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쇼크

2014 독서목록 110/149 (2014.10.14)

[파더쇼크 : ‘잊혀진 양육자’에서 ‘친구 같은 아빠’까지, 부성탐구 특별기획] — EBS<파더쇼크>제작팀/EBS미디어

마음은 늘 청춘인데, 어느덧 나이 사십을 훌쩍 넘어 이제 오십도 바라보이는 시점에서 나를 돌아본다. ‘잘해놓은 것 하나없이 그저그런 인생을 살아왔구나’ 하는 회한이 나를 덮칠때 함께 밀려오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생각해보면, 때로는 조직내에서 명성과 지위를 얻으려 애쓰는 모습도 보이고, 큰 부를 이뤄서 말그때로 삐까뻔쩍하게 살고싶은 욕망을 드러낼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가끔 뉴스에서 두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불행한 가정사를 엿볼때면 나의 가정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세상엔 정말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기 자녀라고들 한다. 특히 현재 우리의 사회처럼 어떤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인지 본인조차 정확하게 모르는 시대에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심어린 노력이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곧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는 아빠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그 문제의 실체를 알고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는 사이가 아주 좋은 중3학년의 딸아이와 초6학년의 아들녀석을 돌아보며, 이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나를 엄습하던 절망감을 애써 희망으로 바꾸어 본다.

한줄요약 : “아빠야, 아이키우지 정말 쉬운거 아니다.”

★★★★☆


2009년 영국의 한 대학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남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리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들이 잠에서 가장 먼저 깨어나는 소리는 다름 아닌 ‘아기 울음소리’였다. 자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물론, 미혼여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남자는 전혀 달랐다. 1위는 ‘자동차 경적소리’였고, 아기 울음소리는 10위권 밖이었다. 자원을 제공하는 아버지의 뇌에는 엄마처럼 울음소리에 즉각 대처하려는 다급함이 없기 때문이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남성은 공격적인 방향으로 진화했왔다. 물론 적절한 때, 즉 아이 아빠가 될 즈음이면 남성호르몬의 대표격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분비가 감소돼 천하의 마초 남성도 온화한 아빠로 변신한다. 아내가 출산하기 전 3개월 동안 예비 아빠들을 조사한 결과, 출산 전 3주 사이에 이들의 프로락틴prolactin 수치가 20%이상 증가한 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락틴은 유선乳腺을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며,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 몸속에는 테스토스테론 양이 다시 증가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6주 후부터 이들 호르몬 수치는 재조정되기 시작해 아이가 걸을 때쯤에는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 온화한 아빠에서 다시 마초 남성이 되는 것.
이 모든 차이는 아기의 생존을 책임진 엄마의 뇌는 아기 울음소리에 더욱 민감하도록, 그리고 아빠의 뇌는 외부의 위험상황에 더욱 민감하도록 원시시대부터 진화해온 결과다. 말하자면 특정 아빠들이 아이에게 무관심한 게 아니라, 남성의 ‘뇌구조’ 자체가 여성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p.24,25

아이의 넘어짐이나 위험 상황에 부모가 같이 있을때 반응하는 속도도 확연히 다르다. 아이에 대한 엄마의 모성은 정말 천부적이고, 아주 대단하다.

예컨대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덕데일Richard Dugdale은 1868~74년까지 뉴욕주의 여러 형무소를 방문한 결과 수형자들의 가족관계에 모종의 특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가 우성가계와 열성가계 사례를 뽑아 5대를 연구했고, 그 결과를 <주크스 가 : 범죄, 빈민, 병 그리고 유전적 전통The Jukes : A Study in Crime, Pauperism,Disease and Heredity>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해 종교에 근거한 사회적 문제해결에서 벗어나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논문 내용은 충격적이다. 덕데일은 성姓이 다른 42명의 수형자들이 ‘맥스’라는 사람의 후손임을 발견했다. 1720년에 태어난 맥스 주크스는 교육을 받지 못한 실업자에 알코올중독자였다. 그의 후손 중 130명은 범죄를 저질렀다. 7명은 살인을 했고, 60명은 절도행각을 벌였다. 나머지 자손 중에서도 310명은 극도로 궁핍해 그들이 빈민원에서 보낸 세월은 2,300년이나 된다. 매매춘에 종사한 여자도 50명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후손이 뉴욕주에 끼친 손실은 150년 동안 125만 달러에 달했다.
덕데일은 다른 가문도 연구했다. 1703년생인 조너선 에드워드는 예일대학을 졸업해 목사가 되었다. 그의 자손 중에는 미국 부통령도 있고, 상원의원과 주지자, 시장도 각각 3명이 있다. 그 밖에 대학총장은 13명, 법관은 30명, 목사나 교수 등은 300명에 이른다.
이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으스스하다. 아버지의 영향력이 4대 이상 이어진다는 것이니 말이다.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는 의외로 많다. p.43,44

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하고, 고등교육도 누구나 실력만 갖추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유전적 영향보다 양육환경과 교육환경의 영향을 더 클 것이다. 대학등록금도 무료로 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http://www.youtube.com/watch?v=Pgw3PQ9eFj4

