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보 맵핑과 비디오: 기술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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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룬, 소원영

서울에서 부산까지 승용차로 여행하려면 으레 경부고속도로를 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가장 효율적인 이동방법일 테다. 하지만 우리는 경부고속도로가 부산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예컨대 국도와 지방도만으로 이동하는 여행에서는 느긋하게 산세를 구경할 수 있고, 스쳐 지나가는 마을의 식당에서 식사하는 여유를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모든 여행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런 비효율적인 여행을 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구글 지도,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들은 마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 가는 것처럼 동작한다. 이 서비스들은 효율적이고 빠르게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도록 설계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럽게 잘 동작한다. 그렇지만 만약 경부고속도로 대신 국도로 여행하는 것처럼 온라인 지도를 만들고 싶다면 어떨까? 또는 고속도로가 놓이지 않은 생소한 곳으로 떠난다면? 배민기가 제시한 <비정보 맵핑과 비디오>는 마치 고속도로로는 갈 수 없는 목적지에 가야 하는 미션 같았다. 세상에 길이 없는 곳이 없으니 갈 수 없는 곳이란 없겠지만, 이 생소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분절된 국도와 지방도, 다리와 건널목, 처음 보는 교차로를 이용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배민기가 진행한 워크숍에서 제작한 지도는 “왜곡된 약도를 역으로 정확히 교정한다”는 목표를 가졌다. 워크숍에서는 참여자 모두가 하나의 왜곡-지도에 기여하고 그 결과를 워크숍 중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스캔한 약도를 도로 맵핑하는 과정은 웹 지도에서 래스터 지도 자원을 다루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건물이나 도로를 표현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벡터 데이터와 달리 래스터 지도는 비트맵으로 표현되는 지도 자원으로, 주로 웹 지도에서는 위성사진 등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된다.

벌룬 맵핑 (좌), 맵핑에 사용하는 연 (우) [CC-BY-SA Public Lab]

위성사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여러 위성사진을 조합하여 구름 없는 깨끗한 위성사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풀뿌리 맵핑의 일종인 벌룬 맵핑 등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서 직접 고화질 사진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들은 그 자체로는 지리정보가 따로 들어가지 않은 이미지여서, 사진의 각 지점들이 실제로 어느 좌표인지를 지정하는 절차인 지오레퍼런스(Georeference)를 통해 지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수집한 약도 이미지에 지오레퍼런스를 적용해 지리정보가 들어간 약도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작업은 오픈소스 GIS 도구인 Quantum GIS(QGIS)와 그 안에서 작동하는 지리공간 자료 추상화 라이브러리(GDAL) 유틸리티인 지오레퍼런서(Georeferencer) 플러그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모인 지도들은 VRT(Virtual Dataset) 형식을 활용해 하나로 합쳐진 서울 지도 이미지로 변환되었다. 또, 이 한 장의 지도는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공개한 서울 지역의 건물 데이터를 기본 지도 삼아 유니티 게임 엔진에서 제작, 완성되었다.

QGIS 지오레퍼런서. 비트맵 데이터에 지리정보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해서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특히 래스터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데 예상지 못한 수준의 컴퓨팅 자원이 소요되어 몇 차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오픈소스를 통한 제작이 거의 항상, 마치 핸드폰도 잘 안 터지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나 다음 지도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가볼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오픈소스 지도라는 다소 거칠고 포장도 덜 된 도로를 통해 가보았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프로세스를 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는 데에 이번 워크숍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n English version of this text can be found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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