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테스트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10 min readApr 9, 2017

2017 독서목록 17/100 (2017.3.7)

[마시멜로 테스트: 스탠퍼드대학교 인생변화 프로젝트] — 월터 미셸/한국경신문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테스트는 아주 유명해서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사례로 나오기도 합니다. 저도 이 마시멜로 테스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매우 흥미로웠고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나 회사 직원들을 교육하면 매우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나오는 대로 어릴 때부터 만족지연능력과 같은 자제력을 갖추면 결국 성공적인 성인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직원들이 나중에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난관을 이겨내게 하면 더 큰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마시멜로 테스트는 자기계발의 분야에서 사용하기에 만병통치약 같습니다.

진짜가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마시멜로 테스트를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인용한 것들만 읽어보았습니다. [마시멜로 테스트]의 저자 월터 미셸은 1960년대에 그 실험을 창안하고 수행한 책임교수입니다. 그러니까 이 양반이 바로 마시멜로 테스트의 진짜 실험자인 것입니다. 이 책은 마시멜로 테스트에 대한 찬양서가 아닙니다. 그 실험이 어떤 식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어디에 중점을 두었으며 그 실험으로 인해 어떤 결과들을 얻어냈는가 하는 내용으로 신화와 같이 알려진 마시멜로 테스트를 담담하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은 “마시멜로 테스트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입니다.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조교가 자신의 자녀가 항상 마시멜로를 덥석 집어먹는다고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당연히 월터 미셸교수는 인생의 성공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인간의 속성 중 만족지연능력과 자제력의 상관관계를 잘 밝혀준 실험이긴 하지만 인간의 미래를 예언해주는 실험을 아닙니다.

어떤 사실을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솔개의 환골탈태이야기가 있습니다. 솔개가 40여년을 살고 나면 부리가 휘고 발톱이 망가져서 곧 죽게됩니다. 그래서 솔개는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산꼭대기 정상 바위로 올라가 바위에 쪼아 부리와 발톱을 뽑아냅니다. 그러면 새로운 부리와 발톱이 나오고 그래서 70여년을 살아가게 됩니다. 한 때 여러 강의에서 강사들이 파워포인트로 솔개의 이야기를 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인생의 발전을 위해서 뭔가 활골탈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솔개의 이야기는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뻥인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허탈하던지, 하지만 우리는 그것 말고도 수많은 잘못된 신화에 자신의 신념을 걸어왔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거짓이 사실처럼 알려져 있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잘 알고 살아가야 합니다.

한줄요약 : “마시멜로 테스트, 진짜 이야기”

★★★★☆

50여 년 전 캐나다의 인지 심리학자 대니얼 벌린Daniel Berlyne은 모든 자극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었다. 첫째 마음을 빼앗고 흥분시키며 동기를 부여하는 특질을 가진 유혹적, 욕구적 자극이다. 이러한 자극이 마시멜로를 먹고 싶게끔 한다. 둘째 비감정적이며 인지적 특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묘사적 자극이다. 예컨대 마시멜로에 대해서는 그것이 하얗고 둥글며 부드러우면서 두툼한 먹을거리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결국 자극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것을 우리가 정신적으로 어떻게 상징하는지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욕구를 자극하는 상징은 그 자극의 뜨거운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마시멜로의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맛을 음미할 때나 담배 연기를 들이마실 때의 그 몽롱한 느낌 같은 것 말이다. 이 뜨거운 초점은 자동으로 충동적 반응을 일깨우며, 그래서 먹어버리거나 피워버리고 싶게 한다. 반면에 차가운 상징은 그 자극의 더 추상적이며 인지적이고 정보적인 측면에 맞춘다. ‘그것은 하얗고 둥글며 부드러우면서 자그마한 먹을거리다.’ 그리고 추가적인 유혹을 배재한 채 그것이 어떠한지를 말해준다. 덥석 움켜쥐는 대신 ‘차갑게 생각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p.44

인내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포인트다.

그렇지만 그 힘은 자극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정신적으로 평가되는 방식에 있다. 결국 자극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그것이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 또한 바뀐다는 뜻이다. 레스토랑의 디저트 접시에 놓인 초콜릿 무스도 만약 주방에서 그 위로 바퀴벌레가 기어간 것으로 상상하면 더는 그렇게 구미를 당기지 못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이와 관련한 통찰력이 엿보인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그저 생각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 뿐.” 또한 햄릿이 보여주었듯이 이미 머릿속에 깊이 뿌리박힌 경험이나 자극에 대해 ‘정신적으로 표상하거나’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본인이 직접 자신의 뇌를 수술하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 될 수도 있다. 확고히 자리 잡은 기질과 습성을 바꾸려고 진지하게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이다. p.46,47

그런데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담배는 내게 늘 뜨거운 유혹이었기에 중독을 고치기 위해서는 담배를 혐오감이 드는 무언가로 변화시켜야 했다. 그래서 흡연욕구가 들 때마다(처음에는 수시로 그랬다) 오래되어 말라비틀어진 담배꽁초와 담뱃재가 담긴 깡통에 코를 대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깡통에서는 농축된 니코틴 악취가 진동해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었다. 전문용어로 이것을 ‘혐오감 역조건 형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흡연이 가져올 ‘훗날의’ 결과가 더 뜨겁고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게 하려고 병원에서 봤던 암 환자의 끔찍한 이미지를 일부러 자꾸 떠올렸다. 또 세 살짜리 딸과 서로 약속한 것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딸아이는 엄지손가락을 그만 빨기로 하고, 나는 담배 파이프를 그만 빨기로 약속한 것이다. 한편 동료들과 제자들 앞에서 금연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담배 근처에는 얼씬도 않기로 약속했다. 몇 주간 고군분투해야 했지만 결국엔 금연에 성공했다. 아직도 가끔은 머릿속의 뜨거운 충동 시스템이 나를 야외 커피숍에서 흡연자 옆자리에 앉게 한다. 그러나 잠시 냄새를 맡은 뒤에는 언제나 다른 자리로 옮기려고 노력한다. p.162,163

