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3년을 맞이하며

J. Hwan Jeon
그림노트 —  season 2
7 min readMay 2, 2020

제주의 관음사는 항상 아름답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항상 그만의 정취가 있다. 시원스런 경관과 세밀한 조각까지 어느하나 어우러지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시선이 열린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이곳을 종종 찾았음에도 나한전으로 오르는 길은 이제서야 발걸음을 내밀었다.

Gwaneumsa Temple in Jeju Island is always beautiful. Even on sunny, cloudy, or rainny days, there is an unique atmosphere. There is nothing that doesn’t harmonize with the cool scenery and the detailed sculpture. A new gaze opens around every corner. However, even though I have often visited this place for the past five years, today was the first day that I took my step on the path to Nahanjeon.

관음사 나한전 아름다운 사찰들을 바라보며 계단을 오르니 뜻밖에도 차 화로와 찻잔이 놓여진 차담 장소가 있었다. 내가 머문 시간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차담을 했을 이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동시에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지난 몇년간 목표를 정하면 다급하게 그곳을 향해 달리곤 했던 순간들, 그 습관들이 내게 배어있다. 아름다운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리는 마음을 놓쳤다.

As I climbed the stairs looking at the beautiful buildings of Gwaneumsa Temple Nahanjeon, there was a place where tea pots and tea cups were unexpectedly placed. Nobody was there at the time I stayed. However, I envisaged the image of people who chatter over teas with calm smiles. At the same time, I looked into my heart. In the past few years, when I set my goals, I used to run there urgently. It has become a habit now. I thought I was running towards a beautiful goal, but in this mindset I missed the beauty and experience of the journey.

산책이 끝나고 어렵게 노트와 볼펜을 들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이다. 화로의 선을 따라 그려보았다. 펜을 든 손은 떨렸다. 펜과 사물과 종이가 서로를 밀쳐내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손에서 미끄러지는 종이와 펜을 달래며 조금씩 그림을 그려나갔다. 서툴렀다. 하지만 기뻤다. 다시 '펜으로 명상하기'를 시도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After the walk, I barely picked up the notebook and the ballpoint pen. It’s been a long time drawing again. I tried to draw along the line of the brazier. It seemed like the pen, the objects, and the paper would push each other out. I drew a little by little, soothing the paper and the pen that slipped from my hands. Drawing awkwardly. But being happy. I was comforted that I tried again to ‘meditate with pen’.

제주에서 5년이 지났다. 하고 있던 일을 3년 더 하게 되면서 더 머무르게 되었다. 더 있을지 고민되는 시간들이 있었다. 지난 5년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한 만큼 배우는 것들이 있었고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3년도 그럴 수 있을까? 자칫 스스로 정체되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을 다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조바심과 두려움이 일었다.

It has been 5 years since I moved to Jeju. I will do what I am doing for three more years. Therefore, I will stay longer. Over the past 5 years, there has been a lot of learning and rewarding from constant new challenges. But could it be the same for the next three years? I was afraid that I would stagnate myself and fail to fulfill my responsibility to make changes. Impatience and fear arose.

하지만 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내 조바심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길은 끝나지 않았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길들이 여러갈래 놓여 있고 거기에는 누군가와 환담을 나누고 행복한 길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저 내가 마음의 조바심이 나서 그 오솔길과 차 화로가 놓인 차담의 장소들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오솔길이 많은 제주는 내게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의 장소다.

But now I realized my impatience was what I should fear. The road is not over. Looking closely, there will be many beautiful paths, and there will be plenty of room for dialogues with someone and making a happy path. If it’s not visible, maybe it’s because I was impatient and couldn’t find the trail and the place of conversation with a stove and a tea pot. Jeju, with plenty of such trails, is a place of infinite beauty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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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Hwan Jeon
그림노트 —  season 2

An intermediary between IT and Culture. Majored in Computer Science and Arts Management. Currently Accelerating Startups in Jeju Island of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