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상식이다

2017 독서목록 69/100 (2017.12.17)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10 min readJul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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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상식이다: 아는 만큼 맛있는 뜻밖의 음식 문화사] — 윤덕노/더난

지금은 맛집의 시대, 먹방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SNS나 블로그엔 온통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진들이 넘쳐나고, youtube와 afreecaTV에는 어마무시한 양의 음식을 먹어대는 먹방이 인기입니다. 처음 먹방이라는 것을 보곤 남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누가 보나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에 놀랄 뿐입니다. 그리고 스타쉐프의 탄생으로 TV프로그램 여기저기에 유명한 쉐프들이 연예인보다 더 높은 단상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이끕니다. 먹느냐 굶느냐의 시대를 지나 무엇을 먹느냐의 세상이 되니, 이제는 음식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를 보여줍니다.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코드인 셈입니다.

저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고, 같은 가격이면 그래도 조금 맛있는 곳에 가서 식사를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세상엔 참 먹고 싶은 음식들이 많습니다. 윤덕노의 [음식이 상식이다]는 저처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아마도 자연스럽게 손이 갈 책입니다. 이 책은 각종 음식들의 유래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아주 쉽고, 신문이나 잡지 정도에 소개되는 정도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편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자인 윤덕노씨는 신문기자 출신이네요. 이 책은 깊은 생각없이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중에 써먹기도 좋습니다. 지금처럼 음식이라는 코드가 주류로 떠오른 사회에서 이런 책은 필독으로 읽어야 할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요리를 직접 해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라면 하나 제 손으로 끓여먹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고추잡채며, 고로케며, 오이 소박이며 다양한 요리들을 해보고 있는데, 제법 그럴듯하게 흉내를 냅니다. 요리책을 보고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더니, youtube영상을 보니 따라하기가 쉽더군요. 요리를 제 손으로 하면서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뀝니다. 예전에는 요리에 메인 재료인 고기류만 눈에 보였는데, 이제는 각종 재료류에 눈길이 많이 갑니다. 각종 재료가 잘 어우러지면 그렇게 풍미가 좋을 수 없더라구요. 사소해 보이는 고추 한개, 마늘 한쪽, 파 한뿌리가 의외로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예전엔 어떻게든 메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부재료라도 얼마든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까지 깨달았으면 오버일까요?

한줄요약 : “요리들의 유래, 재미있다”
★★★☆☆

불도장은 문자 그대로 ‘스님도 담을 뛰어넘어 맛본 요리’로 그 유래가 알려져 있다. 다소 혼동이 있기 때문에 그 내력을 다시 한 번 소개한다.
청나라 말기 푸저우 양교항揚橋港에 있는 관은국官銀局의 한 관리가 집에서 잔치를 열며, 상급관청인 포정사布政司에 근무하는 주련周蓮이라는 관원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했다. 상급 관청의 관원인지라 관리의 부인이 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했는데, 닭과 오리 등 20종류의 재료를 넣어 음식을 만들었다.
주련이 그 맛을 본 후 찬탄을 금치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 포정사의 주방장인 정춘발鄭春發에게 관은국 관리의 집에 가서 요리를 배워 오라고 시켰다. 정춘발은 그 부인에게 직접 요리를 배운 후 다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요리를 발전시켰다. 이때 지은 요리 이름이 ‘단소팔보壇燒八寶”였다.
이후 정춘발은 관청을 사직하고 1865년 친구들과 동업해서 푸저우에 삼우재三友齋라는 찻집을 열었다. 그 후 광서제光緖帝 때인 1905년 단독으로 경영하면서 취춘원聚春園이라는 음식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관은국 관리네 집에서 배운 요리, 즉 ‘단소팔보’를 ‘복수전福壽全’으로 바꾸고 취춘원의 대표 요리로 삼았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선비가 음식점을 찾아와 복수전을 주문했다. 뚜껑을 열자 맛있는 음식 향기가 방안에 가득 차서 다들 음식 향기에 취해 있는데, 흥이 돋은 한 선비가 즉석에서 그 요리를 놓고 시를 읊었다.

