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공부하는가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10 min readSep 19, 2015

2015 독서목록 48/139 (2015.6.14)

[왜 공부하는가 :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질문] — 김진애/다산북스

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보낸 시기에 아쉬움이 있다. 공부는 잘 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잘 한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좋아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논 것도 아니었으니, 뭐 딱히 내놓을 것이 없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다시 그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마 주저없이 공부에 더 몰입하겠다. 사회에 나와보니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인생에 만약을 적용시킬 수는 없지만 그 시절에 만약을 적용시켜 몇가지만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후회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되는 것이다.

김진애의 [왜 공부하는가]는 서점에서도 계속 눈길을 끌었다가 저자가 정치인이라 왠지 꺼려졌던 책이다. 하지만 제목이 자꾸 나를 끌어당겼다. 김진애라는 사람은 그저 정치에서 한 번 본 것같은 정도 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특히 책의 앞부분에서 본인의 학창시절과 유학시절까지의 부분은 참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면서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할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전반부의 밀도와 후반부의 밀도가 다르다. 전반부에서는 책의 내용이 심도있게 나가다가 후반부로 가면 별로 쓸말이 없는지 그저 에세이 정도로 흐른다. 그리고 제목으로는 좀 무겁게 진행할 것 같았는데, 비슷한 류의 다른 자기계발서 정도 무게이다. 책에서 김진애씨는 책을 1년에 한권씩 낸다고 하는데 내가 읽어보니 2,3년에 한권씩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사람은 평생을 걸쳐 자라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익혀야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질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벼슬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학생이라고 묘비에다 적었나보다.

한줄요약 : “공부해, 평생 배우는 거야”

★★★☆☆

‘왜 건축을 선택했나?’라는 질문에는 ‘운명처럼, 어떤 소명에 끌려, 어릴 적 큰 꿈을 이루려 선택했다’는 답을 듣고 싶어하는 심리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이러저러한 꿈을 꾸고, 이러저러한 의지를 가지고, 이러저러한 도전들을 거쳐 드디어 성취해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한마디로 답하자면 ‘잘 모르고 택했다!’가 가장 맞을 것이다. 사람의 선택이란 결코 완벽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정황과 선입관과 편향된 기대와 나름의 판단이 섞인다. 완벽한 선택이란 불가능하다. 항상 불완전한 선택이 있을 뿐이다. 물론 ‘선택의 기준’은 항상 작용한다.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p.35

선택에 순간에 판단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판단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책임이 커질수록 그 판단에 따른 결과도 무겁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순간도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판단을 하고 살아왔나 생각해보면 어려워진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2008년 폴 크루그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탔을 때, 나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사실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자로서의 업적 보다도 <뉴욕타임스>지의 경제 칼럼으로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는데, 비로소 그의 ‘세계무역 분석, 국제적 경제 지리학’ 등 학술 활동의 가치를 인정받은 쾌거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자본주의의 광풍이 거세게 불던 시대에 그 해악과 세계질서의 붕괴를 고민하고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는 과제와 새로운 가치를 설파하는 그의 융기가 나는 좋다.

폴 크루그먼의 말을 인용해본다. “나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리버럴이며 그것이 자랑스럽다.”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중에서. 이렇게 자신의 포지션과 가치를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p.84,85

순간 토머스 프리드먼과 헷갈렸다. 이런 무식할데가… 폴 크루그먼의 책은 아직 본 적이 없는다. 꼭 읽어봐야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지식인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촘스키, 크루그먼, 네그로폰테 같은 인물들이 분명 탁월한 ‘천재급’이긴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지보다도 그들의 기본 태도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바로 인문적이고 통섭적인 지식인의 자세다.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연민과 사랑이 없이는 통찰력이 생기기 어렵고 비판적인 안목도 생기기 어렵다. 인문학적인 바탕이 지식인의 기본이 되는 까닭이다. 자신의 분야 속에서 일가를 이룰 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분야들과의 관계를 읽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이는 어떠한 실천력도 얻기 어렵다. 바로 통섭적인 지식인의 실천적 자세다.

지금도 여전히 ‘기술자적 지식인, 도구적 지식인’에 대한 나의 거부감은 무척 크지만, 적어도 지식인의 근원적 역학에 대한 이상론을 견지할 수 있는 이유는, 실천적 지식인들의 가능성 때문이다. 실천적 지식인의 정의를 나는 이렇게 내려보고 싶다.

- enlightened intellectuals 깨달음을 얻은 지식인

- heartening intellectuals 가슴이 있는 지식인

- communicative intellectuals 소통할 줄 아는 지식인

- engaging intellectuals 현실에 참여하는 지식인 p.87,88

내 주변에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왜 내 주변엔 이런 사람이 없지? 내가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서일까?

창업의 가능성은 인생 어느 시점에서든 누구에게나 다가올 것이다. 제조 업종이든, 컨설팅 업종이든, 서비스 업종이든, 사회 서비스 업종이든, 영리 기업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사회단체든, 프리랜서든 간에 일생의 어느 시점에서 창업을 고민하고 창업에 참여할 것이고 또 창업을 주도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워낙 길어서 제2, 제3의 인생 사이클이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 각자가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발휘할 수 있는 창업의 세계란 워낙 넓기 때문이다.

