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문화 순례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5 min readSep 17, 2016

스페인 문화 순례 — 2016 독서목록 48/120 (2016.7.23)

[스페인 문화 순례: 세비야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 김창민/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내게 스페인은 매혹적이다. 아직도 mi corazón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인다. 내 젊은 시절 추억의 한 조각은 나를 스페인으로 손짓한다. 그녀는 스페인에서 살고 있을까? 아니면 한국의 어느 곳에 살고 있는데, 나와는 인연이 끊어졌기에 한번도 마주치치 않았을까? 나는 언제고 Camino de Santiago에 가고 싶다. 프랑스 남부에서 800km거리를 매일 20여km를 걸어서 한달여 남짓에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하는 순례길은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내면의 나를 만나는 코스를 잘 알려져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아마 Camino de Santiago에서 서면 진짜 내가 누구인지, 그때는 알 수 있을까?

김창민의 [스페인 문화 순례: 세비야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라는 책을 고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그저 산티아고 순례길을 중심으로 피상적인 관광정보 정도를 기대했는데, 의외의 얻은 것은 이 책에서 소개한 스페인 문화의 깊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스페인 관련 전공 교수들이고, 서울대학교 주관하여 스페인의 정치, 문화, 역사, 미술, 영화, 문학, 음악, 관광 등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한데 엮었다. 그래서 가벼운 스페인의 소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스페인의 문화 순례를 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스페인이 미국 못지 않은 다민족 국가로 인종의 용광로와 같은 역사를 지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 지금의 매혹적인 스페인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미국이 단순히 경제, 군사 대국을 넘어서 세계를 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수용의 결과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다양성에 관대했던가?

사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라 제주도의 올레길도 제대로 걷다보면 얼마든지 내면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아니, 제주도까지 가지 않더라도 집 근처에서 산책도 해도 만나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가보고 싶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인연이 끊어진 나의 추억을 되새겨보고픈 작은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한줄요약 : “다양성의 공존, 스페인”

★★★★☆

이 같은 스페인의 갑작스런 흥기는 외형적으로 볼 때 대체로 두 가지 요인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하나는 왕조 간 혼인계약에서 비롯된 이득으로서, 특히 합스부르크 가문과의 결혼동맹은 유럽 어떤 다른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영토와 막대한 영향력을 스페인에 안겨 주었다. 다른 하나는 콜럼버스와 정복자들이 주도한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정복이 스페인에 가져다준 엄청난 땅과 부다.

그러나 스페인의 ‘황금시대’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지나치게 급속하게 이루어진 성공은 그것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그러 인해 스페인은 17세기 들어 떠오늘 때만큼이나 급속하게 몰락했다. 스페인의 패권은 유럽의 전통적 강자 프랑스와 신흥 강국 네덜란드, 영국 등의 도전을 받게 되었고, 어떻게든 이런 도전을 이겨 내고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한 스페인의 지배자들의 고집스런 정책은 스페인을 끊임없이 파괴적인 전쟁으로 내몰고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가져다주어 결국 스페인 제국은 다시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P.28,29

급속한 성장 후에 그것을 견고하게 만드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도 [돈키호테]를 떠올리면 생각이 바뀐다. 서구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풍미하는 이 불후의 걸작 하나만 보아도 금방 스페인을 문학의 나라로 꼽는 데 흠잡을 기세가 꺾인다. 지난 2002년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와 북클럽스가 세계 50개 나라의 내로라하는 10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에게 설문한 결과 역사상 최고의 소설은 [돈키호테]가 꼽혔다. 절반이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돈키호테]는 소설에 맞는 문체를 완성한 최초의 위대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사실 [돈키호테]의 역사적 의미는 다대하다. 우선 서양 근대 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문명의 패러다임 이동을 증언하는 문학 작품이다. 기독교 중심적 서양 중세 사회가 신중심적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면 르네상스 근대 문명은 인간중심적인 인문주의 문화로 옮겨 가던 시대였다. [돈키호테]는 신에 대한 얘기나 신에 예속된 인간의 얘기가 아니라 세속화된 르네상스 시대 세상 한가운데 홀로 선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 등장한 작품인 것이다. 풍차에 맞서 정의를 지키려 싸우는 돈키호테는 세상에 맞서 꿈을 실현하려는 근대 사회 개인의 숙명적 실존을 상징해 준다.

동 시에 [돈키호테]는 구전 문화에서 문자 문화로의 시대 변동을 웅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책을 탐독하다 미친 돈키호테는 책이 소통의 중심이 된 인문주의 근대사회의 표상이다. 기독교 중심의 종교적 의사소통에서 문자보다 말에 의존했던 중세 시대와 대비되는 것이다. 주로 구전 소통에 의존하고 고작 소량의 필사본이 유통되던 중세 서양 문화는 양적으로 빈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468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발명 직후부터 서적 출판과 유통이 돈벌이 되는 새로운 사업 분야로 부각되면서 인쇄 기술은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서적이 대량 생산되고 유통되면서 유럽 사회는 소통 문화의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p.111,112

돈키호테는 꼭 읽어봐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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