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유지도

지도는 공간을 매개함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이며 자본, 국가, 시민사회의 통제와 견제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장이다. <서울자유지도>는 오픈 데이터와 오픈소스 맵핑 도구를 활용한 지도제작을 통해 지도가 공공재로서 갖는 의미를 새롭게 확인하고, 온라인 지도 제작에 관한 사회적, 기술적, 정책적 제약을 넘어서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본 프로젝트는 “정보”의 전달과 “효율”에 대해 역설적인 고민을 던지고, 전지구적 인프라에 대한 의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탈중앙화를 향한 국지적 능동성을 모색하고, 재개발과 홍수라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재난을 가시화하며 대안적 도시 역사를 서술한다.

전통적으로 지리정보는 국가의 자산이자 안보의 핵심으로, 일반인이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예컨대 냉전 시대 소련은 국가적 정보 관리 차원에서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정밀한 지도를 보유했지만 일반 자국민은 조악한 지도만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성사진의 공개, GPS의 공개사용 승인 등을 거치며 지리정보의 접근성은 혁명적으로 개선되었고, 구글 지도(2005-)와 스마트폰은 냉전 시대의 지도가 획득했던 지리 정치학적 권위를 해체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가 지리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현재의 온라인 지도라는 형태로 빠르게 변해왔다. 하지만 구글의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온라인 지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는 매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조한별이 지적하듯이, 소수의 회사가 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지도에 무엇을 표시하고 누락할지는 서비스 제공 업체에 달려있고, 그 조율 과정에는 상업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냉전 지도에서 구글 지도로 이행함에 따라 지리정보의 접근성은 개선되었지만, 그 정보의 흐름은 여전히 일방향적이고 다만 안보 대신 다국적 자본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2004년에 만들어진 오픈스트리트맵 같은 참여형 오픈 지도 데이터 플랫폼은 상업 지도와 공존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하나된 지리정보라는 비전을 추구하는 대안적 역사를 가꿔왔다. 사람들이 지도를 수용하는 방식과 관념을 구글 맵과 스마트폰이 바꾸었다면, 오픈 데이터와 오픈소스 맵핑 도구는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적은 자원으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온라인 지도가 현대인의 생활과 점점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금, 개인이 지도를 수동적으로 읽는 입장에서 벗어나 직접 제작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한층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오픈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프로젝트들 — 데이터의 접근성 개선, 데이터 렌더링, 렌더링된 지도의 조작 인터페이스 등 — 이 자율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도구들을 함께 제작하고 사용하며 발전을 도모하는 개인과 회사의 커뮤니티 또한 형성되었다. 이러한 오픈 데이터, 관련 기술 및 커뮤니티가 형성하는 생태계는 지리정보가 국가나 기업에 의해서만 통제되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하며, 개인이 가진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고 그 지식과 노하우를 주체적으로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의 온라인 지도는 다음지도(현 카카오맵)와 네이버 지도, 그리고 차량 네비게이션에 특화된 김기사(2015년 카카오에 인수)와 SK T맵 등 IT 대기업들이 시장을 적당히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가지 특기사항은 2016년의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리정보를 관리하는 정부의 기조가 안보 측면에서 폐쇄적으로 작동하며, 공중의 시각 또한 지리정보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타당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리정보를 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일부 포털 중심으로 대부분의 정보가 유통되고 오픈소스 및 집단 지성 플랫폼이 발전하지 못한 한국적인 인터넷의 특성과 만나, 개방성을 제약하는 부정적인 시너지를 이룬다. 지도를 소비재 차원에서 본다면 IT 기업에서 제공하는 첨단 서비스로서 시대적 흐름을 따르고 있는 편이지만, 개인 및 시민사회가 접근하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지도는 한국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자유지도>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적 생산 활동의 하나로, 오픈스트리트맵과 같은 오픈 도구를 활용한 “자유(libre)지도 만들기”를 제안한다. 예술가·디자이너·엔지니어를 초대하고 시민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여 제작된 “자유지도”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비정보 맵핑과 비디오>에서는 서울 주민들이 그린 왜곡된 약도가 “올바른” 지리정보를 갖도록 교정하여, 그 결과를 뮤직 비디오로 상영한다. <읽고 쓰는 오프라인 맵핑>에서는 인터넷과 데이터 센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오픈 맵핑을 상상하고,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탐험해본다. <청계천, 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에서는 청계천과 동대문 주변 노점상인의 기억 지도를 통해 사라진 것의 맵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청계천의 위험한 수문을 함께 맵핑한다. 이렇게 제작된 자유지도는 제작과정에서 오픈소스 맵핑 도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가능할 경우 그 결과를 오픈 플랫폼에 도로 기여함으로써 오픈소스 생태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도 제작의 예시가 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독립 지도제작 문화의 가능성을 환기하고, 지도라는 자원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한다.


<서울자유지도>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커미션

큐레이터
강이룬, 소원영

작가
배민기, 댄 파이퍼, 리슨투더시티 (박은선, 윤충근, 백철훈, 장현욱), 조한별

프로젝트 매니저
박혜성

운영 및 행사 지원
이유경

디자인
강문식

편집 및 번역
고아침

촬영
선샤인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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