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기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Young
ReFi Seoul
14 min readDec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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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이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130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위한 성명에 동참했으며, 66개국은 정책상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규정하였다.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 해결이라는 대전제를 공유하며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해결책들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문제의 범위는 발전설비, 운송수단, 에너지 저장 장치, 자원 재활용, 농업과 식량, 산림 보호 등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기후위기를 실질적으로 막아서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에서의 발전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각 분야에서의 총체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자료: Statista

1. 블록체인은 기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기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후와 블록체인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작업증명 방식 체인들의 전력 소모에 대한 논쟁이다. 캠브리지대학교 대안금융연구소의 추산에 의하면 비트코인의 2022년 한 해 예상 전력소모량은 102Twh에 달하고 이는 단일 국가와 비교하면 200여개국 중 30위권 수준에 해당한다. 이더리움이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며 전력 소요를 99% 이상 절감하였듯이 이와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전반적인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후에 대해 소모가 아닌 더 큰 기여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데 대한 증거와 합의가 필요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탄소를 절감하거나, 에너지를 전환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에 블록체인은 다음의 특성들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1) 블록체인은 인센티브 구조의 재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분산된 합의 방식을 통한 거래내역의 입증 및 이중지불 문제의 방지는 특정 기관의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도 디지털 경제에서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다. 토큰은 그 소유권을 부여하는 도구의 하나이다. 소유권의 증명과 유동적인 거래가 가능해짐으로써,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하여 목적에 부합하는 행위에 참여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 내역을 검증할 수 있다. 예컨대 탄소를 저감하는 행위, 저감 내용을 검증하는 행위, 발행된 배출권을 구매하는 행위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2) 블록체인은 정보의 투명성과 불변성 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의 블록들은 거래이력을 포함한 정보들을 담고 있으며, 이 정보들의 불변성은 다수의 분산된 검증인들이 보장하므로 쉽게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즉 특정인 혹은 특정 기관에 대한 의존 없이도 NFT 등의 거래 이력에 대한 신뢰성 있는 관리가 가능해진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탄소 배출이나 저감 내역을 NFT로 발행하여 장기에 걸친 추적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3) 블록체인은 커뮤니티의 운영과 거버넌스에 기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가진 국경이 없으며 특정 플랫폼 및 주체에 종속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가치 및 목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설립과 모집이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 또한 기여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제공과 투명한 거버넌스, 공공재에 대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DAO 설립 및 분권화된 운영 등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2. 온실가스와 블록체인

2.1. 탄소배출권의 거래 구조와 자발적 탄소거래시장

기후 관련 리파이 프로젝트들의 상당수가 시장원리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탄소시장은 시장원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기반한다. 파리기후협정에서 각 국은 자체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해 제출하고 이행상황을 점검받기로 하였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각국이 감축목표에 따른 배출량 수준을 사업체들에게 할당하고, 범위 내에서 배출을 허용한다. 사업체들은 할당된 허용 배출량보다 여분 혹은 부족분에 대해 시장에서 감축 크레딧을 사고팔 수 있다.

자료: 그린랩스

각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중에서는 탄소 배출 상쇄권(carbon offset credit)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배출 상쇄권이란 탄소감축 프로젝트 성과를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으로 대용이 가능한 권리를 뜻한다. 탄소감축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는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탄소를 상쇄(offset)하거나 탄소배출권을 구매함으로써 탄소감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쇄권 거래 시장구조를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이라고 한다.

자료: 그린랩스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에 따라 2021년 자발적 탄소시장의 거래규모는 20억달러에 근접했다. 크레딧별 유형으로는 산림 및 토지 이용과 재생에너지 부분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의 탄소 크레딧은 탄소배출권 인증 및 발행기구가 발행하며 이들 기구들은 각자의 탄소 표준을 가지고 있다. Verra(VCS), Gold Standard (GS) , American Carbon Registry(ACR), Climate Action Reserve (CAR) 등이 인증 기구 및 각 표준 시장의 사례들이다. 현재 인증 기구 중에서는 Verra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Gold Standard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즉 이들 기구의 인증 효율성과 신뢰성은 자발적 탄소시장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자료: Ecosystem Marketplace, Carboncredits.com
자료: VCM Primer