항아리 뚜껑 여니 향기가 사방을 진동하네.
냄새 맡은 스님도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네.
壇啓香飄四 佛聞棄禪跳墻來

이 시를 들은 사람들이 감탄했고, 이후 ‘복수전’을 ‘스님이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는 불도장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p.52~53

프랑스의 대표적인 브랜디는 코냑Cognac과 아르마냑Armagnac이다.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에서 나오는 브랜디가 코냑이고, 아르마냐크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가 아르마냑이다. 코냐크와 아르마냐크 모두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Bordeaux 지방에 속해 있는데, 코냐크는 보르도 북부, 아르마냐크는 보르도 남부 지방이다.
두 종류의 브랜디가 프랑스를 대표하면서 서로 경쟁 관계인 이유는 18세기 보르도 와인의 독점 생산 및 판매권을 두 지역으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맛도 서로 달라 코냑은 일반적으로 우아한 여성적 풍미를 보이고, 아르마냑은 강렬한 남성적 야성의 맛을 풍기는 술이라고 애주가들은 구분한다.
코냑은 숙성도에 따라 V.O Very Old, V.S.O.P Very Superior Old Pale, X.O Extra Old 혹은 나폴레옹Napoleon으로 표기한다. V.O는 2년 반 이상, V.S.O.P는 4년 반 이상, X.O 혹은 나폴레옹은 6년 반 이상 숙성시킨 브랜디라는 뜻이다.
고급 코냑에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1811년 나폴레옹이 아들을 낳았는데, 당시 포도농사가 대풍년이었다. 브랜디 제조업자들이 황태자의 탄생과 포도 풍년을 기념해 나폴레옹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 다른 설도 있다. 나폴레옹은 코냑을 무척 좋아했는데, 러시아 원정을 떠나면서 모두 가져갈 수 없어 코냑이 든 오크통을 친구에게 맡겨두었다. 6년 반 후 전쟁에서 돌아온 나폴레옹이 친구에게 맡겨놓은 오크통을 찾아 코냑을 맛보았더니 훌륭하게 숙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6년 반 이상 숙성된 고급 코냑에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p.66,67

케이준 치킨, 케이준 샐러드, 캐이준 버거, 케이준 소스······
요즘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매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 이름이다. 케이준이 도대체 무엇일까? 보통 양념 맛이 강한 음식을 케이준 스타일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국 남부에서 발달한 음식으로 마늘, 양파, 후추 등이 들어가 맛과 향이 자극적이고 화끈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나 쌈바의 나라 브라질도 아니고, 미국 그것도 촌스럽고 보수적이기로 소문났던 남부 사람들이 왜 이렇게 화끈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까?
케이준Cajun이라는 말 자체에 비밀이 담겨 있다. 지금은 주로 요리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지만 케이준은 원래 미국 북동부, 메인 주에 있는 아카디아 국립공원 북쪽에서부터 캐나다 퀘벡 아래에 살았던 프랑스 이민의 후손을 부르는 말이었다. 인디언 말로 아카디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런 케이준이 왜 엉뚱하게 미국 남부 요리 이름으로 둔갑했을까?
18세기 중반, 북미에서 영국계와 프랑스계 이민사회가 모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쟁을 했다. 영국이 승리했기에 당시 프랑스 이민자들이 개척한 오하이오 주를 비롯해, 케이준이 살고 있던 아카디아 지역이 영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아카디아 지방의 프랑스 후손, 케이준은 영국 정부에 대해 충성을 거부했고, 그 결과 약 1만 명에 이르는 케이준이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 등지로 강제 추방을 당했다.
케이준이 추방당한 곳은 남부의 광활한 늪지대로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에서 쫓겨난 이들은 농사를 지을 수도, 가축을 키울 수도 없었던 낯선 늪지에서 닥치는 대로 먹고 살아남아야 했다. 사냥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죽어 있는 들짐승, 날짐승을 발견하고 먹었는데, 상하기 직전의 고기, 거친 야생의 작물을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다. 강하고 화끈하며 작극적인 맛을 내야 썩은 재료의 맛을 지우고 야생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들판에서 자라는 갖가지 야생 허브를 따다가 음식에 몽땅 집어넣었던 것이다. 지금도 레스토랑에서 케이준 스타일 음식을 주문하면 허브를 비롯해서 갖가지 향신료가 뜸뿍 뿌려져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터전을 잃고 쫓겨난 프랑스계 후손이 살아남으려고 먹던 음식에 더해 이후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노예 음식, 그리고 백인에게 이리저리 쫓겨 다니던 아메리카 원주민 음식이 더해져 완성된 것이 지금의 케이준 스타일이다. p.270~272

