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문에 관한 오해

한-미 FTA 행정협정론을 중심으로

Graybored
GRAYBORED WR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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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미 FTA가 불평등 협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대부분 한미 FTA 협정문의 내용에 없는것(쌀 시장 개방 등)이었으며, 나머지는 한미 FTA의 협정문을 잘못 이해한 것(의료민영화, 래칫조항 등)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한-미 FTA에서 대부분의 독소조항이 루머라는것을 알고 계시는 분도 한미FTA가 불공평한 조약이라고 주장하시더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봤더니 그 분은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 입장에서야 국제조약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한 행정조약일 뿐이기 때문에 불공정 조약이다.”

여기서 그 분이 어느 부분에서 오해를 하고 계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바로 United States-Korea Free Trade Agreement Implementation Act(한미 FTA 협정 이행문)입니다.

한미 FTA 협정 이행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United States-Korea Free Trade Agreement Implementation Act”

(a) Relationship of Agreement to United States Law-

(1) UNITED STATES LAW TO PREVAIL IN CONFLICT- No provision of the Agreement , nor the application of any such provision to any person or circumstance, which is inconsistent with any law of the United States shall have effect.

(2) CONSTRUCTION- Nothing in this Act shall be construed—

(A) to amend or modify any law of the United States, or (B) to limit any authority conferred under any law of the United States, unless specifically provided for in this Act .

(b) Relationship of Agreement to State Law-

(1) LEGAL CHALLENGE- No State law, or the application thereof, may be declared invalid as to any person or circumstance on the ground that the provision or applica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 , except in an action brought by the United States for the purpose of declaring such law or application invalid.(2) DEFINITION OF STATE LAW- For purposes of this subsection, the term `State law’ includes—

(A) any law of a political subdivision of a State; and (B) any State law regulating or taxing the business of insurance.

(c) Effect of Agreement With Respect to Private Remedies- No person other than the United States—

(1) shall have any cause of action or defense under the Agreement or by virtue of congressional approval thereof; or (2) may challenge, in any action brought under any provision of law, any action or inaction by any department, agency, or other instrumentality of the United States, any State, or any political subdivision of a State, on the ground that such action or inac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 .

여기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a) Relationship of Agreement to United States Law-

(1) UNITED STATES LAW TO PREVAIL IN CONFLICT- No provision of the Agreement , nor the application of any such provision to any person or circumstance, which is inconsistent with any law of the United States shall have effect.

부분과

(c) Effect of Agreement With Respect to Private Remedies- No person other than the United States—

(1) shall have any cause of action or defense under the Agreement or by virtue of congressional approval thereof; or (2) may challenge, in any action brought under any provision of law, any action or inaction by any department, agency, or other instrumentality of the United States, any State, or any political subdivision of a State, on the ground that such action or inac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 .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한글로 해석해보면

(a) 미국 법과 조약의 관계

(1) 상충할 경우 미연방 법이 우선- 미연방 법과 충돌하는 협정의 조항이나,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적용은 효력이 없다.

(c) 개별적(private) 구제에 관한 협정의 효과- 미국인 외 그 어떤 사람도—

(1) 협정이나 의회 승인 사항에 의거하여 어떠한 법률적 소송이나 변호를 할 수 없고, 혹은 (2) 어떤 행위나 불이행이 협정과 상충하는 경우에, 미연방, 주정부 혹은 주정부 산하의 그 어떤 정치분과의 부서, 기관, 대행기관의 법조항에 따른 조치나 행동 혹은 불이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를 할 수 없다.

입니다. 이 조항을 단면적으로만 보면 미국의 경우에는 (a)-(1)에서 볼 때, 만일 연방법과 협정문의 충돌할 경우 연방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것이고, 또한 (c)-(1),(2)를 봤을때 연방법의 경우에는 미연방법에 따라서 어떠한 협정이나 의회승인사항에 의가해서 어떤 변호나 소송이 불가능하고, 법 조항에 따른 조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즉, 이렇게 되면 FTA는 국제협정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에 따르자면 FTA 협정문은 미국법보다 하위법이라는 결론이 나오지요. 즉, 미국은 FTA를 언제던지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법우선의 법칙’이라고 해서, 동등한 위치의 법의 경우, 신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협정은 한국법 내에서는 일반 법률과 비슷한 지위를 받기 때문에 국내법이 무시당할 위헙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이유로 인해서 FTA의 경우에는 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경우 어쩔 수 없이 FTA 협정문을 따를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올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 역시 오해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이 (a)-(1)조항과 (c)-(1),(2)조항을 보고 FTA가 불합리한 을사조약이다, 라는 주장을 하신 분들은 대부분 미국의 법 체계에 대해서 알아보지 못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법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반론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 체계는 그 근간부터가 틀립니다.

