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2

Yoon, Ky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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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Jan 15, 2017

2016 독서목록 82/120 (2016.12.5)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2: 구한말에서 베트남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 임기상/인문서원

우리의 현대사에서 가장 마음 아픈 부분 중 하나는 독립운동을 하며 목숨을 바꾼 이들의 자손은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고, 가장 어이없는 점은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이들의 자손들은부와 권력을 누리며 떵떵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역사를 가졌으니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면 나라를 위해서 자신을 걸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자식들을 위하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최근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승만, 맥아더, 박정희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대사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이없는 역사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승만, 맥아더, 박정희와 같은 사람들의 업적이 물론 훌륭한 부분이 있지만,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과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일부 사람에게는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어이없는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임기상의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꼭 읽어봐야 할 역사입니다. 우리나라가 독립이 된 시점에 남한에 들어온 독립운동가들은 김구 선생처럼 대부분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반공에 앞장섰던 친일파와 그들을 사주하여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제거한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야욕 때문입니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덕분에 한국전쟁에서 패배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그의 작전에는 잘못되고 우리에게 치명적인 부분들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들, 특히 경찰과 군에서 활개친 친일파들 덕분에 우리는 공산화를 막을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잃을 것도 대단히 많습니다.

최근 대통령 탄핵의 정국에서 아직도 좌빨이나 빨갱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라고 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니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제 세계는 이념 대립의 시대를 끝냈습니다. 이제는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빈부격차의 문제가 더 심각하지요. 사실 좌우대립으로 걱정해야 하는 국민보다, 본인의 노후문제나 고용의 안정화 문제, 그리고 젊은이들의 취업문제나 자녀의 교육문제가 더 걱정인 사람들이 대다수인게 아닌가요? 그 문제에서 초월한 일부 기득권층이 아직도 빨갱이를 처단해야 한다고 부르짖는게 아닌가 합니다. 지난 50여년 전부터 그래왔듯이요. 그리고 무지몽매한 이들이 자신이 누구를 위하는지도 모르고 흘러가고 있는거겠지요.

한줄요약 : “우리의 시대에 걷어내야 할 구시대의 어둠들, 알아야 합니다.”

★★★★☆

노덕술이 체포되자 전 국민이 환호했다. 여전히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친일경찰은 국민들의 공공의 적 1호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구폭동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던 민중 봉기의 요구사항에 꼭 빠지지 않았던 것이 ‘친일경찰 처잔’이었을까? 국민들은 친일경찰의 원조인 노덕술 체포를 시작으로 모든 친일경찰에 대한 단죄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이승만 대통령과 친일경찰들이 아니었다. 노덕술이 체포되자 나흘 후에 이승만은 ‘정부가 보증’을 서서라도 노덕술을 석방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2월 11일에는 노덕술을 체포한 반민특위 관계자를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시달했다. 반민특위 특별조사위원이었던 김태호의 회고를 들어보자.

어느 날 이승만 대통령 관저에 초청을 받아갔더니 반민자 처단에 관한 얘기 끝에 뜻밖에 “노덕술을 내놔주시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는 경찰의 기술자이니 그가 없으면 치안에 지장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우리 특별조사위원 간부들이 “그건 안 될 말씀이십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 어른께서는 굳이 놓아주라고 강권을 했다. 그러자 한 간부가 “그러면 각하, 노를 놔달라는 청원이라도 국회에 내보내십시오. 그럼 국회의 결의에 따라 그렇게 될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니겠습니까?”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대통령이 노발대발 하시며, “그래? 그럼 난 나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십디다. p.131

당시 이승만이 권력의 야욕을 위해서 그렇게 했고, 주변의 친일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에 와서 광분하고 있는 노인네들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자신들의 위치가 결국 친일기득권 세력에게 한발한발 좁아지는 것도 모르고 그저 거짓된 정보에 현혹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정보를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필요하다.

당연히 이명세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종교 부문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인물에 대해 아무리 자기 할아버지라고 해도 “유학의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는 손녀 이인호 KBS 이사장의 역사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인호는 한 컬럼에서 “두 세대쯤 앞에 태어나 지금까지 정도의 ‘출세’를 하며 살아왔다면 지금쯤 아마 나도 친일인사 명단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솔직히 기술했다. 조부의 역사 인식이 DNA를 타고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일제 시대에 중산층 이상은 다 친일파”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미안한 얘기지만 일제 시대 항일 독립투사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 집안의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이었다. 하층 민중들은 먹고 사느라 친일이니 독립운동에 뛰어들 여유가 없었다. p.156,157

우리나라의 친일의 뿌리는 정말 깊구나. 아직도 그 망령이 우리 앞에서 발광한다.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군과 만주군 부대는 이른바 ‘토벌작전’을 벌이면서 다양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그런 경험이 해방 후 한국에서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을 저지른 국군 11사단의 작전 명령을 보자.

작전 지역 안에 있는 사람은 전원 총살하라.

가옥은 전부 소각하라.

식량은 안전 지역으로 운반하여 확보하라.

이것은 일본군이 중국 대륙에서 벌인 삼광(三光) 작전과 흡사하다. 이 작전은 모두 쏘아 죽이고, 다 태워 죽이고, 다 굶겨 죽인다는 뜻이다.

도쿄전범재판이나 중국에서 열린 여러 재판에서 삼광작전을 비인간적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단죄했다. 이 사라진 비인간적인 작전이 부활해 신생 대한민국의 국군에 의해 대낮에 공공연하게 자행된 것이다. p.194,195

대한민국 군대의 무능이 아직도 군납 비리등으로 드러난다. 애석하다.

반면에 한반도에는 암울한 가난과 증오심만 자리 잡았다. 남북한 모두 3년의 전쟁 기간에 비로소 국가 형태를 갖추고 급격하게 병영국가로 자리 잡는다. 군대와 군사력을 과도하게 유지하느라 남북 모두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또, 양측의 군대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이에 반대파와 중간파를 모두 처단해 기형적인 정치 체제가 자리 잡는다. 북에서는 극좌, 그것도 김일성의 직계 빨치산 계열만 남기고 다른 정치 세력을 숙청해 세습의 토대를 쌓는다. 남쪽에는 좌파와 중간파가 사라지고 극우파만 남게 되고 팽창한 군사력을 토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다. p.277

남북한 모두 극단적이게 된 원인이 이것이구나.

임기상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CBS(기독교방송)에 입사하여 보도국 사회부 기자를 시작으로 사회부장, 해설주간, 춘천 CBS 보도국장, 부산 CBS 보도국장 등을 거쳐 현재는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뒤틀리고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알고 또한 바로잡아야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CBS노컷뉴스」에 역사 칼럼 ‘임기상의 역사 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역사란 개개인의 삶이 단단히 응축된 집합체라고 생각하며, 우리 현대사에서 숨겨지거나 삭제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흔들리던 순간들을 발굴하여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쓴 책으로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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