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걷기 — ‘일상성과 신화의 힘'

J. Hwan Jeon
그림노트 —  season 2
3 min readNov 16, 2014

광화문에서 서용선 작가의 작품전을 보다. 이중섭의 선, 프란시스 베이컨의 원초성, 샤갈의 신화성을 느꼈다. 이런 느낌들이 짬봉이 되지 않고 그만의 세계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 세계는 우리의 신화, 토속에서 나오는 역사성, 이야기의 힘이다. 전시를 보면서 작품의 제목인 ‘탁록의 전투', ‘서왕모', ‘마고'를 찾아보게 되었다.

전시를 보고, 4년전 사라진 ‘카페 소반’을 그리워하며 그 자리를 대체한 ‘비비고’를 가려 했다. 스타벅스로 바뀐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 길 건너 ‘나무가 있는 집’으로 갔다. ‘나무’가 있는 집에 다른 한식당이 들어서 있고 ‘나무가 있는 집’은 바로 옆에 리모델링한 건물로 이동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면서 “‘건물을 옮겼네요?”라고 물으니 주인이 되려 서운해한다. 장사가 잘 되던 차에 건물주가 나가라고 해서 옮긴지 6년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성곡미술관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Coffeest가 그대로 있을까? 다행히 있다. 소설가와 방송작가를 꿈꾸던 이 커피집의 주인은, 남편과 함께 영국에 유학을 갔다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커피회사에서 허드렛일부터 하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로스터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제대로된 드립커피점이 많지 않아 금새 명소가 되었다. 커피볶는향 가득한 이곳 작은 공간에 들어오면 릴렉스가 된다. 강북을 떠난지 6년의 시간을 커피향으로 음미해본다.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신화의 힘>에서 빌 모이어스와의 대담을 통해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에서 다룬 ‘신화의 힘’이 우리의 일상 속에도 내재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수천년의 역사와 신화를 자신의 그림세계를 통해 현재로 불러오는 서용선 작가의 작품 활동과, 수년 만에 광화문의 장소들을 거닐며 다른 사람의 역사와 신화와 교차하면서 나의 역사와 신화를 현재로 불러오는 것은 근원적으로 다르지 않은 경험이다. 영국의 연극연출가 피터브룩은 “나는 매일매일 일상의 가까움(closeness)과 신화의 거리(distance)를 결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가까움이 없으면 감동받기 어렵고, 거리감이 없으면 경이로움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에서 가까움과 거리감의 결합을 통해 감동과 경이로움을 스스로 발견하고 써내려가는 사람이 바로 일상의 예술가가 아닐까.

11.16.2014 桓

서용선의 ‘신화’ 또 하나의 장소 전 — 제26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기념전

--

--

J. Hwan Jeon
그림노트 —  season 2

An intermediary between IT and Culture. Majored in Computer Science and Arts Management. Currently Accelerating Startups in Jeju Island of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