명확하고 수치적인 경제적 현상들을 통하여 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음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결국 환경과 경제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의문과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작가이다. 일련의 환경 관련 저서들에서 그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환경 문제들이 미칠 영향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해보도록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 출판한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에서는 FTA라는 폭풍을 맞이할 한국인의 미래에 대한 경고와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의 사유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연민이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 등 젊은 세대가 마주친 당면한 불안한 삶과 빈곤의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강의하고 인터뷰하는 등 20대 당사자 운동의 방향과 연대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에서 지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과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 시절에 만들어낸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한동 총리 때의 「기후변화협약 2차 종합대책」이다. 이후 ‘명랑주의’를 삶의 신조로 택하고 나서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2012년 현재는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 자문을 맡고 있다. 늘 자신을 ‘C급 경제학자’라고 소개한다.

지은 책으로는『88만원 세대』외에도,『조직의 재발견』,『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생태요괴전』,『생태페다고지』,『디버블링』,『나와 너의 사회과학』,『문화로 먹고살기』,『1인분 인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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