퇴근 후 피곤한 아빠를 기다리는 건, 놀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들이지만 바쁘고 피곤한 아빠로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놀아주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잘 놀아주면 15분만으로도 아이들은 만족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놀아줘야 ‘잘’ 놀아주는 것일까?
놀이의 중요한 요소는 3가지, 바로 접촉과 눈 맞춤, 그리고 집중이다. 이것만 충족시키면 자녀에게 ‘잘 놀았다’는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
첫째, 놀 때는 신체접촉을 해야 한다. 숨바꼭질이나 간지럼 태우기, 마사지 등 아빠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는 것은 아빠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아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어리다면 아빠가 목욕을 시키는 것도 매우 좋다. 자녀가 둘 이상이라면 아빠 양말 빨리 벗기기 시합을 할 수도 있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집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놀이로 바꿀 수 있다.
둘째, 눈 맞춤은 양육뿐 아니라 대인관계의 기본이다. 오죽하면 랄프 왈도 에머슨은 “사람의 눈은 혀만큼이나 많은 말을 한다”고 했을까. 눈을 맞추는 동안 아이는 아빠와 의사소통이 잘되고 있으며 아빠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반대로, 아빠가 놀아주기는 하는데 TV를 보거나 눈을 맞추지 않으면 아빠의 세계에서 밀려난 듯한 소외감을 느낀다.
셋째, 짧게 놀아주는 만큼 집중해야 한다.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의 조선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과 놀아줄 때 중요한 것은 결코 양이 아니라 질이예요. 아버님들이 한 15분만 질적으로 아이들이 충족될 때까지, 흡족할 때까지 놀이상대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시면 됩니다. 길게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건 그 아이가 충족되지 않아서 그래요. 자기가 원하는 만큼 안 되니까 또 하고 또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놀아주겟다고 했으면 다른 걸 다 잊어버리고 놀이에 몰두하셔야 해요. 집중하시면 됩니다. 집중할수록 놀아주는 시간은 짧아져요.”
사실 아이들이 아빠만 보면 계속 더 놀아달라고 조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아빠와 언제 또 놀지 모르니 할 수 있을 대 매달리는 것.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아이의 조르기도 사라지고, 노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게 마련이다. p.51,52

이건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한번은 읽어보면 좋은 내용이다. 물론 나는 이미 이 시기를 지났지만…

현대적인 양육 스타일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마초적 아버지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아버지를 더 훌륭하다고 여기지만, 생물학적 연구를 보면 그 반대가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동물을 통틀어 수컷 양육자는 암컷 양육자보다 더 엄격하고, 더 새끼를 다루는 방식도 더 거칠다. 대표적인 종이 쥐 등 설치류인데, 설치류 아비의 뇌회로에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 호르몬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아비의 호르몬 수치가 가장 높으며, 그 밑에서 자란 새끼 또한 호르몬 수치가 높은 아비가 되어 새끼를 공격적으로 다루고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이들이 새끼를 가장 잘 보호하는, 가장 훌륭한 아비가 된다.
비단 동물세계만의 이야기일까? 스웨덴의 연구결과를 보면 규율이 엄격한 아버지의 자녀들이 성적이 훨씬 좋으며 문제행동이나 감정적인 문제를 덜 일으켰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훈육이 자녀 성공의 핵심요소로 작용한 것.
아이가 제한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물론 많은 난관을 겪어야 한다. 아이는 물론 부모의 스트레스로 상당할 터. 그럼에도 아이의 짜증과 분노에 적절히 반응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쁜 아빠가 되어야 한다. 혼내는 부모에게 아이가 “아빠 싫어!”라고 한마디 던진다면 마음은 찢어지겠지만, 그래도 아이를 위한다면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무조건 친구처럼 대화와 설득만으로 아이 훈육을 하다 보면 서서히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 위험이 있다. 부모와 의사소통을 많이 하되 적절한 통제를 받지 않는 아이들은 청소년이 됐을 때 분노 표출과 비행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많이 가진 청소년들은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접할 기회가 많은 만큼 당혹감이나 정서적 혼란을 느낄 여지도 크다. 이때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 이들은 관대한 부모가 아니라 방임하는 부모일 뿐이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 스스로 자기 앞가림 잘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율성을 길러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율성만 강조하고 통제를 못하면 오히려 정반대 결과를 낳게 된다.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아빠들이 아이의 투정을 과연 끝까지 받아주기나 하는가? 대개는 그렇지 않다. 몇 번 참으면서 다정하게 대화하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버린다. 아버지들이 그렇게 닮기 싫다던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갑작스런 분노가 아이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은 무조건적인 허용보다 한계가 분명한 상태에서의 자유를 더욱 편안하게 느낀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기만 하려는 현상은 아이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에게는 발달단계에 맞는 훈육이 필요하고, 이를 키워주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 특히 아버지다. p.67~69

아빠 노릇 정말 어렵다. 특히 그 적절한 선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아이와의 관계에서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뿐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The Essential Difference>>에서 저자 사이먼 베런코언Simon Baron-Cohen은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남녀 차이를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여성 뇌는 공감에 더 적합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고, 남성 뇌는 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일에 더 적합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발적으로 공감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각종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반면 남성은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는 체계의 행동을 지배하는 기초 법칙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아는 능력이 여성보다 발달했다고 말한다. 문제는 체계화에 강한 남성의 능력이 일상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건이나 사물의 본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더 자연스러운 방법은 체계화이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은 공감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공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몇 번 시도해보다 안 되면 슬쩍 빠지는 경향이 있다. 공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 물러서는 것이다. p.216,217

그렇기 때문에 남성이 공감을 잘하게 되면 특출함을 갖추게 되게 여성이 사물의 체계를 잘 인식하면 탁월함을 갖추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이 가지지 않은 것을 갖도록 하는 것이 역량의 개발에 탁월함을 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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