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

2017 독서목록 50/100 (2017.8.27)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7 min readFeb 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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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 — 이성주/추수밭

지금은 역사가 참 재미있지만 학교에 다닐 때는 역사과목이 왜 그리 재미가 없었을까요? 지금은 역사가 얼마나 재미있냐면, 가끔은 내가 전공으로 역사학을 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도 할 정도입니다. 당시의 공부는 그저 “몇 년도에, 무슨 왕때, 어떤 사건, 어떤 영향을 미쳤다” 뭐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암기해야 했으니 재미가 없었을까요? 사실 역사가 그 흐름을 잘 타면 참 재미있게 공부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성주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은 재미있게 쉬어가는 역사의 한 토막입니다. 조선시대의 일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역사에 나오는 중요한 전쟁에 대해서도 알 필요없고, 어떤 정책이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이 책을 따라가면 조선시대에 한량들은 기생집에서 룰은 따라야했는지, 이혼은 어떤 식으로 했으며, 과거에 급제하면 신입 군기는 어떻게 잡았는지, 화장실에서 뒷처리는 어떻게 했는지 등등 쓰잘데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약간은 재미로 볼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역사는 때로 엄정한 역사관과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가볍고 흥미로운 접근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시민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런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이 현재 살아가는 지금과 역사적 과거와 단절되지 않게끔 해줄테니 말입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어볼만 하다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과 조금은 관계가 없지만, 전직 대통령의 역사 국정화 작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역사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위인이 악인이 되기도 하고 악인도 위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불세출의 영웅이고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수만의 일본 병사를 수장시킨 원수일 것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추앙받는 인물 중 한명이 사이고 다카모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정한론의 대표주자로 한일병합의 원흉입니다. 우리는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최근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어대는 분들을 보면서, 영화 [광해]에서 명나라에 대한 사대를 주장하던 신하들이 떠오르는 것은 저의 오버이겠죠?

한줄요약 :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조선의 일상”
★★★☆☆

즉, 관직이 없거나 관직을 그만두고 향촌에서 한가롭게 살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이 한가롭게 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갖추어야 했다.
첫째, 어느 정도 집안이 살 만해야 했다.
둘째, 어디에서 속해 있으면 안 된다.
셋째, 그래도 무위도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자기계발’이 뒤따라야 한다. p.23

아, 한량이고 싶어라.

기사회생의 명약, 만병통치약 등 화려한 ‘닉네임’을 자랑하는 우황청심원, 그러나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황청심환으로 부름으로써 그 명성을 손상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우황청심원을 우황청심환으로 잘못 부르거나 같은 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는데, 사실은 다른 약이다.
우황청심원은 <<동의보감>> <잡병편> ‘풍’ 항목에 처음 수록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적인 명약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리 고유의 비법으로 만들어지는 이 약은 사향, 우황, 서각, 대두황권을 합쳐서 30종류의 성분으로 되어 있다. 반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우황첨심환은 우황 외 5종 혹은 10종, 또는 당귀 외 9종으로 만들어져서 성분이 우리 것과 다르며, 당연히 약효도 다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우황첨심원은 중풍으로 쓰러져서 사람과 사물을 식별하지 못하며 입과 눈이 돌아가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할 때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고혈압, 협심증, 정신분열증, 신경과민증, 신경성불안증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p.170

두가지가 다른 약이구나.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욕들을 살펴보면 ‘화냥년’과 같이 예부터 내려온 것들이 많다. 우리 조상들이 썼던 욕들의 기원을 살펴보자.

*육시戮屍랄 놈 : 육戮은 갈기갈기 찢어버린다는 의미이고, 시屍는 시체를 의미한다. 즉, 시체를 다시 찢어버린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죽은 후에 죄가 밝혀졌을 경우, 관을 파내어 시체의 머리를 베어버리는 형이다. 이 정도의 형은 모반과 같은 대역죄를 짓지 않고는 내려지지 않았다.
*오살五殺할 놈 : 사람의 몸을 다섯 토막을 내서 죽이는 형벌이다. 그 잔학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반역죄나 대죄를 지은 이들에게 내려지던 형벌이었다.
*경更을 치다 : K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해신>에서 배우 송일국이 받았던 형벌이 바로 자자刺字(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약물로 죄명을 찍어 넣는 것)형인데, 조선시대에는 이를 ‘경을 치다’라고 했다.
*오라질 : ‘오라’는 도둑이나 죄인을 결박하던 붉은 줄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수갑 정도이다. ‘질’의 원형은 ‘지다’로, ‘묶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두 가지 말을 합치면, 오라에 묶일 만하다는 뜻이다. 즉, ‘오라질 놈’이라고 하면 죄를 지어 수갑을 찰 놈이라는 뜻이다.
*역 먹어라 : 여기서 엿이란 시골장터에서 파는 호박엿이 아니라 여성의 ‘성기’를 의미한다. 영화 <왕의 남자>에 남사당패가 낮에는 양반집에서 공연을 하고, 밤에는 몸을 파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남사당패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낮에는 노래와 춤판을 벌이고, 밤에는 부업으로 매춘을 했다. 이때 사용하던 은어가 바로 ‘엿’이었다. ‘엿 먹어라’는 여자에게 잘못 걸려서 된통 당하라는 뜻이다.
*염병染病할 놈 : 염병染病은 장티푸스를 뜻하는 말이다. 높은 고열에 시달리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장티푸스는 치사율이 90퍼센트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당시 한 마을에 장티푸스 환자 한 명이 발생하면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했다. 염병할 놈이라는 욕은 한마디로 염병에 걸려 죽을 놈이라는 뜻이다.
*병신 육갑六甲한다 : 육감六甲이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준말로, 생년월일을 가지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병신 육갑한다는 말은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신이 남의 인생을 말한다는 조롱의 의미이다. p.236,237

그래도 현대의 욕보다는 많이 점잖치 않은가?

이성주

1975년생 남자. 일찍이 [딴지일보] 기자 생활을 했고, 뒤이어 미디어몹, 드라마몹, 드라마틱에서 여성들이 궁금해하는 ‘달달한 기사’들을 썼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재능’으로 확인돼 [스포츠 투데이]와 [스포츠 한국]에서 4년 넘게 섹스, 남성 심리, 부부관계에 관한 칼럼을 썼고, 비뇨기과 학회에 비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됐다.

드라마 스토리텔러, 잡지 취재기자, 칼럼,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 등 다양한 이력 덕분에 쌓아올린 내공으로 MBC 라디오 [아침의 행진]에서 ‘이성주의 숨겨진 3분의 진실’을 진행하며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일찍이 인터넷과 신문, 잡지 등에서 기발하고 독창적인 글쓰기로 유명했으며, 한때는 전쟁사 연구에 푹 빠져 민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무렵 써낸 책들이 『펜더의 전쟁견문록 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이다. 또한 ‘역사책은 재미있으면 안 되는가’ 하는 생각에서 『엽기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엽기 조선풍속사』, 『엽기 세계사』, 『왕들의 부부싸움』 등을 펴내며 기존의 문투에서 탈피해 색다른 글쓰기로 역사 읽기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외에도 역사에 영향을 끼친 성 이야기를 담은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을 펴냈다.

지금은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강의 중이며, 최근엔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지방으로 이사해 글 쓰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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