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2016 독서목록 40/120 (2016.6.25)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학의 모든 것] — 강현식/한빛비즈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이것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초면에 예의바르게 서로를 인사를 나누는 관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이일수록 갈등이 잘 생긴다. 그래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많이 와 닿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마음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나의 마음이다. 항상 일관될 것 같지만, 전혀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그 동안 유독 심리학 책에 눈길이 갔었나보다.
하지만 시중에 많이 팔리는 심리학 책 중에 제대로 심리학을 소개하는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마도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제대로 소개를 하자니 지루해지고, 지루하지 않게 하자니 제대로 소개하기 어려운 것이 이유일 것이다. 심지어는 일반인인 내가 보기에도 심리학의 탈을 사이비도 제법 있다. 그래서 강현식의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는 읽으면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기게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제대로 심리학을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보이고, 시중에 떠다니는 사이비 심리학과 진짜를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 가뜩이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헛갈리는데 거기에 사이비까지 덧칠이 되어있으면 아마도 무지몽매에서 깨어나기가 더 어려우리라. 우리는 “OO출신 사람들하고는 어울리지 마라”라든가, “B형 남자는 나쁜 남자야”라는가 하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인생의 가치기준으로 삼고있는 무지몽매한 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무지몽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제대로 된 앎이 아닌가?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고 해서 인생이 잘 살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심리학을 잘 안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나의 감정을 더 잘 절제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을 잘 안다면 남이 내게 상처를 주거나, 내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난 후에 그것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변명이라 생각되어도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한줄요약 : “사이비에 속지 말고, 제대로 심리학 궁금해?”
★★★★☆
사실 큰 틀에서 보자면 심리학을 비롯한 현존하는 여러 학문은 그 뿌리를 철학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박사학위명이 Ph. D.(Doctor of Philosophy)인 것이죠. p.19
아, 그렇구나.
도대체 언제부터, 또 왜, 피와 인간의 마음이 엮이게 되었을까요? 그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가장 먼저 1901년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 란트 슈타이너가 혈액형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 독일의 내과 의사 둥게른과 폴란드의 생물학자 힐슈펠트는 <혈액형과 인류학>이라는 논문에서 혈액형에 따라 인종 간 우열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펼쳤습니다. 이 당시에는 인종간 우열을 기정사실처럼 믿는 과학자들이 많았고,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 온갖 생물학적 증거를 갖다 붙이기에 급급했습니다.
이 영향이 일본까지 미치게 됩니다. 1927년 일본의 한 철학자가 <혈액형을 통한 기질 연구>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혈액형과 인간의 성격을 구분하기 시작한 이후, 일본에서는 이력서에 혈액형을 써넣는 칸이 생길 정도로 열풍이었다고 하네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갔던 혈액형 열풍은 1970년대 들어서 다시 불기 시작했습니다. 저널리스트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을 낸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가 사망한 후에는 아들인 노미 도시타카가 혈액형 유형론에 대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노미 씨 부자가 주장하는 혈액형 유형론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일까요? 정말 혈액형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정확할가요? 심리학자와 의학자를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굳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잠깐의 생각만으로 혈액형 유형론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ABO 식 혈액형은 적혈구에 붙어 있는 단백질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런 단백질이 어떻게 인간의 복잡한 성격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성격을 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페루 인디언은 100퍼센트가 O형이라는데, 이들의 성격은 모두 같을까요? 아무리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입니다. p.70,71
정말 이해안되는 것이 혈액형에 따른 성격이다. 대중은 무지하다는 말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이제 두통을 유발하는 내용은 끝났습니다. 요점을 정리해 드리죠. 성격심리학의 여러 이론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은? 특질 이론입니다. 특질 이론의 대표는 바로 5요인 모형입니다. 자, 이제 5요인 모형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특질이 무엇이고, 각각 어떤 성향을 의미하는지 하나씩 알아봅시다.
첫 번째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입니다. 경험에 대해 열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특질이 높은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생각이 깊은 경향이 있습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을 선호합니다.
두 번째는 ‘성실성’입니다. 양심성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 특질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매사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를 좋아합니다. 꼼꼼하고 약속을 잘 지키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외향성’입니다. 외향성이라는 말은 많이들 들어보았죠?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로 향한다는 의미인데요, 이들은 세상에 대해 의욕적으로 접근하며, 지루한 것을 못 견딥니다.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죠.
