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경 신부의 장자 읽기

2016 독서목록 20/120 (2016.4.2)

[정호경 신부의 장자읽기] — 정호경/햇빛출판사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에 비해서 어릴 때부터 자주 접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 깊이를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고 알면 알수록 어려움을 만나곤 한다. 우리는 그러한 동양철학 중에 특히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한 유교의 사상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유독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노장사상에 흠뻑 빠져있는 있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분명 장자의 사상은 복잡하고 머리 아픈 현대를 살아가는 데 삶의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장자는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가 아니면 읽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책이다. 하지만 [정호경 신부의 장자읽기]는 워낙 쉽게 읽어낼 수 있다고 강하게 권유했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친구의 권유대로 쉽사리 읽어낼 수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정호경 신부의 친절한 해설이 또 현대인의 삶에 장자의 사상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상의 크기와 깊이를 가진 장자를 이렇게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통한 축복이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와 나비는 분명히 다르니, 이것은 사물의 겉모습이 달라진 것이다. 결국 그가 나고, 내가 그인 것임을, 그를 통해 나를 보고, 나를 통해 그를 보이게 하는 것이 삶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부분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 가끔은 모든 문제를 내려놓고 좀 더 크게 보고 깊이있게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한줄요약 : “쉽게 읽는 장자, 짱”

★★★★☆


자기에게 좋은 것을 좋다고 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한다. 줄곧 다니면 길이 나듯이, 사물도 그렇다. 싫다고 하니까 싫은 것이 되고, 좋다고 하니까 좋은 것이 될 뿐이다. 사물은 좋은 것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 좋으니 싫으니 생각할 것도 없고 싫을 것도 없다. p.43

그러게 좋고 싫음의 모든 기준은 단지 나에게 있을 뿐인데, 그게 조절이 안된다.

가장 성숙한 경지는, 도와 하나된 경지, 천지만물과 하나된 경지입니다. 천지만물과 하나가 되었으니, 저기 무엇이 있고, 저기 누가 있다는 의식을 할 리가 없고, ‘나’마저 떠난 지인의 경지이니, ‘사물은 애당초 없는 것’입니다.

다음의 성숙한 경지는, 사물을 대상으로 의식하지만, 나와 너, 내 것과 네 것을 벗어난 경지입니다. 분별심을 벗어났으니, ‘사물은 있지만, 애당초 구별은 없는 것’입니다.

그 다음의 성숙한 경지는, 사물을 대상으로 인식하고, 나와 너,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지만, 시비를 하지 않는 경지입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남을 돕지는 못해도 남과 자연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구별은 있지만, 애당초 시비가 없는’, 무척 성숙한 경지입니다.

문제는 다음부터입니다. 노이로제 단계와 절망적인 정신병 단계입니다. 장자는 노이로제까지의 단계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비가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p.49,50

쉽지 않는 성숙한 단계이다.

그 나무(신목)가 말합니다. ‘나무 전문가로 행세하는 자네가, 뭘 몰라도 한참 몰라! 자네가 쓸모있다고 여기는 나무의 일생을 생각해 보게. 쓸모있기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되고, 제 명대로 못살지 않던가! 도대체 <쓸모>란 게 뭔가? 도대체 <능력>이란 게 뭔가? 쓸모있어서 행복하던가? 능력있어서 행복하던가? 일등이 꼴찌보다 행복하던가? 자네가 나무를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첫 단추 끼우기부터 틀렸어. 자네가 안다는 것의 출발점과 기준이, 오직 쓸모와 능력 아닌가? 자네 주변을 둘러보게. 쓸모있는 인간, 능력있는 인간이 행복하던가? 걱정도 더 많고 고통도 더 크지. 정신없이 설치다가, 제 명도 못살지 않던가? 이게 다 자업자득이야.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지.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네. p.130

그렇다면 쓸모없고 능력없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잘 살아간다는 말인가? 지금의 시대상에 이 글을 얹으면, 생각이 짧은 사람들은 쓸모없고 능력없는 사람이 더 세상을 잘 살아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위안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뭔가를 깨고 얻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정호경

194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철학, 신학, 심리학을 공부하고 1968년 신부가 되어 1980년대에는 카톨릭농민회 전국지도신부를 하다가 시방은 봉화 풍락산 기슭에 손수 집을 짓고 밥짓기, 농사짓기를 배우며 살고 있다.

쓴 책은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분도 ‘84), [더불어 살기 운동](한길 ‘86), [해방하시는 하느님](분도 ‘87), [밥도 먹고 말도 하고](분도 ‘94), [가자! 가자! 함께 가자!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 — 반야심경](햇빛 ‘97), [손수 우리집 짓는 이야기](현암 ‘99), [정호경 신부의 우파니샤드 읽기](햇빛 200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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