2.2. 탄소제거의 방법들

넷제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의 저감에 그치지 않고 발생하여 있는 탄소 자체를 제거하는 행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상의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들의 예시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WRI 참고)

1) 산림(forests)

나무들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대기에서 탄소를 포획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산림은 탄소 저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연간 2.9Gt의 CO2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산림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기도 한데 2021년 한 해에만 1,000만 ha 이상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2) 농업(farms)

토양은 그 자체로 자연적으로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농사 과정에서는 CO2가 배출되는데, 연구에 따라서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8.5%가 농업에서 발생한다. 농법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으며 또한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더 높일 수 있다. 단 토양의 탄소 저장이 작물이나 환경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3) 바이오에너지

BECCS(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기술)는 바이오매스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지하나 콘크리트 등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단 바이오에너지 작물에 의존하는 만큼 식량이나 생태계에의 영향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4) 직접 공기 포집

직접 공기 포집은 주변 공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제거한 다음 지하 또는 수명이 긴 제품에 저장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포획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탄소배출의 순절감을 위해서는 포집에 들어가는 에너지 자체도 친환경 에너지로 구동할 필요가 있다.

3. 기후 관련 리파이 프로젝트 예시

3.1. Nori

Nori는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한 web3 탄소 마켓플레이스를 추구하고 있다. Nori가 설명하는 현재 시스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탄소감축 프로젝트들이 실제 상쇄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2) 탄소상쇄권 거래에서 2차거래가 1차거래보다도 더 활발한데, 2차거래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한다.

3) 탄소거래에 투명성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ori는 탄소크레딧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투명성을 높이며, 발행된 탄소가 판매되면 즉시 소멸(retire)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Nori 거래소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NRT(Nori Carbon Removal Tonnes)토큰이 거래된다. 여기에서 공급자는 탄소 저감 혹은 제거를 통해 NRT 토큰을 발행하는 주체이며, 수요자는 탄소 크레딧 구매를 통해 탄소 순배출량을 줄이려는 사업자이다. NRT 토큰을 발행하기 위해서 공급자가 일정량의 탄소를 저감/제거하면, Nori와 파트너십을 맺은 서드파티 검증인(Verra, Climate Action Reserve, 그리고 American Carbon Registry)이 이를 검증한다. NRT 토큰 1개는 1톤의 CO2 저감에 대한 크레딧을 나타내며, Nori가 발행으로부터 10년간 저감량을 보증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는 주로 탄소 및 생태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농업 분야에서의 탄소감축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재생농법이란 토양의 회복력과 탄소 포집력을 높이는 농법으로 Nori는 현재 미국에 위치한 10년 이상 재생농법을 수행해온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NRT를 발급하고 있다.

이에 더해 Nori는 가까운 시일 내에 NORI 토큰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NORI 토큰은 같은 수량의 NRT와 교환될 수 있으며 따라서 1톤의 CO2 크레딧 가격과 연동된다. Nori 팀은 이를 통해 NORI가 거래소 및 공개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탄소 크레딧에 대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Nori 마켓플레이스에서 18개 이상의 농업 프로젝트가 참여하여 12만톤 이상의 CO2 판매가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탄소감축 농가들에게 180만달러 이상의 수익이 돌아갔다. 참여 농가의 수와 크레딧 발행은 시간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 Nori

3.2. Open Forest Protocol

Open Forest Protocol(OFP)은 니어 체인 상에서 운영중인 탄소 감축 프로토콜이다. OFP는 특히 산림 분야에서의 데이터 MRV(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산림 부문은 자연적인 탄소 감축량 중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벌목, 화재 등의 이유로 2010–2020년 기간 동안 2,600백만 ha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기후 및 환경을 위한 산림복구의 절실한 필요성으로 현재 10만개 가량의 산림복구 프로젝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 복구 프로젝트에 있어 데이터의 MRV 문제가 데이터의 신뢰성을 낮추고 산림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Verra, Gold Standard 등 기존 검증기구를 통해 검증할 경우 초기 비용이 5만달러 가까이 소요되고 이는 소규모 산림 프로젝트들에게 진입장벽 중의 하나이다.