네 번째는 ‘우호성’입니다. 이 특질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친절하거나 이타적이고, 대인관계에서 협력을 잘하며, 자신이 속한 모임에 대한 애착이 높은 경향입니다. 타인의 의견을 잘 따른다고 해서 동조성이라고 번역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친구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우호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신경증적 경향성’입니다. 불안이나 분노, 적대감과 우울, 자의식과 충동성이 높은 경향입니다. 감정의 기족이 많은 편이죠. 보통 예술가들은 이 특질이 높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하지 않더라도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사는 분들은 이 특질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p.78,79
이렇게 다섯 가지로 압축되는구나.
융은 사람의 판단과 행동에서 자신이 중요한지, 타인이 중요한지에 따라 구분했습니다. 일례로 어던 음식이 맛있다고 할 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도 맛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라면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보다는 주변 사람들이나 외부의 기준에 따랐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무리 주변에서 맛있다고 해도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서 맛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객관적인 사실이나 자신이 얻은 정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예민한 편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심리적 에너지가 외부를 향해 있을 때 외향적이라고 하고, 내부를 향해 있을 때 내향적이라고 합니다. p.88
내가 구분하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역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리드만과 프레이저는 캘리포니아의 가정집을 방문해서 안전운전 캠페인의 일환으로 커다란 공익광고판을 마당에 설치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무리 공익도 좋지만 개인 가정집에 와서 그런 부탁을 하니 들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대략 20퍼센트만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2주 전에 동일한 캠페인이라면서 캠페인 동참 서명을 받고 창문이나 차량에 작은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응했던 주부들의 경우는 무려 50퍼센트 이상이 공익광고판 설치를 허락해주었다고 합니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캠페인 동참 서명과 작은 스티커 붙이기’라는 어렵지 않은 부탁을 먼저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이처럼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들어줄 만한 작은 부탁을 먼저 하고 큰 부탁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동의를 쉽게 얻어내는 심리 전략을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라고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발 한쪽을 먼저 들여놓는 데 성공하면 결국 그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수월해지는 것처럼요.
이 기법은 세일즈맨들이 사용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입니다. 물건을 잘 파는 세일즈맨들은 처음부터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기보다는 먼저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작은 부탁을 하죠. 이렇게 조금씩 우리의 마음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은 후 결국 예상에도 없던 지출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p.114,115
조금 유명한 기법.
사전적 의미로 보면 연애의 고수는 연애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연애의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소위 ‘작업’을 잘해서 여러 이성과의 새로운 만남을 많이 갖고 또 그만큼 헤어지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대 위기를 잘 극복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일까요? 저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우정에 있어서는 고수를 따지지 않지만, 만약 우정에서도 고수가 있다면 단지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가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서 틀어지고 마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친구와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있어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관계를 깨지 않고 잘 유지하는 사람이겠죠. 이런 면에서 볼 때 연애의 고수라고 떠벌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소통을 못 한다는 증거입니다. 어쩌면 연애의 소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연애의 하수인 것이죠. p.130
빙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달리 보자면 뇌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사이먼 배런 코언은 남자의 뇌를 ‘체계화하는 뇌’, 여자의 뇌를 ‘공감하는 뇌’라고 칭합니다. 남자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고, 여자는 그 일 때문에 일어난 감정에 대해 공감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p.132
상당히 공감이 간다.
