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리드하기 위한 회의록 작성 방법
제목이 좀 거창하다. “회의를 리드하기 위한 회의록 작성 방법"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컨설턴트까지 벌써 19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참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서는 컨설턴트라는 타이틀로 프로젝트에서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수많은 고객과 혹은 파트너들과 회의를 갖게된다. 항상 그렇지만 아무런 목적없이 회의를 하게되는 일은 없다. 반대로 말하면 회의는 항상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하게 된다. 그리고 회의에는 항상 회의록이 작성 된다.
보통 회의록은 회의 주체자가 아닌 제 3의 인물이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한 후 회의가 끝나면, 회의에 참석한 사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그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회의록은 회의 중에 작성되는 문서이다.
보통 나는 회의의 주체자 일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회의에서 회의의 참석자들에게 문서를 보여주고, 개발된 화면을 보여주고,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회의 주도를 많이 하다 보니, 내가 회의록을 작성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회의가 끝난 후 작성된 회의록을 보면 내 의도대로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아서, 다시 이 회의록을 파악하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중요한 핵심 내용이 회의록에 작성이 되지 않아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나중에 이중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의도를 담은 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고, 이 글은 내가 최근에 회의를 어떻게 준비하고 회의록은 어떻게 작성하고 있는지를 적어보려 한다.
회의 시작전 회의를 준비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하자.
회의중에 작성하는 것을 회의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회의 시작전에 회의록을 작성 하라고 말하고 싶다.
회의 시작전에 회의록을 작성하라.
회의를 준비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회의록을 미리 작성한다.
- 의사 결정이 필요한 항목을 따로 정리한다.
- 회의 참석자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을 따로 정리한다.
- 회의 참석자에게 요청해야 할 문서 혹은 데이터를 참석한 사람의 부서 혹은 역할 별로 따로 정리한다.
-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불명확한 경우,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한 체크 항목을 따로 정리한다.
회의를 준비하면서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회의록을 미리 작성을 한다.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우리 팀원들에게 미리 내용을 공유하고, 미처 내가 이번 회의에서 챙겨야 내용 중 빠뜨린게 없는지 팀원들에게 보충해 줄것을 요청한다.
팀원들은 내가 작성한 회의록을 읽어보고, 본인 업무 파트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내용과 내가 미쳐 놓친 내용을 추가적으로 작성해 준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다.
- 나는 내가 미쳐 파악 못한 내용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어서 회의를 좀 더 완벽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회의 내내 주제를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중심을 잡고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 팀원들은 아무 목적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진행될 내용을 미리 파악하여, 수동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능동자의 관점에서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초반 회의 시간에 집중했다가 어느 시점 부터는 멍하니, 지루하게, 아무 생각 없이 회의가 끝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회의는 길고, 의미 없는 지루한 시간이 많고, 회의 시간이 아깝다라고 생각하며, 회의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회의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우리 모든 팀원들이 능동자가 되고, 자신의 회의가 되기 때문에, 그 누구도 회의에 참석한 시간이 아깝거나 회의시간이 낭비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회의 시간에 회의 주제가 산으로 갈 일도 없고, 회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서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시간도 없기 때문에, 회의는 우리가 제대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회의 진행시 Tips
회의 시간에 내가 사용하는 장비는 노트북과 태블릿이다. 태블릿에는 위에서 미리 작성해 놓은 회의록을 열어 놓고, 회의 진행시 항상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노트북은 내가 보여줘야 할 문서와 화면을 시연하는 용도로 분리해서 사용한다.
이렇게 노트북과 태블릿을 모두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노트북은 프로젝트빔에 연결되어져 있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각종 자료와 화면을 보여주는 용도로 쓰기 때문이다. 물론 노트북과 프로젝트빔을 연결할때 확장모드를 사용해서 내가 보는 노트북 화면에는 미리작성한 회의록을 뛰우고, 프로젝트빔에는 회의 참석자에게 보여줘야 할 내용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보다는 태블릿이 있다면(없다면 미리작성한 회의록을 프린트해서 이용하자) 태블릿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를 권장한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미리 작성한 회의록 내용 하나 하나가 완료가 될때마다 바로 완료여부를 태블릿에 체크하여, 회의시간에 다루어야 할 내용이 모두 다루어지고 있는지 바로 바로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회의중에 회의록 작성
우리팀은 Github의 Issue 기능을 이용해서 회의록을 작성한다. 미리 작성되는 회의록 역시 Github의 Issue로 작성을 한다. Github의 Issue로 작성을 하면 회의를 통해 나온 고객의 요구사항을 Issue로 묶어서 개발 소스의 Commit 내용을 결합하여 고객 요구사항 완료 여부를 관리 할 수 있는것이 참 편하다. (우리팀의 Github를 이용하는 글을 여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미리 작성된 회의록(Github Issue) 내용 밑으로 회의에 참석한 각자가 Github의 Comment로 회의 내용을 작성해 놓는다. 이때 작성되는 내용의 초점은 미리 작성된 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보충 설명이 주로 이루어지며, 그 외에 내용들은 별도의 타이틀로 작성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의중에 회의록을 작성하는 툴로 마이크로소프트의 OneNote를 사용하고 있다. OneNote의 음성 녹음기능을 이용해서 회의 내용을 녹음하고, OneNote에 회의 내용을 작성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 음성 녹음 내용이 OneNote에 작성된 글과 싱크가 맞는다는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작성된 내용의 특정 부분을 선택하면 그 내용이 작성된 시점의 음성 녹음 내용을 빠르게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팀 중 회의록을 작성하는 사람이 회의 내용 중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되는 상태에서 정리하기 보다는 회의가 끝난 후 음성녹음 내용을 다 같이 들어서 정리 할 수 있도록, 태그(#음성녹음확인)를 걸어 놓고, 회의가 끝난 후 다시 이부분에 대한 음성 녹음을 들으면서 정리 할 수 있도록 해놓는다.
회의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회의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다른 회사 혹은 다른 팀의 회의 사례를 보다 보면, 회의 시간을 짧게 하는 다양한 글들을 보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팀은 그런 사례 처럼 회의 시간을 짧게 하지는 못하고 있는것 같다.
하지만 우리팀은 한번 회의에 우리가 얻어야 할 굉장히 많은 것을 얻어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추가적인 회의를 최대한 줄이고 있고, 전체적인 회의 수를 줄임으로써 자연스럽게 회의에 소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짧게 할 수 있는 회의가 있고, 어쩔수 없이 긴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 회의가 있다. 후자일수록 회의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하면, 투입된 시간 대비 얻어지는 결과물은 굉장히 미비할 수 있다.
회의의 목정성을 잃지 않고,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서 회의록을 미리 작성해 보기를 권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팀은 이렇게 함으로써 큰 효과를 보고 있고, 점점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각 회사(팀)마다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식이 다를것이고, 이미 좋은 방법으로 실행하고 있는 팀들이 많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는 알 수 없고, 각 팀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확실한 건 당신의 팀이 회의를 위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면, 반드시 어떤 방법이든지 회의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