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KLUGE

2015 독서목록 2/139 (2015.1.3)

[클루지KLUGE :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 캐리 마커스/갤리온/원제: Kluge — the haphazard construction of the human mind

인간의 기억력은 확실히 불완전하다. 가끔 아내와 말다툼을 할 때, 처음에 내가 화가 난 상태에서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아내가 뭔가를 대단히 실수한 것 같았는데, 아내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중엔 내가 잘못한 부분도 상당히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가끔 가족들이 모여 옛 이야기를 할 때면, 대학을 결정한 이유라든가 결혼과 관련된 것과 같은, 상당히 중요하고 확실한 일들도 부모님과 나와 그리고 내 동생들이 기억하는 것들이 제각각일 때가 있어 어리둥절 할 때가 있다.

인간은 확실히 불완전한 존재다. 기억체계도 컴퓨터와 달리 허술하기 짝이 없고, 언어 체계도 모호하고 애매할 때가 많다. 정신체계도 비합리적인 결정과 감정적인 결정 투성이다. 저자는 이렇게 허술하고 서툴기 짝이 없는 해결책을 클루지Kluge라는 용어로,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비유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심리학자, 언어학, 분자생물학에 정통한 저자가 결론으로 맺는 것은 이런 인간의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이 위대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임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가끔은 내가 하는 사고와 행동이 못마땅할 때가 많지만, 이제는 그런 가운데에서도 뭔가 괜찮은 것들을 실행해나가는 나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줄요약 : “우린 완전하지 않아!”

★★★★☆


인간은 때때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멍청하기도 하다. 인간은 우상 숭배에 빠지기도 하고, 인생을 망치는 약물에 중독되기도 하며, 간밤의 토크쇼에서 지껄이는 헛소리에 홀딱 넘어가긱도 한다. 우리 모두는 이런 유혹에 취약하다.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옆집 녀석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롬 그룹맨Jerome Groopman의 [박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How Doctors Think?] 또는 바바라 터치맨Barbara Tuchman의 [바보들의 행진The March of Folly] 같은 책들이 잘 보여주듯이 박사들, 변호사들, 세계의 지도자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p.29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들리는 말이다.

컴퓨터의 기억이 훌륭히 작동하는 까닭은 정보가 거대한 지도처럼 조직되도록 프로그램이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데이터 뱅크에 있는 모든 항목은 고유한 위치 또는 ‘주소’를 가지고 있다. 가히 ‘우편번호 기억postal-code memory’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런 체계에서는 특정 기억을 인출하려면 그냥 해당 주소를 찾아가면 된다. 64메가바이트 메모리 카드는 이런 주소를 약 6,400만 개 가지고 있으며, 각 주소에는 8개의 이진수로 된 한 ‘단어’가 들어 있다.

우편번호 기억은 간단하고도 강력하다. 이것을 적절히 사용하기만 한면 컴퓨터는 거의 모든 정보를 거의 완벽하게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기억은 수정하기도 쉽다. ‘레이첼 C.’가 ‘레이첼 K.’로 이름을 바꾸었으면 더 이상 그를 ‘레이첼 C.’로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슬프게도 인간의 기억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우리가 우편번호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의 산맥 어디에서도 이런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한 조각 정보가 정확히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아주 막연하게 ‘뇌 속 어딘가에’ 있다는 것 외에는) 거의(또는 전혀) 알 수 없다. 게다가 우리의 기억은 우편번호 기억과는 전혀 다른 논리에 따라 진화하였다.

우편번호 기억 대신에 우리는 일종의 ‘맥락 기억contextual memory’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기 위하여 맥락이나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단서를 사용한다. 이것은 우리가 특정 사실을 필요로 할 때마다 마치 우리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다. “음, 뇌야 안녕? 귀찮게 해서 미안한데, 1812년에 일어난 전쟁에 관한 기억이 필요하거든. 나에게 뭐 줄 것 없니?” 때때로 우리의 뇌는 고맙게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해준다. 만약 내가 영화 <E.T.>와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를 제작한 감독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순신간에 정답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보가 여러분의 뇌 속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여러 가지 단서를 사용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다. 그리고 일이 잘 굴러갈 때는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머릿속에 그냥 ‘탁’ 떠오른다. 이럴 때 기억에 접근하기란 쉼쉬기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p.38~40

정 보를 담아내는 그릇이 완전히 다르니 작동방식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중에 혹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류의 이야기에 핵심에는 기억체계에서 출발한 연산과 합리적 사고, 그리고 직감적 사고와 감정등으로 번져나가는 능력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어떤 신념을 가지는 유기체는 그 신념이 어디서 생겼는지,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콜게이트Colgate가 좋은 치약이라는 나의 신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컨슈머 리포츠Consumer Reports>에서 실시하고 발표한 이중 맹검盲檢을 내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인가? 아니면 내가 콜게이트 광고를 좋아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콜게이트와 기타 ‘대표 상품’들을 내가 직접 비교해본 결과인가? 나는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p.71

