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힘

2017 독서목록 65/100 (2017.11.22)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10 min readJun 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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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힘: 동아시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은 절대적 전략은 무엇인가? How Asia Works: Success and Failure in the World’s Most Dynamic Region] — 조 스테드웰/프롬북스

각 나라의 역사를 보면 왕조의 흥망성쇠의 패턴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일단 건국 초기 유능한 왕이 나타나고 국가가 부강해져 백성들의 삶이 윤택해 집니다. 그렇게 유능한 왕들이 연속적으로 나오면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뿔사, 무능한 왕이 나타납니다. 왕위는 세습되니 무능한 왕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 무능한 왕의 주변에는 간신배와 탐관오리들이 들끓습니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실행력까지 갖춘 그들에게 무능한 왕은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그 뛰어난 역량을 오로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간신배, 탐관오리들이 무능한 왕의 외척세력이 되면서, 다음 왕위도 무능한 이가 되도록 만들어 가면, 멸망의 수레바퀴는 멈출수가 없습니다. 이제 몇 대에 걸쳐 실질적인 권력은 간신배와 탐관오리들이 독점하게 되고, 국가의 부의 대부분이 그 간신배, 탐관오리들에게 집중됩니다. 당연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또 이럴 때 기근까지 겹치고 그럽니다. 그러다가 어디에서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고, 그는 수탈당하는 백성들의 지지를 하늘의 뜻으로 잘 포장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웁니다. 국가마다 다른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만, 크게 바라보면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런 역사의 패턴에서 어떤 시기를 보내고 있을까요?

조 스테드웰의 [아시아의 힘]은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우리는 정말 역동적이고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가진 근현대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다양함이 너무도 극명해서 현대사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이 책은 아시아 지역이 근현대에 들어와서 경제가 발전하게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경제발전에 실패한 동남아시아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의 동아시아의 차이점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핵심적인 역할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정치적 관점을 밝히자면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와 민주주의 탄압에 대해서는 극도로 거부감이 드는 입장입니다만, 그의 경제적 성취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밝힌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훌륭한 정책의 하나는 지주와 기업인들에 대한 탄압(?)입니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강제로 그들의 영향력을 제거하였습니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정부가 기존 지주와 기업인들에게 휘둘려 그들의 배만 불렸을 뿐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난하게 만든 반면, 박정희는 토지에 대한 규제와 기업들을 강제로 제조업에 집중하게 한 점이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도 끌어올린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부와 권력의 독점은 지극히 위험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권력을 독점하기란 쉽지 않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이고,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가면서 독재에 항거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단연코 민주주의가 잘 정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의 독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고 할 때의 자유와 경제에서 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할 때의 자유는 뜻이 사뭇 다릅니다. 앞에서의 자유는 개인의 인권이나 권리등을 이야기 할 때의 자유이지만, 뒤에서의 자유는 거대 자본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할 때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하지만 뒤의 자유를 크게 해주면, 결국 앞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제 생각엔 거대 자본들은 두가지 자유의 의미를 혼동시켜서 거대자본을 규제하는 것이 마치 개인이나 인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느끼게 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런 혼동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이 자본이 거의 없는 평범한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결국 거대자본의 방패역할을 하게끔 여러 보수단체들에 돈을 지원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은 깨어 있어야 합니다. 몇 년 전에 정문준의 막내아들이 미개한 국민의 미개한 국가라고 했던 말이 씁쓸하게 떠오릅니다.

한줄평 : “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 어떻게 성공했나”
★★★★★

1947년에 러치 장군이 사망한 후 미군정은 일본인 소유 토지에 대한 재분배에 나섰다. 개혁 대상은 경작지의 10%를 약간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기대감을 높였다. 1948년에 한국은 주권국이 됐으며, 이듬해에 새 국회는 지주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됐음에도 본격적인 토지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승만 대통령이 바랐던 것보다 훨씬 획기적이었다. 그래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에서 기각됐다.
이승만은 1949년 6월에 토지개혁법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토지에 상당한 기득권을 가진 입법부가 재분배 문제에 원칙 있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민주주의가 항상 개발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승만은 1950년 6월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일주일 전에 마침내 시작된 개혁 작업을 계속 머뭇거렸다. 북한은 침공을 시작한 후 남한의 대다수 지역에서 신속하게 농민위원회를 구성하고 100만여 가구에게 50만 헥타르가 넘는 땅을 무상으로 재분배했다. 1950년 말에 미국과 유엔 연합군이 남한을 수복한 후 공산당이 실행한 토지개혁은 불법으로 선언됐다. 이승만은 미국의 재촉으로 뒤늦게 남한의 자체 계획을 실행하는 일에 나섰다. 이 계획은 1952년 말에 완료됐다. p.71,72

