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한국사회

2015 독서목록 86/139 (2015.10.10)

[트라우마 한국사회: 왜 우리 모두는 아플 수밖에 없을까?] — 김태형/서해문집

노동조합, 노동운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느낌부터 드는 것은 왜일까? 사회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불안한 마음부터 드는 것은 왜일까? 자본주의의 발상지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 1000년간 가장 영향력있는 철학자로 칼 마르크스를 꼽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해서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없는걸까? 나는 지식도 짧고, 용기도 없는 소시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를 좀 알 것 같다.

예전엔 기업들이 그래도 직원들을 가족같이 대했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원들은 숫자와 비용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젠 해고가 더 쉽게 되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근무해보니 그나마 노조가 강한 기업의 종업원들이 좀 더 낫더라. 최근 가장 부러운 나라는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인데, 거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잘 혼합된 체제가 아니던가? 우리가 칼 마르크스와 그의 자본론을 배우지 않다보니, 자본가들에게는 천국의 땅이 되었고, 자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누가 좀 연구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대 경제학부에는 2008년 김수행 교수님이 퇴임한 이후로 단 한명도 마르크스 경제학을 연구한 학자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이미 경제력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섰고, OECD 가입국이면 선진국의 반열인데, 이제 우리도 좀 폭넓게 생각해보고, 따져봐야 되는 것 아닌가? [트라우마 한국사회]에서 저자 김태형은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다가가면 안되는 벽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것이 개인에게는 성장의 한계이고, 사회로는 발전의 한계일 수 있다. 아직도 빨갱이나 친북좌파, 종복세력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을 닫아거는 현실에서, 김태형의 [트라우마 한국사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정확하게 지적하는 용기있는 책이고, 필독서라 생각된다. 이젠 정말 자유롭게 연구하고 고민해도 되지 않는가?

한줄요약 : “세대별로 짚어본 대한민국”

★★★★☆


공포세대가 집단적인 저항을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이 대학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던 1990년대를 거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자 대학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변모했다. 아마도 1980년대 혹은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한탄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던 조그만 카페가 있던 자리, 학생들이 햇볕을 쬐며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 축제가 되면 막걸리와 파전을 팔던 자리는 속속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건물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들이 꼭 하나씩 자리한다. 빈 공간에서 벌어지던 학생들의 자유로운 행위는 대기업에 대가를 지불하는 소비행위로 대체된다. p.110

이미 대학도 하나의 기업이 되어버렸다.

몰론 세계화세대로 이러한 개인주의적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세대가 상대적으로 도전정신이나 성취욕과 같은 자아실현 욕구가 강하고 상당히 진취적이며 열정적인 자세로 개인적 야망을 추구했다면, 공포세대는 대부분 맹수에 쫓기듯이 수동적이고 안전 지향적으로 살아남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통속적으로 말해 청년기의 세계화시대가 나름대로 야망을 불태우며 신명나게 성공을 추구했던 패기 있는 세대였다면 공포세대는 살아남기에 급급한 하향 조정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잔뜩 주눅 들어 있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전반적인 영역에서 드러난다. 세계화세대와 공포세대 모두 돈에 집착하지만 그 이유는 다소 다른다. 세계화세데의 경우 돈이 있어야 폼나게 살 수 있어서 돈을 원한다면, 공포세대는 세상이 두려워서 돈을 원한다. 공포세대의 돈에 대한 집착은 그들이 배우자 선택조건으로 배우자 혹은 배우자 집안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p.117,118

삶에 대한 자신감 상실과 두려움에 대한 분석은 많이 정확한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자신조차 없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개인주의적 인생관에 입각한 인생은 부끄러움과 허무주의로 귀결될 뿐만 아니라 참다운 행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성공과 출세가 주는 짜릿함이든 안락과 풍요가 주는 쾌감이든, 개인주의적 인생관은 개인적 쾌락이 가장 좋은 것이고 나아가 그것이 행복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을 깔고 있다. 그래서 개인주의가 강한 이들은 주로 개인적 쾌락을 추구하는 데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예를 들면 맛있는 먹거리를 먹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휴양지 등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쾌락을 통한 행복감은 그것이 반복될 경우 점점 그 효과가 떨어지며 더욱이 그 효과가 축적되지도, 길게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시절 마음껏 개인적 쾌락을 추구했던 이들은 중년기가 가까워지면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게 되고 더 이상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얼마 전에 만났던, 비록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젊은 시절 내내 술과 여자에 몰두했던 한 친구는 내 눈조차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자기의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다고 한탄했다. 내 경험으로는 젊은 시절에 잘 놀았던 사람일수록 이 친구와 똑같은 심리를 가지고 있다. p.165,166

행복을 찾아서…

짧게 내다보면 약삭빠르게 세상에 순응하는 게 가장 잘 사는 인생 같지만, 길게 내다보면 어둠 속의 등대와 같은 선구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게 가장 잘 사는 인생임을 알 수 있다. 사라은 원래 세상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변혁하는 존재다. 단기적으로 세상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상은 항상 올바른 쪽으로 변화해가기 마련이다. p.203

세상이 항상 올바른 쪽으로 변화해 왔다면 지금은 정말 과거보다 항상 올바른 세상이란 말인가? 이 말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인간이 세상을 변혁하는 존재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람이 무시당하는 것을 끔찍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무시가 ‘사회적 생명’을 위협해서다. 사람은 유기체적 존재 혹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육체적 생명을 갖고 있다. 동시에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사회적 생명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사람에게는 육체적 생명과 사회적 생명이 있지만 이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생명이다. p.222

나는 무시당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했는데, 또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했다. 나는 사회적 생명에 대한 상관성이 매우 큰 사람이구나.

이처럼 사람이 사회적 생명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엇을 사회적 생명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즉 어떤 이는 부, 어떤 이는 권력, 어떤 이는 명성을 사회적 생명과 직결시키는 식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따라서 어떤 이는 돈을 많이 벌어야 자신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고, 어떤 이는 큰 권력으로 접근해야 자신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며, 또 어떤 이는 명성이 높아져야 자신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사람마다 사회적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에게 사회적 생명이 있다고 느끼려면 타인들, 나아가 사회의 인정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사회의 인정과 지지를 원하는 반면 사회의 무시와 경멸을 가장 두려워한다. p.224,225

인정과 지지, 그리고 무시와 경멸, 매우 공감된다.


김태형

사람의 마음과 심리 치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 김태형은 심리학 연구에 평생을 바칠 뜻을 품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한 후 동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80년대를 뒤흔든 민주화 운동과 주류 심리학에 대해 강한 실망감과 회의를 느껴 학자로서의 꿈을 접고 한동안 사회운동에 몰두했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그가 사회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 시기의 생생한 경험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해주었고 학문적 견해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심리학자로서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를 과감히 비판하고 극복함으로써 올바른 심리학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여러 인물들, 특히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분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심리학 연구 및 상담, 집필, 강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교보문고 [북모닝 CEO] 북멘토, 한경 HiCEO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연구·집필·교육·강의 활동 등을 통해 심리학 연구 성과를 소개해왔다. 한국사회에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고, 그것을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학문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2012년 문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불안증폭사회』(2011년 문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2010년 문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기업가의 탄생』(2010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권장도서)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2008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도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왜 아직도 프로이트인가?』 『감정의 안쪽』 『새로 쓴 심리학』 『스키너 심리상자 닫기』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