창업하면서 꼭 각오해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은 별로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냉정한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 창업 스토리를 주목해주는 것은 TV나 강연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당신은 대체재로 보일 것이다. 당신은 도구로 보일 것이다. 당신은 소모재로 보일 것이다’라는 엄연한 사실이 기다린다. 이 냉정한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실망과 좌절과 손해와 분노를 딛고 살아남자. 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공부하고 취직해서 일을 잘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거리를 만들고 남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사환부터 사장까지 모든 일을 감수하면서 창업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속담처럼, 소꼬리가 되는 것보다 닭 머리가 되는 게 훨씬 어렵다.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업을 세워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체험이다. 부디 창업하라! p.141,142

아, 때려치우고 한번 해봐? 이 글을 읽고 가슴이 뛰네. 가슴이 뛰면 안되는데……

OECD의 조사방법론을 응용해서 우리나라 성인 국민들의 ‘문서 독해력’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여기에서는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4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단어’만 단편적으로 듣는 거의 문맹 수준, 4단계는 행간의 의미와 정보를 읽고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 4단계는 불과 13.1%였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성인 국민의 86.9%는 실질적 문맹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숫자, 표, 그림, 통계, 지도 등의 정보를 독해할 수 있는 4단계는 불과 2.4%다. 말하자면 우리 국민의 97.6%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운, 정보 문맹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어떤 세미나에서 접하고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강사에게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봤다. 자꾸 묻는 내가 딱해 보였던지 그 강사는 “10여 년 전 자료이니, 지금은 좀 나아졌을 거예요!”라며 위로했다. 찾아보니, 이 자료는 2005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04년 학국 교육인적자원 지표’자료다. 10여 년 전 자료이니 설마 지금은 나아졌을 거라고 위안해야 하는 걸까? 문맹률이 1~2%에 불과하고 대학 진학률이 무려 80%를 상회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성인들의 실질 문맹률이 이리 높을까?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는 4단계가 25% 이상이고, 내가 한심하게 여기곤 하던 미국도 19.1%로 나왔는데 말이다.

“글을 독해하는 인구가 13.1%밖에 안 돼. 구체적인 숫자나 표, 지도, 그림이 들어간 자료를 독해할 수 있는 인구는 2.4%밖에 안 돼. 아니 미국도 19.1%라는데, 절대 인구 숫자로 비교하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거야?”나는 옆지기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옆지기가 하는 말이, “그럴 수 있어. 미국에선 어렸을 대부터 항상 토론하잖아. 합리적인 의문을 하는 습관이 되어 있고 그래서 일반사람들도 상식 수준이 높을걸?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실용적이야? 정보 해독을 잘하게 되는 거지.” 그럴듯하다. 그저 시험장 시험만 잘 치르려고 혈안이 되어 모범답안만 외우려 들고 합리적 의문을 제시하는 토론에 익숙지 못한 교육을 거치다 보면 어른이 되어도 글을 독해하고 정보를 해독하는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p.298,299

갈수로 우민화되어 간다. 우민화에 우경화까지 된다면 설상가상이다. 일반 국민들이 깨어나야 할텐데…

김진애

서울공대의 살아 있는 전설, MIT 건축 석사 및 도시계획 박사, [타임]지 선정 ‘21세기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 ‘소신 있게 할 일을 한 18대 국회의원’, ‘성찰적 실무(reflective practice)’를 지향하는 프로, ‘잘 자라는 공부생태계’를 꿈꾸는 열정적 공부 예찬가…….

김진애를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그런데 그 모든 수식어들이 가리키는 것들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 ‘김진애너지’라는 별명이다. 김진애는 에너지 넘치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샘솟는 에너지를 사람들과,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김진애는 줄곧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을 프로젝트 삼아 전방위 활동을 펼쳐왔고, 1년에 한 권씩 꾸준히 책도 써왔다. 지은 책으로 『왜 공부하는가』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도시 읽는 CEO』 『이 집은 누구인가』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 등이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써야 할 리스트를 쌓고 있다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1년 이화여중고를 졸업하고, 1975년에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였다. 197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끝낸 뒤 미국 MIT로 유학을 가 1987년 「도시 공간의 민영화: 공공계획과정과 민간영향력」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도시계획 환경설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주) 서울포럼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건축도시기획, 디자인개발, 출판이벤트기획을, SF도시건축(주)라는 이름의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수영정보단지 마스타플랜(1996), 지하도시개발구상(1993), 산본 신도시 도시설계(1989), 행정신수도 기본계획(1979)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참여정부의 대통령자문 건설기술ㆍ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05–08)으로서 ‘건축기본법’ 제정과 ‘건축도시연구원’ 설립을 주도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05–08), 광복60년기념사업위원회 미래와세계 분과위원장(05), 대통령자문 세계화추진위원회(95–98),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92–94),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95–98)와 건축위원회(02–04) 위원 등의 적극적인 공공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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