모든 참여자가 ‘공승(win-win)’하는 자유시장 개념에 익숙한 현대 경제학의 관점에서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수출을 강제하는 정책은 범죄처럼 보일 수 있다. 부국의 국민들은 모든 부가 경쟁의 산물이라고 믿도록 교육받는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경제적 성공을 이룬 모든 사회가 형성기에 보호주의라는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이례적인 역외 금융 중심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자유교역정책을 통해 일류로 개발된 경제권은 없다.
16세기에 보호주의와 보조금을 산업화의 수단으로 개척한 것은 튜더 왕조의 영국이었다. 정부는 수출 중심 섬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출 양모와 수입 의류에 세금을 매겼다. 프랑스도 17세기에 비슷한 전략을 썼다. 독립국이 된 미국은 국부이자 초대 재무부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현금성 작물을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하기를 선호하는 남부 대농장주들의 반발에 맞서서 보호주의적 산업정책과 고관세를 추구했다. 실제로 경제사가인 폴 베어록은 미국을 ‘현대 보호주의의 모국이자 보루’로 칭했다. 18세기 프리드리히 대왕 시대의 프로이센과 뒤이은 통일 독일은 유럽에서 개입주의 산업정책을 다듬고 확대했다. 독일의 보호주의는 메이지 시대 일본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p.139,140

시장의 논리는 정말 냉정하다. 약할 때는 방어를 철저히 해야 하고, 강자는 약자를 철저하게 빼먹으려고 한다.

박정희는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일본식 구상을 갖고 있었다. 또한 박정희는 부상하는 국가의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한 아마추어 역사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독일의 개발 과정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으며, 2차대전 후 독일이 이룬 신속한 국가 주도 산업화를 면밀히 관찰했다. 쑨원, 터키의 게말 파샤(Kemal Pasha), 이집트의 압델 나세르(Abdel Nasser), 현대적인 대규모 산업을 육성하려는 그들의 노력도 상세히 알렸다. 권력을 잡은 지 9개월 후에 농촌 출신의 박정희는 [우리 민족의 나갈 길: 사회 재건의 이념]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박정희가 말한 ‘국가에 의한 막대한 경제력의 조정과 지도’를 위한 지침을 담았다. 이듬해에는 ‘라인 강의 기적’, ‘혁명의 다양한 형태’ 같은 장을 통해 경제적·개발적 관점에서 여러 역사적 혁명을 다룬 [국가와 혁명과 나]가 출간됐다(박정희는 언제나 자신이 일으킨 쿠테타를 혁명이라고 불렀다). 박정희 두 책에서 서울을 관통하는 강의 이름을 들어서 국민들에게 ‘한강의 기적’을 약속했다. p.156,157

그 시대에 박정희가 이룬 업적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충분히 인정하자.

한편 마하티르는 맥킨지의 경영 컨설턴트로서 미래학자이자 저술가인 오마에 겐이치라는 영향력 있는 친구를 새로 사귀었다. 오마에는 일본인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구식 통제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가적 정체성이 중요하지 않고, 관료체제는 배제되며, 열린 시장이 모두에게 승리를 안기는 세계화된 세상을 꿈꾸었다. 이 낙관적인 전망은 현재 토머스 프리드면(Thomas Friedman)이 2005년에 펴낸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와 연관된 시각을 일찍이 개념화한 것이었다. 마하티르는 일본을 부유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이 모방해야 했던 산업정책과 완전히 어긋나 있었음에도 오마에가 쓴 [국영 없는 세계]에 사로잡힌 나머지 모든 주위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지시했다. 이 시기에 통상산업부에서 최고 관료가 된 아스맛 카말루딘은 “그 책을 들고 다니면 안전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국경 없는 세계]의 급하고, 부실하며, 숨 가쁜 어조는 세계가 빈국의 개발에 우호적으로 바뀐다는 예측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음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저작을 대체하기에 좋은 책이 아니었다. 리스트가 권한 강경한 유치산업 보호책이 여전히 부상하는 국가가 기술의 사다리를 오르도록 해주는 유일하게 검증된 수단이었다. 반면 1990년대에 오마에와 마하티르는 쿠알라룸프르 주변에 미래주의적이며 폭넓은 조롱의 대상이 된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어(Multimedia Super Corridor)와 사이버자야(Cyberjaya) 투자 구역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들은 자유시장을 토대로 국경을 초월한 공승(win-win) 경쟁을 통해 토종 고도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아무런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대신 이 무용지물 프로젝트는 부국과 빈국의 이해관계가 깔끔하게 맞물리는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이 도래한다고 말하는 [국경 없는 세계]와 [세계는 평평하다] 같은 책들의 (비록 선의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마) 순진성을 증명했다. p.212,213

이때부터 중국은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긍정적인 공산당의 한 가지 속성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그 속성은 바로 줄기찬 편집증이었다. 중국 정부는 부실한 조언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 없이 성급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세계은행과 IMF, 미국 정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1980년애와 1990년대에 세계은행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프로젝트 별로 상당한 기술적 지원뿐만 아니라 재정적 지원도 누렸지만 대부분 나름의 원칙을 적용했다. 그에 따라 금융 규제 완화라는 세계은행의 신자유주의 처방을 거부했다. p.333

중국이 영리하다. 규제와 자기만의 원칙이 매우 중요한데 말이지.

조 스테드웰 Joe Studwell

20년 이상 저널리스트, 방송인, 대학 교수 등으로 활약해온 아시아 경제 전문가로,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써왔다. 그는 중국 경제와 대(對)중국 투자를 다루는 경제 전문 계간지인 「차이나이코노믹쿼털리(The China Economic Quarterly)」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차이나이코노믹쿼털리」의 기사는 자체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얻은 정확한 분석과 심도 깊은 연구 결과로 경제학계는 물론 비즈니스 리더들로부터도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증시의 문제점을 분석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차이나 드림(The China Dream)』과 동남아시아 재벌들의 비밀을 파헤친 『아시아의 대부들(Asian Godfathers)』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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