내가 담배를 끊은 방식과 유사하다. 혐오감 역조건 형성이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간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우리의 예측이 빗나갔을 때 심하게 낙심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상반되는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그 신념에 매몰되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하기도 한다. 낙관주의적 착각은 발에 화상을 입더라도 뿌리치지 못할 만큼 강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2012년 7월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스물한 명이 뜨거운 석탄 위를 걸으려다가 화상 치료를 받았다. 긍정적 사고의 힘을 열렬히 설파하는 동기부여 강사의 말에 자극을 받아 한 행동이었다. 발에 화상을 입었음에도 그들 중 다수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느꼈다고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 이는 인지부조화를 감소시키는 인간의 능력과 심리적 면역체계가 지닌 힘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전전두피질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난 할 수 있어’ 사고방식이 발에 화상을 입히는 순간에도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는 부지런히 작동하는 것이다. p.222,223

좀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참 많기도 하다.

나는 하버드대학교 강사로 첫 수업을 준비할 당시에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가 회사에서 보이는 성실함을 근거로 그가 집에서도 똑같이 성실한 행동을 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을까? 회의에서 툭하면 돌발 행동을 하는 동료가 집에서 자녀들과 있을 때도 비슷한 행동을 하리라고 예측해도 될까? 놀랍게도, 신뢰도 높은 연구들에서 잇달아 내놓은 결과는 그런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즉, A라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 특성을 높게 나타내는 사람들이 B라는 상황에서는 그 행동 특성을 별로 보이지 않는 아이가 많았던 것이다. 집에서는 과격한 성향을 별로 보이지 않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과격한 성향을 더 많이 나타낼 수 있고, 연애관계에서 거절당하면 극도의 적대감을 보이는 여성이 직장 업무에 대한 비판은 상당히 잘 수용할 수 있다. 또 치과에서는 불안에 떨며 줄곧 땀을 흘리는 환자가 암벽을 오를 때는 침착하고 용감해지기도 하며, 사업상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가 인간관계의 위험부담은 극도로 피하기도 한다. p.230,231

이건 좀 의외인데, 우리는 누군가의 성향에 따라 그 사람의 평판으로 많이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 의외다.

뇌의 가소성 및 행동방식의 가변성과 관련한 이 책의 연구 결과를 놓고 당신이 보일 반응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나 자신의 미래를 통제하고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당신 자신의 믿음에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더 큰 맥락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를 준다.

인간 본성의 핵심은 가변적인가 아니면 불변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사다. 어떤 이들은 자제력과 의지력, 지능 등의 특질을 타고난 불변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교육적 개입으로 EF와 자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시럼적 증거를 접하면, 장기적 차이를 낼 가능성이 별로 없는 단기적 영향으로 해석한다. 타고난 자질이므로 바꿀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같은 연구 결과를, 우리가 변화에 열려 있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바끌 수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DNA 제비뽑기가 아니라 스스로 공들여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무엇이라고 믿는 것이다.

당신은 우리의 증거를 토대로 당신의 개인적 이론을 바꿀 의향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뇌의 가소성에 대한 발견에 특히 주목하기 바란다. 그것은 우리에게 인간 본성이 오랜 세월 추정돼온 바보다 훨씬 더 유연하며 변화에 열려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장차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고정적인 자질 보따리를 둘러메고 엄마 배속을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 사회적 환경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우리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기대와 목표, 가치는 물론이고 자극과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까지 형성하게 돕는다. 스스로 구축해나가는 인생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p.324~326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월터 미셸 Walter Mischel

세계 3대 심리학자, 마시멜로 테스트 창안자

193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1938년 나치 치하에서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대학교 학사, 뉴욕시립대학교 임상심리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교, 그 후 21년 동안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83년부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월터 미셸 박사는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실험 중 하나인 마시멜로 테스트의 창안자로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대 후반 스탠퍼드대학교 부설 빙 유아원의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그의 실험은 아동기에 나타나는 만족 지연 능력과 자제력을 가능케 하는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의 길을 열었다. 그의 연구는 성인기에 결과적으로 나타날 건강과 행복에 대한 매우 신뢰도 높은 예측을 도출하는 동시에, ‘자제력’을 발휘하게 하는 근원적 과정 및 인지 기술을 밝혀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의 연구는 심리학 분야의 사고를 변모시켰고 사회적 행동과 자제력의 개인차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 국 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Monitor on Psychology」 2002년 7, 8월 호에 따르면 월터 미셸은 현존하는 20세기 심리학자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이다. 1991년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와 2004년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혔으며, 1982년 미국심리학회 과학 공로상, 2000년 실험사회심리학협회 최우수 과학자상, 1978년 미국심리학회 임상심리학 분과로부터 최우수 과학자상을 받았다. 그밖에도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상(Ludwig Wittgenstein Prize, 2012), 심리학 부문 그라베마이어상(Grawemeyer Award, 2011)을 받았다. 20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유명한 심리학 교재인 「Introduction to Personality」도 출간했다. 1968년에 출간한「Personality and Assessment」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 심리학 분야의 지표를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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