대화와 섹스만을 놓고 본다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남자는 여자와의 섹스를 위해서 여자가 그토록 원하는 대화를 하는 척하고, 반면 여자는 남자와의 대화를 위해서 남자가 미치도록 원하는 섹스에 마지못해 동의합니다. 만약 여자가 대화만 하고 섹스를 다음으로 연기하거나, 남자가 섹스만 하고 잠만 잘 때 속았다는 느낌에 분에 못 이겨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 자는 남자와 정서적 교감을 원하고, 남자는 여자와 신체적 교감을 원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느끼는 질투 역시 다릅니다. 상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남자는 “그 남자랑 잤어?”라고 묻지만, 여자는 “그 여자 사랑했어?”라고 묻습니다. 다시 말해 남자는 여자의 신체적 부정에, 여자는 남자의 정서적 부정에 격노하죠. p.135
으흠~~
그렇다면 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제대로 된 심리검사는 어떨까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뢰도’입니다. 신뢰도란 검사를 여러 차례 실시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즉 일관된 결과를 보이는지 따져 묻는 것입니다. 신뢰도는 용어 자체로 보자면 믿을 수 있는지 따져 묻는 것인데, 믿기 위해서는 먼저 변덕스럽지 않고 일관되어야 하겠죠. 이런 면에서 신뢰도는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타당도’입니다. 타당도란 검사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따져 묻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성격검사가 정말 성격을 측정하고 있는지, 지능검사는 지능을 측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입증해야 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심리검사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검사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장애가 있는지 알기 위해 만들었는데 정신장애보다는 성격 특징을 측정하기도 하고, 직업에 따른 적성(능력)을 측정하려고 만들었는데 직업에 대한 선호도(흥미도)를 측정하는 검사도 있으니까요. 타당도는 정확성의 문제입니다.
마지막 기준은 ‘표준화’입니다. 표준화란 누가 검사를 실시하고 채점, 해석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라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지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검사 점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인 ‘규준norm’을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지능이 높거나 낮다는 해석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은 보통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는지 알아야겠죠. 규준이라는 비교 기준이 필요합니다.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당연히 규준이 없습니다. 규준을 얻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검사를 실시해야 하거든용. 이런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심리학자들은 심리검사를 만들고 실시합니다. p.159,160
신뢰도, 타당도, 표준화, 그리고 규준이 필요하구나.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학계와 의사, 환자들은 정신분열이라는 이름의 개명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2011년 관련 법 중 최상위 법인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정신분열은 ‘조현병調絃病’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이 고르다’라는 뜻입니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악기를 튜닝하고 조율하는 것이죠. 악기의 줄을 정확히 고르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듯이, 뇌에 이상이 생기면 행동이나 마음에 문제가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p.202
정신분열이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않는구나.
현대 과학의 개념은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주장을 따릅니다. 포퍼는 1934년 자신의 책 [과학적 발견의 원리]에서 과학의 기준을 ‘반증가능성’이라고 천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만 과학적 주장은 증거 앞에서 입증될 수도, 그리고 반증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214
절대적으로 옳다고 증명된 과학적 원리도 있지 않나? 뉴턴의 운동 법칙 같은 것도 반증이 되나?
이런 사람들을 치료 장면에서 자주 접하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한 단계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서 자아, 초자아, 원초아로 구분했습니다. 자아(독일어 Ich, 영어 I, 라틴어 ego)는 그냥 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초자아(독일어 Uber-Ich, 영어 Over-I, 라틴어 superego)는 도덕성이나 양심, 자아 이상입니다. 원초아(독일어 Es, 영어 it, 라틴어 id)는 욕심과 욕구입니다.
우리(자아)는 늘 원하는 것(원초아)과 해야 하는 것(초자아)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누군가 나를 욕했다면 마음 한편에서는 그 사람을 찾아가 몇 배로 쌍욕을 하면서 갚아주고 싶지만(원초아), 웬지 그러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사람처럼 수준 낮게 맞대응하기 싫다는 마음(초자아)도 있습니다. 한밤중 배가 고파서 마음껏 야식을 즐기고 싶지만(원초아), 다음 날 아침 부은 얼굴이나 늘어난 체중이 걱정되어(원초아), 왠지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아 별 관심 없는 척(초자아)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마음의 작동 원리입니다. p.218,219
초자아를 각성시키면 뭔가 될까? 초인? 초자아로 자아와, 원초아를 통제할 수 있다면 뭐가 될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후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 정보(시각, 청각, 미각, 촉각)는 시상이라는 뇌의 구조물로 정보를 보냅니다. 후각 정보는 시상이 아닌 편도체로 들어갑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냄새가 들어가는 셈이죠. 냄새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나 정서는 강렬합니다. 전 세계 향수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냄새와 정서가 얼마나 밀접한지 알 수 있죠.
