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던 세상

2017 독서목록 5/100 (2017.1.18)

[지금까지 없던 세상: 당신이 만날 미래의 업] — 이민주/쌤앤파커스

세상이 변한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정말 빠르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가올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해가겠지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앨빈 토플러의 [미래쇼크]와 [제3의 물결]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제3의 물결이 아니라 한 30의 물결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예능을 하는데 다큐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 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내면 어느 순간 도태되거나 멸종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책에 열광하는가 봅니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쇼크]와 [제3의 물결]은 정말 명저입니다. 40여년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아직도 그 책을 뛰어넘는 미래예측의 책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민주의 [지금까지 없던 세상]도 그와 비슷한 미래 예측과 관련된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논리는 두가지 부분에서 제게 공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제가 공감하지 못하는 첫번째 부분은 현재의 고용사회 붕괴와 관련된 분석입니다. 비정규직이나 현재의 취업난에서 기업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과 대기업 CEO의 고액 연봉은 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것은 비용을 절감한 것이고 수백억대의 최고경영자 연봉은 비용을 늘리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에서는 그것을 당연하게 보지만 독일 등의 자본주의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감하지 못하는 두번째는 사소한 업무가 사라지는 것도 마치 미래를 적응하지 못해 직업이 사라지는 것의 예로 드는 부분입니다. 업무가 사라지는 것과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명확히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은 너무 기업 프랜들리 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긴 하지만 , 큰 줄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나름대로 미래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가치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가치관을 주장하고 설득하려면 좀 더 치밀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주장은 그저 자기만의 메아리일 뿐이니까요.

한줄요약 : “대기업의 시각으로 본 현재의 경제상태와 미래, 그리고 뻔한 자기개발류의 대책”

★★★☆☆


통신 기술이 미비하던 1950년대 중반, 미국 시티뱅크의 어느 은행장은 뉴욕 본사 사무실에서 해외 지사들과 통화를 할 때 한나절을 소비해야 했다. 운이 나쁘면 하루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수십 번 돌려야 운 좋게 신호음이 전달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 한 통을 하지 못해 업무 처리가 며칠씩 늦어지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그래서 이 은행장은 해외 지사장과 일단 전화가 연결되면 절대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통화할 수 있도록 하루 종일 수화기를 든 채 큰 소리로 책이나 신문을 읽어대곤 했다. 시티뱅크의 해외 지사장들도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티뱅크의 해외 지사장들도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해외 지사장들은 ‘다이얼 돌리는 사람’을 여럿 고용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하루 종일 전화기 앞에 앉아 전화기의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었다. 일단 전화가 연결되면 하루 종일 연결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그러던 것이 1976년 미국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전화선이 6개 추가되면서 미국인들은 동시에 4,000회선을 통화할 수 있게 됐다. 1988년에는 미국과 대서양을 잇는 최초의 광섬유 전화선이 설치되면서 동시에 4만 회선의 통화가 가능했졌다. 미국의 해외 지사장들은 ‘다이얼 돌리는 사람’을 여럿 고용할 필요가 없었졌다. ‘다이얼 돌리는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그들은 해고왰다. 당시 미국의 소비자들은 전화기를 비롯한 신기술과 신제품에 열광했는데, 그것이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파괴한다는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미국 고용 사회의 막을 내리게 한 또 하나의 요인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미국 시장에 대한 저가 공세였다. 이들 개도국은 풍부한 노동력을 강점으로 자동차, 전자제품,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싼값에 쏟아냈다. 미국의 자동체 업체는 뒤늦게 위기를 감지하고 원가 절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기업들은 직원 급여가 과다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원가명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급여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p.50,51

이건 좀 비약이 심한 논리가 아닌가? 다이얼 돌리는 사람의 업무 가치가 너무 적지 않나? 그들은 해고된 것이 아니라 파트타임 정도의 직업일 뿐이지 않은가? 단지 비서의 업무가 통합되어 간 과정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시의 안정적인 고용 사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주요 산업에 소수의 대기업이 과점 체제를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과점 체제에서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그래서 고용 안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우리는 앞서 1950년대 미국의 사례에서 관찰했다. 1980년대 중반 통계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이 쓰던 공산품의 62%가 독과점 기업들의 생산품이었다. 이들 산업에 신규 진입자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정부의 대기업 지원 정책이 있었다. 정부는 소수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체제를 적극 옹호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주요 산업에서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봉쇄했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이 지점에서 탄생했다. p.73

그렇게 혜택을 받은 대기업이 이제는 자기들의 배를 줄이지는 않고 다른 사람의 배만 줄인다.