우리나라 법의 경우에는 법 조금 뜯어보신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프랑스와 독일등에서 사용된 대륙법이 그 근간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대륙법을 이어받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것이 현재의 법안이지요. 반면에 미국법의 경우에는 대륙식 법이 아닌 영국식 법률, 즉 커먼로(Common-Law, Anglo-Amreican Law/영미법이라고도 불립니다.) 계열의 법률입니다.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는 법률인 대륙법은 독일식 대륙법을 따르고 있는데, 대륙법은 성문법주의와 법전주의, 즉 판례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오로지 법전을 참고하여 판결을 한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다만 우리나라에서도 판례 역시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대륙법은 국제법과 국내법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일원론적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헌법 6조1항에 ‘국제법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커먼로 체계는 불문법주의와 판례주의, 즉 판례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판례를 가지고 재판을 하며, 또한 국제협약과 국내법이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는 이원론적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위에서 밝혔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문에서 (a)-(1)과 (c)-(1),(2)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등의 영미권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커먼로법의 경우에는 국제법상으로 중요한 부분을 어기고 있습니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Article 27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A party may not invoke the provisions of its internal law as justification for its failure to perform a- treaty. This rule is without prejudice to article 46.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된다. 이 규칙은 제46조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즉, 비엔나 협정에 따르자면 미국 역시 국내법으로 국제협약을 무효화시킬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미국 역시 이 비엔나협약에 묶여있는 것을 생각해보자면 관련 국내법조항은 적용될래야 적용될수가 없지요.

사실 미국법에 비엔나 조약을 위반하는 구문이 있는 것은 관련법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 체결되기 전인 1781년에 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문 (a)-(1)이 살아있는 한 미국이 이 협정을 무시할수도 있긴 합니다만 이 역시 비엔나 협정의 관련 조항에 위배됩니다. 즉, (a)-(1)과 (c)-(1),(2)는 미국의 이원론적 법 체계를 표명한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비엔나 협약이 존재하더라도 FTA를 무효화시킬 수 있지 않느냐라는 반론을 하실수 있습니다만, 미국은 커먼로 체계를 뒤집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넣어서 말이지요.

c. Relationship to Federal Law

Section 102(a) of the bill establishe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Agreement and U.S. law. The implementing bill, including the authority granted to federal agencies to promulgate implementing regulations, is intended to bring U.S. law fully into compliance with U.S. obligations under the Agreement. The bill accomplishes that objective with respect to federal legislation by amending existing federal statutes that would otherwise be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 and, in certain instances, by creating entirely new provisions of law. [원문]

여기서 Section 102(a)는 위에서 말했던 United States-Korea Free Trade Agreement Implementat- ion Act, 즉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문에서의 (a)를 말합니다. 이 내용을 한글로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c. 연방법과의 관계

이행법안 102조 a항은 조약과 미 연방법과의 관계를 규정한다. 이행법안은 미 연방법이 조약에 따른 미국의 의무와 완벽히 부합하게 만드는 것과, 조약 이행에 필요하거나 적절한 다른 변경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행법안은 이 목적 달성을 위해 조약과 불합치하는 기존 연방 법규를 개정하는 것, 조약 실행에 필요하거나 적절한 기존 연방 법률을 개정하는 것,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새로운 법률 조항을 제정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즉, 이행법안 102조 (a)항은 조약을 국내법에 포함시켜 조약을 이행한다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행법안 (a)-(1)부분은 본래 미국 행정부가 조약을 근거로 하여 미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타국과의 조약을 무시하려는 의도로 제정된 것이 아닙니다.

이외에도 미 행정부가 이 조약을 이행하려는 준수 의지가 담겨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분이 차근차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원문

The Administration has made every effort to include all laws in the implementing bill and to identify all administrative actions in this Statement that must be changed in order to conform with the new U.S. rights and obligations arising from the Agreement. Those include both regulations resulting from statutory changes in the bill itself and changes in laws, regulations, rules, and orders that can be implemented without a change in the underlying U.S. statute.

한글 번역본

미 행정부는 한미 FTA 협정에서 발생하는 미국의 새로운 권리와 의무에 합치하기 위해 개정되어야 하는 모든 법률 및 모든 행정조치를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한미 FTA 이행법안과 행정조치계획에 포함시켰으며, … 미 행정부는 향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 의회로부터 법 재개정 조치를 구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일 미국 정부가 만일 이 부분에 대해서 개정을 등한시하여 한국인 투자자가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ISD를 이용해서 미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면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미 FTA이행법안을 근거로 ISD를 막을 수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이를 막는 것은 협정 위반일 뿐더러 한미 FTA 이행법안 106조는 ISD를 특이한 케이스로 취급해 ISD를 제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SEC. 106. ARBITRATION OF CLAIMS.

The United States is authorized to resolve any claim against the United States covered by article 11.16.1(a)(i)(C) or article 11.16.1(b)(i)(C) of the Agreement, pursuant to the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게다가 American Insurance Association v. Garamendi 판례(2003)에서 대법원은 국제협정에 합치하지 않는 주법이나 주정부의 조치는 무효라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채택한 커먼로 체제에서는 판례가 법적 구속력을 갖기때문에 이 판결은 크게 의미를 갖습니다. 즉, 국제 협정은 주법의 상위법이라는 것입니다.

즉, 미국이 협정을 준수할지에 대해 걱정한다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Originally posted on 2012/03/25. Edited on 20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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