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학 개론

‘덜’ 짜증나는 꼰대질을 위해

Graybored
GRAYBORED WRITES
4 min readAug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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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원숭이의 탈을 벗고 막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자마자 생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춘(prostitution)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이며, 나머지 하나는 바로 꼰대질이다. 개중에서 우리들의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것은—개개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바로 꼰대질이다. 고대 파피루스 문건에서부터 나오는 꼰대들의 유구한 도입부인 “요즘 젊은 놈들은…”으로 시작하는 꼰대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적어도 젊은 사람 중에선 아무도 없을 것이다. 뭐, 좋아한다고? 너 이 새끼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10시간씩 듣게 해 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꼰대질이 지닌 최소한의 가치마저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정말로 인정하기 싫지만, 꼰대질은 우리 인생에 있어 이정표를 제시해준다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꼰대질은 그 취지가 좋건 나쁘건, 혹은 성공한 사람의 것이건 실패한 사람의 것이건 그 나름의 발자취와 인생역정을 통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혹은 어디로 가선 안 될지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대략 제시해줄 수 있는 지도와 같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 꼰대질의 순기능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꼰대질을 순화하면 그게 바로 조언이 된다고.

물론 이는 꼰대질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묻지도 않은 인생역정을 굳이 당신에게 말해주고 또 그걸로 날 교정하겠다고 하면 여러분은 기분이 좋을까? 이렇게 교정 당하는 것이 좋다면, 좋다. 내 글 본답시고 얼쩡대지 말고 근처에 있는 SM클럽에 가라. 몇몇 극마조가 아닌 이상,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꼰대질은 사람을 기분나쁘게 한다. 이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대부분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개중에서도 우리를 특히 더 기분 나쁘게 하는 꼰대질이 있다. 이는 꼰대질을 하는 방법에 관계된 것이 아니다. 어차피, 꼰대질이란 것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참신한 꼰대질을 기대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쨌든 간에 기분은 똑같이 더럽기 때문이다. 이것은 꼰대질하는 주체에 관련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온갖 역경을 다 겪은 사람들이 하는 꼰대질을 좀 더 자연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고생을 많이 하고 겨우 성공해서 하는 꼰대질을 더 자연스럽게 수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꼰대질에 대해서 반감을 덜 가진다. 어쨌건, 그 사람들은 실제로 극한을 겪었고, 이를 극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역경은 별로 겪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꼰대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극한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또한 그들은 그다지 어렵게 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러한 사람 중 대다수는 금수저, 적어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사람들의 꼰대질에 대해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불편하게 생각한다. 고생도 별로 안 해본 사람이 어디서 꼰대질을 하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생을 별로 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꼰대질을 더욱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즉, 꼰대질하는 사람이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별 고생도 안 하고 성공한 경우, 즉 ‘금수저 꼰대’일 경우, 우리는 그 꼰대질에 대해서 더욱 반감을 느끼는 것이다. 짧게 말해서, 도박중독자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여의고 막장인생을 살다가 어느날 공부를 통해 성공한 장승수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와 행정고시 하나 불합격한 것 빼곤 별다른 역경이 없었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차이인 것이다.

문제는, ‘금수저 꼰대’들은 이러한 문제를 잘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자기들만큼 편하게 인생을 산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하다못해 금수저 집안 출신인 박근혜도 공공칠ㅃ…아니 아버지를 여읜 적이 있다!—자신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게 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하는 바이다. 국가자격증에 ‘꼰대질 자격증’을 추가하는 것이다. 일단 자기소개서 방식으로 자신이 겪은 역경과 그를 극복한 방법, 그리고 가장 어려웠을 적의 집안 사정을 3천 자 이내로 쓴 다음, 지원자를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통해 원래 모집 인원의 3배수로 뽑고 면접과 본고사를 치뤄서 자격증을 얻어야 꼰대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잘 훈련된 꼰대사정관의 심사는 필수다. 만약 자격증 없이 꼰대질을 하는 경우,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의 제정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금수저 꼰대’가 어느 정도는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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