우리는 지극히 주관적인 선호도로 움직이며 선택한다. 그것이 합리적이지 않을 것을 안다고 해도 그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선호도는 왜 합리성과 차이가 있을까?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가운데 많은 것들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간단한 문제다. 초코바는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잠깐 동안만 그렇다. 그러다 이내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섹스, 영화, 텔레비전 쇼, 록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강렬한 쾌락들은 많은 경우 일시적인 것이다. p.215

이런 일시적인 것에 끊어내지 못하고 중독되는 인간은 정말 어리석다. 인간이 이런 감각적 쾌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런 조절이 가능할까? 가능할 것도 같고, 그 마저도 일시적일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연구들은 부가 행복을 오직 조금만 예측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물질적인 재화는 종종 엄청난 초기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우리는 이내 그것에 익숙해진다. 새로 장만한 아우디Audi 자동차를 처음 운전할 때는 그야말로 날아갈 심정이겠지만, 이 차도 결국에는 다른 차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운송수단일 뿐이다.

얄궂게도 정말로 중요한 듯한 것은 절대적 부가 아니라 상대적 수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료 직원들의 평균 수입이 900만 원인 직장에서 800만 원을 받을 때보다 더 만족해한다. 지역 사회의 전반적인 부가 증가하면 개인의 기대도 덩달아 부풀어 오른다. 우리는 그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결국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더 열심히 일해도 행복의 수준은 본질적으로 그대로운 행복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p.219

상대적 만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매우 공감이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환경을 바꾸곤 한다. 남들에게 박수쳐주는 것이 지쳐서 말이지…

정상적인 사람들이 때때로 통제력을 잃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인지적 클루지들의 얄궂은 장난이 작용하고 있다. 흥분의 순간에 너무 자주 반사 체계에 우선권을 넘겨주는 어설픈 자기통제 장치, 언제나 또는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확증 편향의 사악한 쌍둥이라 할 동기에 의한 추론,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날 때면 그에 대한 불쾌한 과거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맥락의존적인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차가운 이성을 압도하는 ‘뜨거운’ 체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종종 분열과 전쟁으로 나타난다. p.248

조심해야 할 장애들이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불완전함을 통찰의 원천으로 간주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점은 모든 불완전함을 수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 계산기가 나보다 제곱근 계산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달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가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를 상대로 세계 체스 챔피언전에서 승리했다고 환호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컴퓨터가 체스나 ‘사소한 추적Trival Pursuit’ 게임에서 우리를 이기지 못할지 몰라도, 컴퓨터는 머지않아 우리를 이길 것이다. 19세기 말 기계와 경쟁한 존 헨리John Henry의 싸움은 당당했지만, 뒤돌아 볼 때 그것은 이미 진 싸움이었다. 많은 면에서 기계는 우리를 능가하며 (또는 결국 그렇게 될 것이며) 우리 또한 이 점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독일의 화학자 에른스트 피셔Ernst Fischer는 “기계가 점점 더 효율적이고 완벽해짐에 따라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라고 사려 깊게 말했다. 공학자가 설계한 생물이 있다면 그런 생물은 결코 사랑을 알지 못할 것이며, 예술을 즐기지도 시의 요점을 이해하지도 못할 거싱다. 노골적인 합리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예술의 창작과 감상을 위해 시간을 쓰느니 겨울을 위해 호두를 모으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예술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즐거움의 일부다. 우리는 기꺼이 애매함을 바탕으로 시를 짓고 비합리성을 바탕으로 노래와 문학을 창작한다. p.261,262

인간다움의 원천이 불완전함, 비이성적이구나. 그 안에서 위대함이 나올 수 있다. 완벽함 말고 위대함.


개리 마커스 Gary Marcus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언어학습센터 소장이다. 심리학, 언어학, 분자생물학을 통합하여, 인간의 마음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세계적 학자이다. 1993년 23세의 나이로 MIT에서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지도 아래, 뇌와 인지과학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수여하였다. 지난 1996년 로버트 판츠 상Robert L. Fantz award을 수상하였으며, 2002–2003년에는 스탠퍼드 행동과학 고등연구센터의 특별 회원이었다. 저작으로는 출간 당시 학계와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계적 화제작 『마음의 탄생The Birth of the Mind』(2004)을 비롯하여, 『대수학적인 마음The Algebraic Mind』(2003), 『노튼 심리학 선집The Norton Psychology Reader』(2005) 등이 있다. 그밖에도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g Angeles Times」,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등의 여러 매체에서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언어학 등의 분야를 넘다들며 대중과 호흡하는 지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으며,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가면 외바퀴 자전거 타기에 심취해 있는 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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