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2017 독서목록 20/100 (2017.3.22)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 가이 윈치/문학동네

저는 사람 좋다는 소리를 간혹 듣습니다. 얼핏 보면 제 성격이 참 괜찮아 보이기도 합니다. 남에게 친절하고, 배려감도 있고 말이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 성격은 문제 투성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분노감 입니다. 남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면 확 치밀어 오르는 분노감을 쉽게 숨기지를 못합니다. 거기에 술까지 마시고 있었다면, 에효,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후회할 일들이 생긴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저는 왜 이렇게 분노감 조절이 힘들었을까요?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감기같은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골절같은 사고를 당해도 깁스를 하거나 수술을 해서 치유합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을 때는 적절히 치유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외국 영화를 보면 외국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도 잘 받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다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를 받은 시기에 적절히 치료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이 윈치의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은 거부, 고독, 상실감, 죄책감, 거절감, 낮은 자존감 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처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상황에 대해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겠으나, 우리처럼 아직까지 전문의의 문을 두드리기에 힘든 환경에서는 꽤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내용도 어렵지 않으니 소소하게 읽어보기에 딱인 책입니다.

저의 성격은 나이가 들어서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조금씩 다른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게 현대인의 숙명인가 봅니다. 사실 우리에게 정신적 상처를 가장 잘 치유해 주는 것은 나를 아끼는 사람입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지요. 주변에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의 존재가 유난히 감사한 저녁입니다.

한줄요약 : “정신도 상처받으면 아프다.”

★★★★☆


거부당하는 느낌은 마음의 자상이나 찰과상이다. 이 느낌은 감정의 피부를 찢고 살 속으로 파고든다. 어떤 때는 베인 상처가 꽤 깊고 위험할 정도로 ‘피’가 흘러나와서 긴급히 처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종이에 베인 정도의 상처라 꽤 아프기는 하지만 피는 아주 약간만 흐를 때도 많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수도 없이 거부당하는 경험을 겪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 느낌이 우리의 정서, 생각,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거부당하는 경험이 주는 고통과, 그것이 남기는 심리적 상처를 엄청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p.17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마음의 상처도 육체의 상처처럼 잘 치유해야 한다. 그런데 방법을 모른다. 혹은 남들은 방법을 모르지만 누군가가 그 방법을 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줄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거부는 서로 구별되는 네 가지 정서적 상처를 남길 수 있으며 각 상처에 필요한 정서적 응급처치법은 따로 있다. 몸 깊숙이 느껴지는 본능적 아픔, 분노와 공격 충동, 자존감의 손상, 소속감의 손상이 그 네 가지다. 다른 종류의 상처와 마찬가지로 거부에 의한 상처 역시 감염과 심리적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되도록 빨리 처치를 하는 것이 좋다. 단 여기에 제시하는 것은 응급처치일 뿐이다. 보통 이상으로 심하거나 우리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부의 경험을 치료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할 수도 있고, 충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 p.38

내가 특히나 약한 것이 이 거부감인 것 같은데 말이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각종 매체의 발달로 우리는 친구들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과 동시에 연락하며 지낼 수 있다. 데이트 알선 사이트가 풍부한 애인 후보 목록을 제공해주니 우리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도 내 취향에 맞는 이성을 고룰 수 있다. 한편 우리는 같은 관심과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도 컴퓨터 키보드를 몇 번 두드려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지구 전체에 걸쳐서 사람들이 연결되는 전례 없이 풍부한 관계의 시대에 심각한 고독 속에 살아가는 사람은 예전보다 더 많다. p.64

그러게 말이다. 사람은 더 많아졌는데 더 외로와졌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상실과 외상의 사건을 겪음 후에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묻는 대신 ‘왜’ 일어났는지를 자문할 경우, 질적으로도 다르고 좀더 생산적이기도 한 사고 경로를 촉발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떻게’ 대신에 ‘왜’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생각과 연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사건을 더 넓은 범위의 존재론적, 영적, 철학적 의미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와 같이 더 큰 그림을 보는 사고방식으로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에서 의미를 찾고 내면의 평화를 더욱 많이 얻을 가능성이 높다. p.150

정신에 대한 상처로 결국 머리속에서 작동하는 사고의 방식으로 치유될 수도 있겠구나.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로.

자존감이 높은 쪽의 극단에 있는 자기도취형 인간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높고 거창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비난이나 안 좋은 평가를 들어도 극도로 상처를 받고 분노를 느낀다(자기도취형 인간들에게는 어떤 비난도 사소하지 않다). 별것 아닌 비난이나 업신여김에도 엄청난 상처를 받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에 대한 환상이라는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풍선에 구멍이 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구멍을 내 터뜨리는 사람들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드는 못된 버릇이 있다. 어쩌면 과학자들은 낮은 자아감보다 자기도취에 대한 처방을 먼저 찾아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자기도취형 인간들에게 꼭 필요한 처방은 인생이 제공해주기 마련이다. p.319,320

이거 왠지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보는 자신의 가장 큰 문제가 극도로 낮은 자존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나에게 와서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은 자신이 ‘자기개발서 마니아’, 그중에서 특히 ‘긍정적 자기암시positive affirmation’의 신봉자라는 사실이다. 긍정적 자기암시란 자아 가치나 목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의 문장들을 쓰고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듣고, 소리내서 말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방법이 자존감을 높이고, 개인의 능력을 신장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건강을 향상한다고 널리 믿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모두 실행해보았다. 그는 [시크릿]이란 책을 읽고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천에 옮겼다. 정서적으로 힘들 때마다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마음으로 들이켰다. 그는 몇 주 동안 머리에 무슨 기기를 착용하고 잠을 잤다. 그에게 맞춤식으로 처방된 메시지들이 그의 ‘신경 회로를 재편하고 뇌파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하는 기기였다(변화된 것은 그의 통장 잔고뿐이었다). 잠자는 동안에 듣기 때문에 “나는 가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와 같은 문장들이 의식을 거치지 않고 잠재의식에 ‘직접’ 작용하는 효과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차피 그 메시지들은 제품 포장상자에 큰 글씨로 적혀서 도착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 ‘긍정적 자기암시’ 프로그램에 몇 년에 걸쳐 수천 달러를 투자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무가치하고 무기력하다고 느꼈다. 다른 대부분의 긍정적 자기암시 신봉자들과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실은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왜 그는 긍정적 자기암시 프로그램들이 아무 효과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까? 둘째, 왜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그의 정서적 면역계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시켰을까? p.334,335

정말 어이없는 결과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열광한다. 대중은 어리석다. 대중을 상대로 영합하는 인간들의 종류는 계속해서 진화한다. 자기계발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가이 윈치 Guy Winch

뉴욕 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가족 치료 및 커플 치료에 관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심리치료사로 개업한 후, 뉴욕에서 십여 년 동안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전작 『불평하라The Squeaky Wheel』와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Emotional First Aid』은 16개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다. 사이콜로지닷컴PsychologyToday.com에 스퀴키휠 블로그Squeaky Wheel Blog를 성황리에 연재해 오고 있으며, 허핑턴포스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고, 마음의 건강을 주제로 테드 강연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