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6 min readJan 14, 2017

2016 독서목록 81/120 (2016.12.3)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 임기상/인문서원

최근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서 설치한 소녀상을 두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타국의 외교공관 앞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외교적 실례라는 외무자 장관의 발언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법률적으로도 헌법에 있는 표현의 자유가 더 상위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단지 소녀상이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왜 우리는 일본과의 이같은 문제에 단호하게 한 목소리로 주장을 펼치지 못 할까요?

임기상의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우리 역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책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전후로 한 시기는 우리의 가장 어두운 역사입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역사인데도 많은 부분은 가리워져 있습니다. 가리워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적지 않은 부분은 왜곡되고 미화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그 어둠 속에서 기득권을 지켜가려는 세력의 그늘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임기상의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와 같은 책들은 많이 읽혀져야 합니다. 물론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니 다양한 시각에 대한 주장과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스스로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끄집어 내어 청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일본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외교 당국자들이 지금의 소녀상 문제로 혼란에 빠진 우리를 보며 얼마나 비웃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통일된 목소리로 우리에게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는 분열된 목소리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비웃음이 100년도 더 넘은 세월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우리가 반드시 적절한 사과를 받아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한줄요약 : “역사를 잊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책은 꼭 읽으세요.”

★★★★★

고마쓰는 24년 후에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지금으로 치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같은 연재물 성격의 글이다. 이 협상에서 이인직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적 사실에서 보면 일한 병합이라는 것은 결국 종주국이있던 중국으로부터 일전하여 일본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운을 뗀 이인직은 은밀하게 이완용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을 물었다. 그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데 따른 대가가 무엇이냐?’였다. 고마쓰는 “병합 후 조선의 원수(황제)는 일본 왕족의 대우를 받으며 언제나 그 위치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세비를 받는다. 내각의 여러 대신은 물론 다른 대관으로서 병합 실행에 기여하거나 혹은 이에 관계하지 않은 자까지도 비위의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자는 모두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영작을 수여받고 세습 재산도 받게 된다.”고 답했다.

귀가 솔깃해진 이인직은 “귀하께서 말씀하신 바가 일본 정부의 대체적인 방침이라고 한다면 대단히 관대한 조건이기 때문에 이완용 총리가 걱정하는 정도의 어려운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고 고마워했다. 나라를 팔아먹는 대가로 귀족의 작위와 은사금을 주겠다고 하자 “대단히 관대한 조건”이라며 희희낙낙하고 있는 것이다. p.23,24

혈의 누를 쓴 이인직, 이런 개자식이었구나.

다른 한편으로 총독부는 1927년에 도쿄제국대학 출신의 민속학자 무라야마 지준에게 조선의 제도, 사상, 생활상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무라야마는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이란 책을 출간했다. 좀 길지만 개요를 읽어 보자.

조선인은 ‘방종, 사치, 낭비, 사행’ 등의 성격을 가졌다. 근검 노력의 자세가 결여됐고 남에게 빌붙어 생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조선인은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즐기고 부화뇌동하는 기질이 있다. 자기 주의나 정견이 없이 감정에 격하는 악벽이 있다.

또한 모방성이 풍부해 구미사상 같은 것은 아무런 심사숙고도 없이 통째로 삼키듯 받아들인다. 조선인은 죽더라도 해내고 말겠다는 각오와 진지함이 모자란다. 쉽게 체념한다. 체념할 때도 결말을 제대로 내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고, 다시 일을 하면 그때 또 시작한다는 식이다. 조선 3,000년 역사를 보면 어느 시대나 대국만을 따르는 역사였다.

조선인은 무척 달변이지만 실내용이 없다. 조선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웅변을 토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과학적으로 조선을 논하는 인물을 본 적이 없다.

조선인은 정신 고통을 심하게 받으면 목을 매거나 물에 빠져 죽는다. 외국인이 들으면 거의 믿기 어려울 만큼 하찮은 불쾌감, 모욕적 언자, 가치 없는 사정 등으로 쉽게 자살을 택한다. 조선인은 사대에 익숙하다. 조선은 늘 동남의 일본, 서남의 지나, 서북의 야만인 등 세 방면에서 압박을 받아 진정한 독립을 이룰 수 없었다. 사대 자존은 조선반도 정치가의 부득이한 방책이었지만 꼭 자존심이 없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조선인은 매우 낙천적이다. 상,중,하류를 통틀어 만취해 쓰러질 때 보여주는 조신인의 근심 없고 낙천적인 모습은 일본에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조선인은 바야흐로 자포자기로 모든 일에서 노력과 향상심을 상실했다. 유일한 목표였던 독립도 진지하게 사고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일본에 저항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조선 하층 계급은 이자가 아무리 비싸도 빌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다. 오늘만 있고 내일을 모르는데 하물며 모레가 있을 수 있을까? 빌린 돈의 이자 따위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빌리기만 하면 그 뒤는 죽이든 밥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p.70,71

참 분통터지는 글이다. 어느 민족이건 그 민족이 경제저으로 부흥하지 못했을 때 외국인들이 표현한 글을 보면 한결같다. 영국도 그렇고 독일도 마찮가지다. 반드시 나라가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제정신을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이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놨다.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p.145

이런 개자식, 우리를 이렇게 만만히 보다니.

임기상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CBS(기독교방송)에 입사하여 보도국 사회부 기자를 시작으로 사회부장, 해설주간, 춘천 CBS 보도국장, 부산 CBS 보도국장 등을 거쳐 현재는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뒤틀리고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알고 또한 바로잡아야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CBS노컷뉴스」에 역사 칼럼 ‘임기상의 역사 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역사란 개개인의 삶이 단단히 응축된 집합체라고 생각하며, 우리 현대사에서 숨겨지거나 삭제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흔들리던 순간들을 발굴하여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쓴 책으로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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