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뜨겁게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7 min readOct 3, 2015

2015 독서목록 56/139 (2015.7.17)

[인생은 뜨겁게: 버트런드 러셀 자서전] — 버트런드 러셀/사회평론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로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 버트런드 러셀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할아버지가 영국 제국주의 시대에 2차례 수상을 역임을 한 백작가문의 자제이니, 말 그대로 영국의 최 상류층에서 태어난 사람인데다가, 버트런드 러셀은 지적으로도 무척 우수한 사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 테고, 큰 권력을 쥘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버트런드 러셀은 수학과 철학에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1차대전 당시 반전운동으로 감옥에 가기도 했고,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반전운동과 반핵운동을 주도했으며, 1950년에 인본주의와 양심의 자유를 대표하는 다양하고 중요한 저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인데, 책을 읽는 내내 나약하고 평범한 한 인물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영국정부와 끊임없는 갈등속에 성장하고 활동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놀랍게도 귀족으로서의, 시대의 지성으로, 노벨상 수사장자로서 자부심이나 뽐냄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것이 부족해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삶들을 살아가고 있을까? 버트런드 러셀의 일생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영국의 왕자들이 10년씩 평범한 군복무를 마쳤다는 뉴스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군면제 비율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씁쓸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한줄요약 : “행동하는 지성, 버트런드 러셀”

★★★★☆

이 강좌를 진행하면서 나는 정부 권력의 성장과 쇠퇴에 관해 간략하게 정리했다. 위대한 그리스 시대에는 그런 것이 크게 많지 않았다. 위대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동안에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었으나, 종종 전쟁과 암살이 그들의 노고를 단축시켰다. 로마는 질서를 가져왔으나, 동시에 개인의 성취를 상당히 실추시켰다. 로마 제국 치하에서 개인의 독창력이 크게 축소된 결과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공격에 저항할 능력마저 상실해 버렸다. 로마의 멸망 이후 천 년 동안에는 권위도 너무나 보잘것없었고 개인적 독창력도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그러다 점차 새로운 무기들이, 특히 화약이 통치권에 힘을 제공하여 근대적인 국가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다한 권위가 생겨났다. 핵무기의 세상에서 자유를 지키는 문제는 전혀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만일 우리가 지난 몇 세기에 필요했던 것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사적인 무기력에 빠져 공적인 에너지에 희생되고 말 것이다. p.409,410

러셀의 시대에는 핵무기가 막 시작된 시기이니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지금은 핵무기는 범 세계적인 확산으로 말미암이 이제 어느 국가가 핵을 보유했느냐를 넘어서 일개 테러 집단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등에서는 핵무기를 가지려는 테러집단을 무찌르는 영웅 영화가 종종 나오지만 어느 순간 정말 핵이 테러에 사용될 지 정말 알 수 없다. 각자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는 이제는 권위가 아니라 위험이다. 우리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까?

내가 소설 쓰기를 변호하는 까닭은 우화야말로 요점을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1944년에 미국에서 돌아온 나는 영국의 철학계가 아주 이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하찮은 것들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철학계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 어법’을 가지고 재잘대고 있었다. 나는 그 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학문의 분야에는 제 나름의 어휘가 있는 법인데, 왜 철학이 그 즐거움을 박탈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같은 ‘공통 어법’ 숭배 풍조를 조롱하는 다양한 우화들이 담긴 짧은 작품을 하나 써서, 철학자들이 실제로 무슨 의도로 ‘공통 어법’이란 용어를 쓰는지 지적했다. 이것이 발표되자 그 세력의 수장쯤 되는 사람한테서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작품은 좋으나, 자신은 그 같은 숭배 현상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과연 누구를 겨냥하고 쓴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 ‘공통 어법’에 대한 논의가 잠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p.437

그래, 누군가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요점을 전달하는 방법은 소설 등의 스토리겠다.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운 존재다.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essel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여성 성해방 운동가, 전투적 평화주의자, 철학ㆍ수학ㆍ과학ㆍ교육ㆍ정치ㆍ예술과 종교를 아우르는 전방위 문학가로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러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사람으로로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분야에서 40권 이상의 책을 쉬지 않고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지식욕을 가진 인물이었다.

1872년, 제국주의 영국의 수상을 두 차례나 역임한 존 러셀 경의 손자로 태어난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행동으로써, 글로써 시대의 진실을 알린 저항하는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그 대학의 강사가 되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 중 반전운동(反戰運動)에 참여한 것이 화근이 되어 사직했고, 1918년에는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후 유럽 및 러시아와 미국 등을 방문하여 대학의 강의를 맡기도 했으나 주로 저술활동에만 전념했다.

그의 탁월함은 자신의 지능을 최대한 사용하는 놀라운 능력(그는 하루에 거의 고칠 필요가 없는 3,000 단어 분량의 글을 썼다고한다)과 기억력이 밑받침 되었지만 그의 활동력의 원천은 심오한 휴머니즘적 감수성이었다. 그의 사상은 분리된 두 개의 주제를 갖고 있었다. 그 하나는 절대 확실한 지식의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이었다. 전자는 그의 스승이며 협력자였던 화이트 헤드와의 공저 “수학원리”로 결실을 맺어 현대의 기호논리학과 분석철학의 기초를 이루었다. 이 책은 수학적 대상을 실재라고 간주하여 논리에 의해 기초를 세우고 수학을 논리로부터 도출하려는 그의 시도를 담고 있었다.

철학자로서의 그의 업적은 특히 이론철학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그는 무어, 비트겐슈타인 등과 더불어 케임브리지 학파의 일원으로 19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유력한 학설이었던 관념론에 대한 실재론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는 곧 헤겔학파, A.마이농 등 당대의 철학 흐름 변화를 따라 자신의 사상을 조금씩 발전시켰으며 신실재론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는 인식론과 존재론을 사상의 소재로 활용했으며 영국 고유의 경험론을 그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의 사상은 빈학파나 논리적 실증주의를 중시하는 철학자 및 논리학자에게 자극을 주게 된다. 논리학자로서의 러셀은 프레게의 업적을 계승했으며, 페아노와 쿠츨러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데데킨트와 칸토어 등의 현대수학의 성과를 근거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했다.

현실 사회에 대한 진솔한 관심과 스스로가 자유로운 무정부주의, 좌파, 회의적 무신론적 기질이라고 불렀던 그의 성향은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평화주의자로,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핵 무장 반대자로서 사회변혁운동에서 일관성 있게 표현되었으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1979년 웨일즈에서 사망할 때까지 문필가, 철학자, 무정부주의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외계의 지식』,『철학이란 무엇인가』,『서양 철학사』,『사회개조의 제원리』, 『심리분석』, 『서양철학사』, 『물질의 분석』, 『의미와 진실의 탐구』, 『수리철학 서설』 등이 있으며, 특히 1950년에는 『철학에 있어서의 과학적 방법』, 『자유와 조직』, 『권위와 개인』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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