게다가 다른 감각 정보는 해석에 따라 정서가 달라지지만, 후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가 저 멀리 똥 같은 것이 보였을 때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맛있는 소보로 빵이었다면 불쾌감은 금방 사라집니다. 갑자기 다리에 벌레 같은 것이 느껴지면 깜짝 놀라지만, 다시 확인해보니 나뭇잎이 스쳐 지나간 것이라면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그러나 후각은 좀 다릅니다. 그것이 제아무리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이라고 해도 냄새가 싫으면 끝까지 싫어지죠. 우리나라 음식 중에는 청국장이 그렇습니다. 한번 안 좋은 냄새를 맡으면 그 불쾌감 때문에 오랫동안 먹기를 거부합니다. p.262
냄새가 주는 각인효과가 매우 크구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같은 ‘나’일까요, 다른 ‘나’일까요? 시간이 지나면 피부도 때로 변신해 밀려가고, 머리카락도 힘없이 땅으로 떨어집니다. 손톱도 일정 기간마다 잘려나가죠. 단지 눈에 보이는 것뿐일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신체의 모든 조직도 그렇습니다.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원자atom 수준에서 우리의 간은 6주, 피부는 1개월, 위벽은 5일마다 새롭게 생성되며,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뼈도 3개월마다 새것으로 교체됩니다. 그래서 일 년 전과 지금의 여러분은 물리적으로 98퍼센트나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다르다고 느끼지 않죠. 어떻게 물리적으로 다른데 심리적으로 다르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기억에 있습니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입니다. p.275
테세우스의 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또한 장기 기억의 용량은 무제한이라고 합니다. 얼마든지 정보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소리죠. 학창 시절 머리가 가득 차서 더 이상 공부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그러나 그것은 느낌의 문제일 뿐 입니다. 더 이상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가득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뿐이죠. 에너지를 충전하면 우리는 다시 얼마든지 머릿속에 정보를 넣을 수 있습니다. p.279
기억에는 한계 용량이 없구나.
대단한 정신력 이면에는 스트레스 노출 훈련이라는 스포츠심리학의 과학적 접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상상 훈련’이었습니다. 다른 말로는 ‘시각화’라고 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이 운동하는 장면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입니다. 만약 테니스 선수라면 손에 라켓을 잡고 코트에 서 있는 것을 상상합니다. 태양과 구름은 어떤지, 관중은 몇 명 정도인지, 상대 선수는 누구인지 등 상상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공이 어떻게 넘어왔고, 자신이 이것을 어느 쪽으로 치는지를 상상합니다.
이렇게 상상만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가요? 미국 시카고 대학의 스포츠심리학자 주드 블라스로토의 실험을 소개해드릴께요. 그는 자유투 성공율이 비슷한 농구 선수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매일 한 시간씩 자유투 연습을 하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상상 훈련만 시켰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집단에게는 아무런 연습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30일 동안 지시한 대로 훈련을 시킨 후, 다시 골대 앞에 서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유투를 던지게 했죠. 그 결과 첫 번째 집단은 자유투 성공률이 24퍼센트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하지 않았던 마지막 집단은 실력이 형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상상 훈련을 했던 두 번째 집단은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자유투 성공률이 23퍼센트나 증가했습니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농구공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뇌에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실제와 상상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사과를 직접 볼 때와 사과를 상상할 때 흥분하는 뇌의 부위가 같기 때문입니다. 실제와 상상을 구분 못 한다니 언뜻 믿어지지 않죠? 여러분의 삶에서 아주 행복했던 기억이 있나요? 그럼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려보세요. 가능한 한 자세하게 말이죠. 기분 좋은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면접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우리는 긴장합니다. 당장 면접이나 시험을 보는 중이 아니라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 상황을 상상하니 긴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상 훈련이 단지 뇌만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신체 반응 역시 변화한다고 합니다. 실제 근육 훈련을 하지 않고 단지 상상만 하게 했을 경우에도 근육량과 근육 강도가 증가하며, 런닝머신에서 달리는 것을 상상하게 해도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비단 운동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경험과 연습, 실제 훈련 못지않게 상상만으로도 준비가 가능합니다. 중요한 발표를 해야 하거나 시험이나 면접을 앞둔 상황, 운동을 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할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p.422~424
뇌는 통제가 가능하다.
강현식
필명:누다심 ‘심리학은 행복으로 가는 공부다’
사람이 알고 싶어서, 사람을 돕고 싶어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자신과 타인, 그 사이의 공간, 삶의 의미와 행복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심리학을 전하고 싶다.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글쓰기와 강연을, <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다양한 주제의 모임과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