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to BALI

J. Hwan Jeon
그림노트 —  season 2
4 min readSep 2, 2015

Bali의 Ubud으로 출장가는 길. 중국인 여성 단체 관광객들이 가득차서 매우 시끄럽게 출발한 인천발 덴파사르행 비행기. 중국인 일행들이 자리 교체를 요청해 옮겨 앉은 자리에 또 한 남자가 같은 이유로 내 옆에 옮겨 앉았다.

그가 Canadian Indian이라고 하기에 처음엔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안인 줄로 착각해서 한참을 Jared Diamond의 <Guns, Germs and Steels> 를 그에게 소개하면서 인디언이 왜 서양인에게 힘없이 무너졌는지 얘기로 꽃피우다가 잘 통해서 계속 얘기하다보니 그는 인도 출신으로 케냐, 탄자니아에서 20여년간 살고, 뉴질랜드에서 2년, 캐나다에서 27년을 산 은퇴한 Doctor of Animals라고 했다. 그는 여름에는 토론토 집에서, 겨울에는 플로리다의 집에 산다고 했다. 나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새와 같은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나도 언젠가 실현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세계 전역을 흝었다. 그는 유럽인들이 인디언을 정복한 것은 총, 균, 쇠 외에도 술과 마약을 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중국의 아편전쟁을 언급하며, 영국인이 중국인에게 아편을 팔아서 중국인들이 피해를 봤던 역사적 아픔 때문에, 중국은 지금도 마약사범은 사형시킨다는 얘기를 했다. 그가 놀라워하는 모습이었지만, 실은 나는 그 말을 하면서, 내 앞 중국인 가이드의 뒤통수와 귀를 의식하고 있었다.

Ab의 이슬람 지형도. 그의 지도에서 마다가스카는 상당히 큰 대륙으로 보였다. 그가 인도와 동아프리카 사이를 오간 청년시절의 경험 때문인 듯.

Ab은 인도에서 어린시절에 동아프리카로 이주했다. 당시는 인도와 동아프리카 모두 영국령이었었기에 인도인이 대거 동아프리카에 안착했다고 한다. 국가들이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흑인 정권이 인도인을 3등 국민으로 전락시켰고 국가 치안도 안좋아졌다고… 그래서 그는 아프리카를 떠난 것 같다. 나의 아내가 케냐로 사자를 보러 가고 싶어한다 하니 반드시 안전한 남아공 크루거 파크로 가라고 한다. 우리의 주제는 그가 한때 살았던 파푸아 뉴기니로 갔다가, 세계 종교사로 갈아탔다. 그는 무슬림이다. 무슬림의 세계 지형을 그려주었다. 나는 힌두교에 대한 인도출신의 생각을 물어봤는데, 그는 불가촉천민을 언급하며 카스트를 매우 안좋게 얘기했다.

Ab은 Abdulraheman을 영어권에서 부르기 쉽게 짧게 고친 이름이라고 한다.

나는 스페인, 프랑스, 베를린, 연변 여행 경험을 이야기했고, 북한, 제주, 통일에 대한 얘기, 한글의 자모 개수와 읽는 방법 얘기도 나누고 하면서 Ab Rehmtulla와의 이야기는 5시간을 이어갔다.
Ab의 목소리는 점점 고조되었다.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은퇴한 간호사인 그의 아내가 잠시 용무가 있어 왔다가 나와 인사했는데, 내게 남편과 대화하면 두통 생기지 않냐며 무표정한 표정을 던지고 갔다. Ab은 소년처럼 들떠 있었다. 창밖 구름 위로 번개가 연이어 내리 쳤다. 그는 71세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건강했다. Ab은 신나서 맥주 한캔씩 더 마시자고 했고 우린 Cheers를 했다.

앞자리에 앉은 영어 가능한 중국인 가이드가 잠 좀 자자는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우린 대화를 멈추고 잠을 청했다. 2시간 뒤 덴파사르에 착륙했고 Ab이 깨어나서 자신이 샤우팅하며 말하는 안좋은 버릇이 있다며 중국인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중국인 가이드는 문제없다, 괜찮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 대부분은 당신보다 더 크게 얘기합니다!”

Ab, Thanks for the nic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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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Hwan Jeon
그림노트 —  season 2

An intermediary between IT and Culture. Majored in Computer Science and Arts Management. Currently Accelerating Startups in Jeju Island of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