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오프라인 맵핑: 기술 노트

Seoul Libre Maps
Seoul Libre Maps
Published in
4 min readAug 30, 2017

작가 노트 읽으러 가기

강이룬, 소원영

댄 파이퍼의 <읽고 쓰는 오프라인 맵핑>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그 중 첫번째인 ‘읽고 쓰는’ 맵핑의 목표는 단순히 지도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지도 ‘제작’에 참여하는 생산자로서의 사용자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워크숍은 참여자 스스로 지도를 기획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디지털 지도 플랫폼에 입력해서 공유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경험하도록 설정되었다.

두번째 ‘오프라인’ 맵핑은 얼핏 형용모순처럼 들릴 수 있는데, 위에서 제작한 디지털지도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 지도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작가의 의도는, 지도서비스가 외부의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채로 로컬 네트워크에서 우리끼리 나눠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제한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지도는 인터넷의 연결이 불안정한 재해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데에 종종 사용된다. 오픈 지리 데이터의 개념이 희박하고 몇몇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오프라인 지도를 제작해 보는 일은, 대기업 서비스가 없을 때를 상상해보는 일종의 사고실험과 같다.

이를 위해 댄 파이퍼가 만든 <읽고 쓰는 오프라인 맵핑> 서버는, 작가의 이전작 <오큐파이 히어>의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오큐파이 히어>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와이파이 라우터로, 이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단 한 개의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으며 웹사이트의 내용은 해당 와이파이에 연결한 사람만 볼 수 있다. 작가는 이에 더해 현재 휴머니터리언 오픈스트리트맵 (Humanitarian OpenStreetMap) 등에서 사용하는 오프라인 맵핑 방법 중 하나인 POSM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와이파이에 접속한 사람들끼리만 함께 맵핑을 할 수 있는 웹 서비스를 고안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 지역의 오픈스트리트맵 지도 데이터를 일괄 다운로드하여 워크숍 참여자들이 밑바탕으로 쓸 수 있는 베이스맵으로 삼았다.

POSM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서버 셋업의 예. (http://posm.io)

워크숍 때 참가자들이 기여한 지도들은 오픈스트리트맵에 직접 기여가 가능한 데이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이터도 있다. 이를테면 공영 주차장의 위치를 맵핑했을 경우 이 주차장은 현재 서울의 접근가능한 장소들이므로, 이 데이터가 바로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도 전혀 무리가 없다. 하지만 더 사적인 이야기를 재료 삼아 지도로 만든 사람들의 데이터는 현재 존재하는 지리적 실체를 저장하는 오픈스트리트맵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어떤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오픈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웹 지도 작업자들에게 매우 큰 관심사이다. 기억에 의존하여 복기된 데이터이거나, 나와 내 친구만이 알아볼 수 있는 위치들의 목록을 토대로 만들어진 데이터는 공유될 가치가 있을까? 이들을 모아서 보관한다면, 그 데이터베이스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

댄 파이퍼가 현재 근무하고 있기도 한, 오픈소스 지도 회사인 맵젠의 Who’s On First (WOF) 프로젝트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개인적인 성격을 가진 데이터 아카이브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WOF는 간단히 말해서 위치정보를 모으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소개글을 보면 (유일무이한 정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지명 사전(Gazetteer)이라고 명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존하는 장소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자료를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라는 점이 특이하다. 따라서 한 장소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의 해석과 다양한 정보가 들어갈 수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간의 관계를 드러내어 데이터의 성격을 구조화하는 링크드 데이터 형식을 빌려온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장소는 WOF의 한국 데이터 깃헙 저장소에 기여하고 Spelunker와 같은 탐색 도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자유지도 제작 활동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다른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또 그런 데이터의 재사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퍼진다면 더욱 풍부한 종류의 자유지도 제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An English version of this text can be found her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