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
시부사와 에이치/사과나무

책 제목을 봤을 때, 상인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한쪽 편에는 각종 곡물이 잔뜩 쌓여있고, 인부들이 시끄럽게 짐을 옮기고 있고, 주인인 듯한 상인이 지금으로 치면 바이어 정도 되는 다른 상인과 주판을 튀겨가며 흥정하고 있는 모습 정도랄까...
지은이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치, 중국 CCTV 대굴국기에서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끈 인물로 극찬했고, 피터 드러커가 자신의 경영학의 지침으로 삼았던 인물! 이라고 되어있다.
일 본이 근대 개화기에 가장 먼저 근대화를 성공하고 경제를 부흥시켰으니, 좋은 사례를 남긴 인물도 많겠지. 개인적으로 한국인가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람으로부터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일본에서 존경받는 인물중에는 개인적인 생활에도 절제가 뛰어난 사람도 많으니 작가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었다.
1840년 염료의 제조, 판매와 양잠과 농사를 겸하는 대농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주판을 튕겨야 하는 상업적인 재능을 익히며 성장했다. 14세부터는 혼자 쪽잎을 구매하러 나섰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유럽의 경제제도를 받아들이는 합리적인 사상으로 연결되었다. 1867년 27세에 파리 만국박람회를 시찰하면서 서구 자본주의의 발전을 보고 큰 충격과 감명을 받았다. 1868년 메이지 정부의 재무성 관료가 되었으나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퇴직하고, “상업을 일으켜 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신념으로 33세의 나이로 실업계(實業界)에 뛰어들었다. 그후 제일국립은행, 도쿄가스, 도쿄 해상화재보험, 오지 제지, 지치부 시멘트, 제국호텔, 지치부 철도, 게이한 전기철도, 도쿄 증권거래소, 기린맥주, 삿포로 맥주 등 500개 이상의 기업 설립에 관여했다. 그는 미쓰이나 스미토모 등처럼 재벌을 만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좇지 않고 공익을 꾀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상업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히토쓰바시 대학, 도쿄 경제대학, 와세다 대학, 도시샤 대학의 창립에 기여하는 한편 일본여자대학교, 도쿄 여학관의 설립에도 관여했다. 70세로 공식 퇴임한 이후에도 사회공공활동과 민간외교에 힘을 쏟았다. 양육원 원장, 도쿄 자혜회(慈惠會), 일본 적십자사, YMCA 환태평양 연락회의 일본 측 의장 등을 역임했고 1926년, 1927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1931년 91세로 눈을 감았다.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은 1927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일본 경영인들 사이에서 ‘경영의 바이블’처럼 읽히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시부사와는 <논어>의 사상을 바탕으로 ‘도덕과 경영의 합일설’이라는 이념을 명확히 했는데, 경제를 발전 시켜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풍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얻은 부(富)는 사회에 환원할 것을 주장했고, 그 자신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실천했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며 오늘의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끈 인물로 전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일본 에도 말기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메이지 유신에서 경제관료 맡아 오늘의 일본 경제의 기틀을 만들었고, 그럼에도 개인적인 사욕을 앞세우지 않고 국가와 사회에 이익을 앞세운 것으로 일본에서 존경받는 인물 정도 되겠구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책은 한편 한편이 신문 칼럼처럼 나누어져 있어서 읽기가 수월한 편이다. 강의때나 대화에서 인용할 만한 구절들을 뽑아 보았다.
맹자는 "사람을 살피는 데 있어서 눈동자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눈동자는 능히 잘못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눈동자가 흐리다. 存乎人者, 莫良於眸子,眸子不能掩其惡. 胸中正, 則眸子瞭焉, 胸中不正, 則眸子眊焉"라고 인물관찰법을 설명하고 있다. p.27
<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공자가 말하기를, 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그 동기를 살펴보고, 그가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잘 관찰해 보아라.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瘦哉" 라는 가르침이 있다.
첫 눈에 상대방을 판단해야 하는 사토 잇사이 선생의 관찰법과, 사람의 눈동자를 살피어 상대방을 판단한다는 맹자의 관찰법은 모두 간단하고 빠르게 사람을 살피는 방법으로 큰 실수없이 인물을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진실로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따라서 논어에 나오는 위의 글귀처럼 보고[視], 살피고[觀], 관찰하는[察] 이 세 가지로 사람을 식별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p.27
맹 자도 '고자 하 告子 下' 편에서 "적국의 침입이 없다면, 그 나라는 언젠가 망한다無敵國外患者, 國恒亡"고 말했다. 한 나라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상공업에 있어서든 문학, 에술, 외교에 있어서든 항상 다른 나라와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는 기세가 있어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사방에 깔린 경쟁자들과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가 없다면 결코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p.41
자연적인 역경은 대장부의 시금석試金石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역경을 과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p.44
그러므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주어진 일에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공명(功名, 공을 세워 이름을 널리 알림)의 운을 열 수가 없다. p.64
"언행이 기이하지 않고 고집스럽지 않으며, 시비是非와 선악을 분별하고 이해득실을 식별하며, 말과 행동이 중용을 지키는 것이 바로 상식이다." p.78
남이 듣기에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화를 면할지언정 복을 가져오기는 어렵다. p.82
말 은 화를 일으키는 근원이지만, 또한 복을 불러오는 근원이기도 하다. 말이 많은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복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말을 뱉기 전에는 먼저 화를 불러올 상황인가 아닌가를 살펴, 만의 하나 화가 생길 만한 상황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말 것이며, 화복을 구별하여 말할 줄 아는 소양을 가져야 한다. p.83
하지만 악인이 반드시 나쁜 결말을 맞는 것도 아니고, 선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끝까지 선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p.87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를 누리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부富가 만약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비록 집편지사(執鞭之士, 높은 사람이 길을 지날 때 수레 앞에서 채찍을 들고 길을 터놓는 천한 직책)라도 나는 하겠다. 그러나 추구해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또 <대학>에는 "덕은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 德者本也, 財者末也"라고 했다. p.116
"나라에 도가 행해지는데 가난하고 천하게 산다면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행해지지 않는데 부귀를 누린다면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다만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누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p.117
공자는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했다. 분명 이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 즉 취미의 극치를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열성이 있어야 한다. p.144
"말이 진실되고 미더우며 행동이 독실하고 공경스러우면, 비록 오랑캐 나라에서라도 뜻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진실되고 미덥지 않으며 행실이 독실하고 공경스럽지 않으면 비록 자기 마을에서인들 뜻을 펼칠 수 있겠는가?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行矣,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行乎哉"라고 했다. p.151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깨우침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감정도 많이 일었다.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주요 인물들은 잘 모르겟는데가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막대한 손실을 입힌 인물들도 나온다. 물론 책이니까 객관적으로 봐야 하지만 내가 한국인인 이상 민족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내가 30여년전인 중학교 시절에는 일본제 워크맨을 가지고 있는게 로망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은 절대로 일본 경제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들 했다. 국산인 삼성등의 전자제품들은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에는 일본의 경제가 만만하게 다가오는 뉴스를 제법 많이 보게 된다. 한국의 경제가 정말로 잘 해나가는 것은 한국인들의 우수함을 알려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존경할만한 부자는 없는가? 개인의 부도 쌓았지만 국가의 부와 경쟁력을 쌓아올리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또 개인적 인격과 학식이 우수해, 정말 존경하고 따라갈만한 국가의 경제멘토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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