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2015 독서목록 91/139 (2015.10.26)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 토니 주니퍼/갈라파고스

제임스 카메룬의 영화 [아바타]에서 인류는 1Kg당 2,000만달러의 가치가 나가는 언옵태니움(Unobtanium-얻을 수 없는 물질)을 채굴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을 침공하고, 결국 언옵태니옴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나비족의 본거지를 파괴한다. 영화적 상상이기는 하지만 1Kg에 200억 이상의 이익을 채굴한다면, 채굴을 안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이다. 현실에서도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인류는 자연을 경제적 가치를 앞세워 파괴하고, 사용해버렸다.
환경운동가 토니 주니퍼는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자연이 경제적 가치로 따져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할 때,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많이 수긍이 가지만,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토니 주니퍼의 주장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자연은 경제와 이익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부터, 아니 인류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한 것이고, 인류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어떤 가치로도 파괴할 권리가 없다.
경제적 가치가 제로나 혹은 마이너스인 행려병자, 부랑아가 있다고 치자. 외국 의학전문사이트 메디컬트랜스크립션 자료에 따르면 신장(2억9560만원), 간(1억7000만원), 심장(1억3420만원), 소장(280만원), 심장동맥(170만원), 쓸개(137만원), 두피(68만원), 위(57만원), 어깨(56만원), 손과 팔(43만원), 혈액 0.473ℓ(38만원), 피부 평방인치당(1만1000원)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행려병자, 부랑아를 본인에게 동의를 받고 공식적으로 개발하여 이익을 내는 것이 합당한가? 인간의 생명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듯이,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 경제적 이익도 분명치 않은 4대강 개발을 용인한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한줄요약 : “자연을 보존하는 게 더 이익”
★★★☆☆
그깟 조그만 굴이 바다를 청소하는 임무를 한다니 가당키나 할까 싶지만 보통 크기의 굴 한마리가 매일 200리터가 넘는 물을 걸러낸다. 그렇다면 (평방미터당 많아야 보통 크기의 굴 15마리와 어린 굴 15 마리가 있다고 가정할 때) 1헥타르의 굴초가 매일 걸러내는 물은 올림픽 규모의 수영장 20개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결코 적은 양의 아니며, 바로 그점때문에 굴은 몇 주 몇 달 만에 연안 지역의 수질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p.98
굴을 먹는 음식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미나리랑 비슷하네. 물도 거르고 맛도 있고 몸에도 좋고.
흥미롭게도 자연의 디자인을 공학기술과 산업에 활용한 예도 있다. 인간 세계의 문제를 자연이 개발한 디자인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말 그대로 자연을 모방한다는 뜻의 바이오 미미크리라는 주류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 받기 시작했다. 재닌 베이어스는 자신의 저서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이러한 새로운 시각의 태동과 범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 사례는 수없이 많다.
나비의 날개의 비늘 무늬는 물감은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그림에 영감을 불어넣어 안료 제조에 따르는 공해 위험을 줄여준다. 게코도마뱀이 수직으로 곧추선 벽에서도 걸어 다닐 수 있게 해주는 미세한 구조는 새로운 접착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흑동고래의 지느러미 구조는 좀 더 효과적인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사막 딱정벌레는 건조지역의 안개에서 물을 회수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 놓았다. 홍합이 껍질을 바위에 고정할 때 사용하는 물질은 치과 치료 와 해양 엔지니어링에 크게 기여 \할지도 모르는 신물질 개발 움직임에 박차를 가고 있다.
흰개미 둔덕의 구조는 초효율 빌딩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거북복의 단단한 몸체는 철을 덜 사용하면서도 더 견고한 자동차 생산 기회를 활짝 열어놓았다. 일명 해로동혈venus flower basket로 알려진 심해 해면의 구조는 지금보다 강도가 높은 광섬유 케이블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잎 표면은 비가 오면 먼지가 저절로 씻겨 내려가게 해 잎사귀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최근 들어 이런 디자인이 따로 청소가 필요 없는 건물 외관에 적용되면서 화학물질과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p.121
흥미진진한 사례들,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바나나를 예로 들어보자. 바나나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이다. 영국인들은 매년 약 60억 개의 바나나를 먹어치운다. 그러나 노란 껍질에 싸인 이 길쭉한 열대 과일은 기본적으로 모두 똑같다.