위스키는 종류에 따라 몰트malt, 그레인grain,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로 구분한다. 간단히 구분하면 몰트위스키는 맥아를 원료로 증류한 것이고, 그레인위스키는 옥수수와 같은 일반 곡물에 소량의 맥아를 첨가한 것, 그리고 블렌디드 위스키는 문자 그대로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스코틀랜드에서 양조한 스카치Scotch 위스키를 비롯해 아일랜드산 아이리시Irish 위스키, 미국 위스키인 버번bourbon 위스키 등이 유명하다. 버번위스키는 미국에서 최초로 위스키를 생산한 지역이 켄터키 주의 버번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로열 살루트Royal Salute는 스코틀랜드의 애든버러에 소재한 글렌리벳사에서 만드는 위스키로,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직위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은 1952년에 있었는데, 글렌리벳사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섯 살 때(1931년) 미래의 여왕 대관식을 위해 특별한 위스키 원액을 제조하기로 결정했다.
로열 살루트는 오크통 속에서 21년 동안 숙성시킨 21년산이 일반적이다. 이유는 대관식 때 21발의 예포를 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21년 동안 숙성시킨 위스키를 개발한 것이다. ‘로열 살루트’라는 브랜드 이름 역시 우리말로 풀어보면 ‘왕의 대관식을 기념하는 예표’라는 뜻이다.
시바스 리갈Chivas Regal도 브랜드에 ‘제왕다운regal’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북동부 애버린에서 1801년 시바스Chivas 형제가 설립한 회사가 내놓은 제품이다. 시바스 리갈이라는 이름은 이 회사가 1843년 당시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최초급 위스키를 왕실에 납품하면서 ‘제왕의 시바스’라는 뜻에서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위스키인 만큼 이래저래 제왕과 관련 있는 술이다. p.377,378

윤덕노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4년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한 뒤 과학기술부, 중소기업부, 산업부, 사회부, 인터넷부를 거쳐 2000년부터 3년간은 중국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한 바 있으며, 2003년 매일경제신문사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사회부장, 국제부장, 과학기술부장, 중소기업부장과 부국장을 역임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를 좋아해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미국 연수, 특파원 활동, 출장, 여행 등으로 인해 20여 개국을 돌아다녔다. 또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25년의 신문기자 생활과 장기간의 방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음식의 기원과 유래 그리고 관련 스토리를 발굴해 음식유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음식잡학사전』 발간을 계기로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조선시대의 각종 문헌과 중국 고전에서 원문을 확인하고 그리스 로마 고전에서 근거를 찾아 음식의 유래와 속설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권력대해부』, 『중국벗기기』, 『브랜드 사주팔자』, 『차이나쇼크』, 『하이테크 혁명과 미래의 충격』『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신의 선물 밥』,『음식잡학사전』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월가의 황제, 불룸버그 스토리』, 『유럽의 세계 지배』,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인생이 시작된다』, 『벤처기업 성공이야기』,『장자의 내려놓음』,『자전거로 나를 세운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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