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근로자의 생산성 측정하기
연구자의 생산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측정하나?
지난 1년 반 동안의 행복도 측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측정을 통해 바로 행복도를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그동안 행복도에 지속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옛 성현들의 말씀대로 행복을 얻기 위해 행복을 쫒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동안의 측정을 통해 저의 감정 상태의 변화 양상, 그리고 이에 미치는 변수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지식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행복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생산성 측정하기
측정을 통해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발견한 것이 바로 생산성입니다. 매 순간 의미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 아주 바쁘거나 일에 쫒기는 느낌 없이 보낸 하루는 대부분 행복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별 하는 일 없이 머리 속이 이런 저런 일로 가득 찬 하루는 대부분 불행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은 행복도 만큼이나 복잡한 개념입니다. 생산성의 기본 정의는 투입 대비 효율을 최대화하는 것이지만, 실제 삶에서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Throughput: 필요한 일을 밀리지 않고 제때 해내는 것
- Bandwidth: 같은 시간과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것
- Quality: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것
요약하면 제가 정의하는 생산성은 필요한 일을 제때 끝내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고, 결과의 품질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생산성이 결국 ‘결과’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루 종일 하면 행복한 느낌을 얻을 수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 행복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생산성은 장기적은 행복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생산성 측정 방법
이제 위의 조건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첫번째 조건은 할 일 목록을 만들고 꾸준히 지워나감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Workflowy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할 일 목록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러 개의 쪼개진 목록을 만드는 대신 하나의 중첩된 목록으로 모든 항목을 관리하게 해줍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매일 만들고 끝낸 항목의 개수를 메일로 보내줍니다. 단, 항목 개수가 의미를 가지려면 각 항목을 끝내는데 필요한 노력이 어느 정도 동일해야 하니, 저는 가급적 25-3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단위로 항목을 설계합니다. 왜 25분인지의 이유는 아래 두번째 조건에서 설명합니다.
두번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순간 순간 최대한 집중하여 결과 지향적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집중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의 리듬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잘 알려진 Pomodoro(토마토)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5분 동안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고 (1토마토), 5분은 휴식을 취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몇개의 토마토를 끝냈는지를 측정 지표로 사용합니다.
본격적인 측정을 시작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단기 목표를 세웠습니다.
- 하루에 5개 이상의 항목 끝내기
- 끝낸 항목 개수 >= 만든 항목 개수
- 토마토 10개 수행 (=~ 5시간 집중)
각 항목이 토마토 하나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면 토마토 5개는 실제 일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이메일이나 기타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 일에 사용한다는 생각입니다. 조건 2를 넣은 것은 계속 항목이 불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생산성 측정의 효과
위와 같은 생산성 측정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측정 값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일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지금까지 그냥 생각나는 일을 내키는 만큼 했다면, 앞으로는 필요한 일에 대해 매일 목록을 만들어 지워나가고, 걸리는 시간을 30분 (25분 일-5분 휴식) 단위로 쪼개서 기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하는지가 훨씬 투명해집니다.
약 한 달간 수행해본 결과, 생산성 측정이 자신에게 미치는 여러가지 영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업무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결과를 못내고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줄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일에 쫒기는 대신 좀 더 여유를 갖고 수행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생산성과 행복도의 관계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이 높았던 날은 행복도 역시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세한 결과와 측정 방법은 최근에 있었던 Seattle Quantified Self Meetup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산성 측정의 한계
초기 수행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기는 했지만, 처리한 항목 개수와 걸린 시간으로 생산성의 모든 측면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프로젝트를 개별 항목으로 쪼개는 계획 단계의 효과성이 빠져 있습니다. 또한, 결과물의 품질 역시 이 방법으로 측정 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측정의 빛과 그림자
이번에는 제가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생산성 측정의 방법과 초기 결과를 다루었습니다. 이처럼 생산성이라는 복잡한 대상의 측정을 위해서는 대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측정이 용이한 구조로 측정 대상이 되는 활동을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측정의 효과는 이처럼 지표와 데이터 수집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투명하고 테스트가 가능한 구조가 높이 평가받듯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그 목표를 이해하는 바탕이 됩니다. 저의 경우 제가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뭔가 눈에 모이는 결과를 주어진 시간 내에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측정은 단순히 숫자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측정 대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측정이 진정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측정하는 부분 만큼이나 측정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유념해야 합니다. 측정은 분명 대상이 되는 지표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주지만, 그에 따르는 필연적인 부작용으로 측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관심도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할 일 목록을 줄여 나가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엉뚱한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거나, 질보다 양에만 신경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지표를 설계하거나, 적어도 이런 부작용을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