2015년 1월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1,800만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반면에 대기업 정규직은 10%(180만 명)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공장을 둘러보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장은 여전히 활기차게 가동되고 있지만 현장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자기술, 기계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고,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산업 자동화기기는 이제 용접은 물론 바퀴를 끼우는 일까지 다 한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는 50여 년간 지속됐던 고용 사회의 종말을 목격한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p.86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가?

편의성을 무기로 하는 모바일은 대중화의 속도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빠르다. 2007년 6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i을 세상에 내놓은 지 8년이 지난 2015년 4월 현재 지구상 스마트폰의 사용자는 20억 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 72억 명의 27%에 해당한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보급된 기기는 없었다. 이미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이전의 혁신적인 기기로 일컬어지는 PC보다 5배가 넘는다. 2020년이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억 명으로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구상의 인구의 과반수, 경제 활동 인구의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2015년에만 5억명의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p.103,104

스마트폰의 보급은 정말 놀랍다.

주변을 둘러보면 기업은 성장하지만 직원의 근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노동자 숫자도 줄어드는 사례를 흔하게 접하게 된다. 미국의 거대 기업 월마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월마트는 직원들에게 최저 임금을 간신히 넘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월마트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고객에게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임직원의 급여를 높게 책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임직원의 업무 능력이 아니라 공급사슬망관리SCM에 있다. 공급사슬망관리란 원재료가 공장에 입고돼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이것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월마트의 입장에서 임직원이 이런 사슬망에서 나사못처럼 일하는 존재일 뿐이다.

미국의 또 다른 거대 기업인 맥도날드도 사정은 유사하다. 맥도날드의 경쟁력은 최적화된 매뉴얼, 기계, 시스템이다. 임직원의 노하우나 업무 능력이 아니다. 맥도날드는 대규모 금액을 투자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면서 매장에 근무하는 작업자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직원을 채용할 때 품성이나 인성, 자질을 그다지 따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장은 어차피 기계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아주 간단한 훈련을 통해 기계를 조작하기만 하면 된다.

이윤을 내야 살아남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월마트나 맥도날드의 이런 경영 방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시 말해 직원들의 낮은 보수는 월마트를 비롯한 대기업의 경영진이 특별히 잔인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들은 정해진 게임의 룰에 따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이 노동자의 고용 의무까지 수행하는 진정한 ‘굿 컴퍼니’가 되기는 쉽지 않다. p.225,226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저임금이 아니면 생존이 안되는 회사가 아니라 이익을 어마무시하게 내는 회사인데, 그 이익의 아주 작은 부분도 노동자들에게는 주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건 저자의 시각이 너무 친기업적이다.


이민주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I.H.S 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한국의 대표적인 투자교육 및 경제교육 전문회사로 키웠다. I.H.S 버핏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가치투자 MBA][미래설계(은퇴) MBA][경영 혁신 MBA]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가 인생, 투자, 경영을 주제로 아침마다 보내고 있는 이메일 매거진 [행복한 투자 이야기]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버핏연구소 설립에 앞서 한국일보 기자로 17년을 근무했다.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로 근무하던 2007년 5월 미국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미팅을 취재하고 국내 기자로는 처음으로 워렌 버핏을 인터뷰했다. 그가 쓴 책으로는 10만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을 비롯해 『대한민국 산업분석』 『워렌 버핏』 『휴대폰 하나, 컴퓨터 한대로 100억 부자가 된 사람들』 『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 읽는 법』 『워렌 버핏, 한국의 가치투자를 말하다』 등이 있다.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