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How are you? #2

“취미가 뭐에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비즈니스 관계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관계를 제외하면, 흔히 하게 되는 질문이다. 하루의 구성하는 일, 잠을 제외하면 남은 시간을 채우는 것 중에 하나이다.

취미는 무엇일까?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여러가지 뜻이 있으나, 내 경험으로는 대게 위 두가지 뜻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자의 뜻과 유래 등을 알아보면 좋겠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는 것으로 하자. (

얼마 전, 모임에 나가서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중 한 분이 “요즘 사람들은 다 취미를 독서라고 한다. 책을 열심히 읽지도 않으면서.” 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취미라고 부를 수 있는 독서량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반문했다. “그럼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취미라고 할 수 없나요?” 그 분은 딱 잘라 안된다고 이야기하며, 그것은 실제로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정색했다. 그 이후 대화의 주제가 변경되어 취미에 대해 더 논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너무나 확고한 말투에 나도 그만 입을 다물었다.

위에 인용한 사전에도 정의되어 있듯, 나도 좋아하는 일은 다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1년에 한권 읽는 사람도 좋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면 독서가 취미라고 할 수 있는가? 빈도나 분량은 사실 문제가 될 수 없다. 취미라고 부를 만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빈도가 개인의 취미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라면, 1년에 한번하는 해외여행이나, 겨울에만 즐기는 스키는 취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나의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책, 영화, 게임, 맥주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고 싶다.) 1년에 한 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즐겁기 위해 하는 일이기에 내키지 않거나, 일에 치이는 경우 취미는 뒷전이기 마련이고 항상 그것을 죄지은 사람 마냥 마음에 품고 산다. 이미 사 놓은 책도 보지 못하면서 늘 서점을 서성거리고, 사고 싶은 책 리스트를 만든다.

누군가가 취미를 물었을 때, 독서라고 말하면 왠지 창의력이 부족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며, 사실 취미가 없으면서도 둘러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기에 자신감이 없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뒤이어 이어지는 취미 확인용 질문들이 예상되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3개월 전에 베스트 셀러 중 손이 가는 것을 골라 펼쳤다가 앞에 몇장 읽지도 못하고 덮어버린, 지금은 먼지만 쌓여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책이 생각난다. 그렇기에 어영부영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급히 돌리는 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성공하려면,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고 믿었다. 이를 증명하듯 10대 추천도서, 중학생, 고등학생 추천 도서 등 학창시절 필요한 도서 리스트 부터 20대, 30대, 심지어 60대 추천 도서도 수두룩 하다. 인생을 oo처럼 살려면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지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먼저 살아가신 분들이 살고보니, ‘이 책의 내용은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해야지.’ 라고 말해주는 것일까? 추천리스트에 추천 이유까지 달려있는 리스트는 찾아보기 어렵기에 왜 추천하는지 잘 모르겠는 책들도 많다. 추천이 대수랴 필독서도 있는데.(읽으면 ‘좋다’도 아니고 ‘읽어야 된다’니.) 이렇게 책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삶이 많고 누구나 책을 많이 읽는 것처럼 보이기에 독서가 더더욱 취미로서 인기가 없고, 식상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돋보이게 만들고, 멋(?)있게 보이는 취미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무언의 압박도 느끼고 있다.

종종 나의 취미가 진짜인지 아닌지 평가해주는(평가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 취미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꺼내어 보여주고 내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떠보는 사람. 자신의 기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무시하거나 가르쳐주려고 하는 사람. 정말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감사하나, 반발심이 먼저 드는 것은 속 좁은 나의 모자람 때문이겠다. 그래서인지 그럴 때마다 눈쌀이 찌푸려지지 않게 노력하면서 알고 있는 것도 모른척하게 된다. 동시에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취미는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정해줄 수도 없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다니면서 보면 아마 취미가 ‘스마트폰 보기’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절대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을 따지면, 스마트폰이나 잠이 단연 1위가 되겠지만, 정말로 내가 즐겁게 하는 것,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년에 한 권이면 어떻고, 유치한 게임을 하면 어떤가. 내가 즐거운 시간이 그때인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그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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