OFP는 Verra, Gold Standard와 같은 자체적인 탄소 크레딧 표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는 관리하는 산림 지역을 프로토콜에 등록하면 이를 NFT로 발행하게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산림 관리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NFT 메타데이터로서 업데이트한다. 이러한 등록 및 업데이트 데이터는 밸리데이터들에 의하여 검증되는데, 밸리데이터는 OFP와 파트너십을 맺은 전문성 있는 기구들로 구성되어 있고 위성, GPS, 원격 센싱 등의 방식으로 검증을 수행한다. 다른 밸리데이터들은 검증 결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OFP 역시 향후 OFP 토큰을 발행 계획에 있으며 이는 밸리데이터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에 사용될 예정이다. OFP 자체 추산에 의하면 기존 검증기구를 이용 시에는 검증 비용으로 5만달러 이상이 소요되어 1,200ha 이상의 프로젝트들만이 참여에 경제성을 가지는 반면 OFP에서의 등록 및 발행에는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검증 소요 기간 역시 기존 방식의 2년에 비해서 40일 가량으로 단축된다. OFP는 CIFOR 등 민간 기구 뿐 아니라 케냐 및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등 국가 및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도 맺으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자료: Open Forest Protocol

3.3. Toucan Protocol

여러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들이 크레딧을 각 체인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으나 이들 상호간에는 서로 다른 체인과 표준으로 인해 호환이 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Nori는 폴리곤 체인에서 운영되는데 비해 OFP는 니어 체인을 사용하고 있으며, Climatecoin은 이더리움, Regen Network는 코스모스 상에서 발행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oucan은 서로 다른 체인들에서 발행되는 탄소 크레딧들이 상호 호환될 수 있도록 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Toucan Carbon Bridge는 단방향 브릿지로서 온체인상에서 탄소 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중계산(double-counting)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의 트랜잭션은 불가하다. 이에 따라 온체인 상의 토큰화된 크레딧을 소각하는 것은 크레딧을 폐기(retire)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며 2차거래에 비해 실질적인 저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더해 Toucan은 자체 토큰인 TCO2(Toucan carbon tokens)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빈티지(발행시기) 및 프로토콜들에 대해 추가 인증을 통해 표준화된 토큰 크레딧의 역할을 한다. 각 프로젝트들이 발행한 토큰들은 Toucan bridge를 통해 한 체인으로 모이고 각 프로젝트를 나타내는 TCO2 토큰이 발행된다. 이를 Base Carbon Pool이라는 일종의 유동성 풀에 예치하여 ERC-20 토큰인 BCT(base carbon token)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프로젝트 토큰들이 동일한 유동성을 보유하게 될 수 있다.

4. 결론

2022년 한 해 크립토 업체들이 가져온 시장 위기는 가상자산 시장에 있어 신뢰성과 실질적인 사용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기후를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의 현실 활용과 영향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탄소 크레딧은 현실 산업에서 생성되고 거래되는 점에서 그 자체로 현실세계자산(real world asset)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의 배출권 거래 시스템의 한계점 대해 각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가치는 데이터의 신뢰성, 시장 접근가능성, 거래와 관리의 투명성, 배출권의 추가성(additionality) 등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 프로젝트들이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필요조건은 블록체인의 도입으로서 기존 시스템에서 어려웠던 방식을 가능하게 하거나 비효율을 효율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리파이 프로젝트들은 탐색과 설계의 초기단계에 있지만 기후문제의 중요성과 시급성, 그리고 더 나은 해결책에 대한 수요와 함께 더욱 발전된 모델들의 탄생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By ReFi Seoul
블록체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ReFi Movement를 알리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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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May
Thanks to UJ(@uj_uuverse) and rimberjack

특정 프로젝트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히며, 이 글을 바탕으로 내린 어떤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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