몇 천 년 전 찌는 듯이 무더운 열대 밀림에서 한 농부가 진기한 과일을 생산하는 바나나 종자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대부분의 바나나와 달리 이 특이한 바나나나무는 크고 달콤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농부는 자연 돌연변이의 결과로 생겨난 이 바나나나무가 뭔가 특이하다는 점을 깨닫고 번식시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돌연변이가 과일을 불임으로 만드는 바람에 씨앗을 생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특이한 나무를 유지하기 위해 농부는 가지를 꺾어 심었고, 그 첫번째 꺾꽂이를 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바나나의 경우 아주 오래전부터 유전자 교환이 전혀 없었다. 그 때문에 오늘날 우리의 과일 바구니를 빛내주는 이 과일 나무는 사실상 모두 똑같다. 다시 말해 복제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선호하는 품종이 유성생식을 통해 생겨난 씨앗이 아니라 꺾꽂이한 나뭇가지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번식 방법은 우리가 좋아하는 과일을 진화의 행렬에서 쫓아내고 말았다. 최초의 돌연변이종은 몇천 년 전 처음 발견되었을 때 질병 저항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격을 이겨내는 나무의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바나나는 유전자가 줄곧 고정된 상태로 있지만 바나나에 질병을 유발하는 유기체는 그렇지 않다. 병원체는 성공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유전자 구조를 계속 이리저리 바꾸고 뒤섞는다.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병원체에 취약해진 바나나가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p.125,126
바나나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재배되고 있었구나.
2006년 9월 태풍 상산이 필리핀, 베트남, 타이 등지를 강타하면서 헤드라인 뉴스로 떠올랐다. 태풍은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수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홍수와 산사태는 필리핀 국립식물유전자자원연구소도 휩쓸었다. 그 와중에도 땅콩, 수수, 옥수수 품종 표본은 웬만큼 건졌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고, 그 바람에 수세기에 걸쳐 개발한 농작물 품종이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유전자 은행이 새로운 표본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복제해 다른 시설에 보관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130
흥미로운 사실.
지구에는 약 14억 입방킬로미터의 물이 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약 40억 년 전 아직 어린 지구와 충돌한 혜성에 묻어 이곳에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이후로 물은 한순간도 순환을 멈추지 않았다. 구름에서 비로, 비에서 강과 바다로, 바다에서 다시 구름과 비로, 비에서 다시 강과 바다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물은 때로는 얼음에 갇히기도 하고 때로는 식물과 동물에 흡수되었다가 도로 빠져나오기도 한다. 담수를 다시 채워주는 이 끝없는 순환이 땅의 모든 생명을 지탱해준다. 그러나 액체 담수 상태로 있는 비율, 즉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의 상태로 있는 비율은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p.203
와, 물의 대부분이 다른 혜성과 충돌해서 묻어왔을 거라니, 그걸 어떻게 알지? 과학의 세계는 정말이지……
토니 주니퍼
널리 알려진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환경 파괴 없는 발전과 환경보존을 촉진시키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 운동을 전개해왔다. ‘지구의 친구들’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환경운동 분야에서 탁월한 역할을 맡아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영국의 국가교통정책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던 도로건설 반대운동에서, 1997년에는 교토의정서의 체결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1999년 시애틀에서 체결된 세계무역협정으로 인해 예견된 환경적 파급효과에 대해 항의운동을 펼쳤던 시민사회연합의 일원으로서 활동했다. 그 밖에 유전자조작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터키 일리수 댐 건설에 영국이 참여하는 데 반대운동을 펼쳤다. 찰스 왕세자의 국제지속가능성협회와 케임브리지대학교, 여러 세계적인 기업들에 자문을 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찰스 왕세자, 이안 스켈리와 함께 쓴 『조화Harmony』 『지구 구하기Saving Planet Earth』 『지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열전구가 필요한가How Many Lightbulbs Does It Take to Change a Planet』 『스픽스의 앵무새: 세상 하나뿐인 앵무새 살리기Spix’s Macaw: the Race to Save the World’s Rarest bird』, 마이크 파와 공동 저술하여 상을 받은 『앵무새Parrots』가 있다. 이 책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What Has Nature Ever Done For Us?』는 ‘자연자본’의 개념을 통해 개발보다 보존이 인간에게 더 많은 실익을 줄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