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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n readMa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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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암호화폐, 보유동기에 따른 가격_2탄

지난번 ‘화폐와 암호화폐, 보유동기에 따른 가격_1탄’에 이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3. 거래적 보유동기만을 가지는 암호화폐의 가격

그렇다면 암호화폐 발전의 최종단계, 다시 말해서 거래적 보유동기만을 가지는 단계에서 암호화폐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특성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위의 그림은 화폐수량이론에 따라서 시가총액이 시장규모(총 거래액)와 보유기간에 비례하고 유통속도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규모는 특정 암호화폐가 일정 기간(여기서는 1년) 동안 상품/서비스/재화에 대한 교환의 매개체에 쓰이는 거래액의 합이다. 유통속도는 일정 기간(여기서는 1년) 동안 화폐가 몇 번 거래되었는지를 보여주며, 보유기간에 반비례한다.

그런데 보유기간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어떤 암호화폐의 완전한 최종단계, 거래적 보유동기만이 존재하는 경우를 분석하고 있다. 이런 경우, 보유기간은 극도로 짧아진다. 좀 더 정확하게는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필수적인 보유시간에 수렴할 정도로 짧아진다. 예를 들어 보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이 화폐는 투기적 보유동기가 마이너스로 변화한다. 사람들은 이 화폐의 보유시간을 최대한 짧게 유지하려고 한다.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칩은 카지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화폐로 가격이 고정되어 투기적 보유동기가 전혀 없으며, 필요하면 언제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예비적 보유동기도 거의 없다. 이용자들은 게임 시작 전에 칩을 구매하고 게임이 끝나면 다시 칩을 돈으로 교환한다. 다시 말해서, 카지노 칩의 보유기간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필수적인 보유시간(게임 시간)에 수렴할 정도로 짧아진다.

마찬가지로 암호화폐가 거래적 보유동기만을 가질 경우, 그 보유기간은 실제 이용에 필요한 시간에 수렴할 텐데, 대부분의 경우 그 시간은 매우 짧다. 만약 당신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필요로 한다면, 거래소에 가서 이더리움을 사고 결제하기까지 보유기간은 1분도 안될 것이다. 디지털 자산의 경우 구매와 판매가 아날로그 자산에 비해서 더 간편하기 때문에 보유기간 단축 효과가 더 두드러질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거래적 보유동기만을 가지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을 직접 계산해보자.

* 표와 그림은 표현방법이 다를 뿐 수치는 동일함/** 표의 X축은 시장규모(Million USD), Y축은 보유기간, 표 안은 시가총액(USD)

위의 그림과 표는 시장규모와 보유기간에 따른 시가총액을 나타냈다. 표의 1행(그림에서는 가장 왼쪽)을 보면 평균 보유기간이 10분일 때 시장규모가 1000억 USD(한국 원화로는 1조 2000억원)에 달해도 시가총액은 19,000 USD (한국 원화로는 2000만원)이다 여기서 시가총액은 이 플랫폼 사업자의 발행수익이다. 연간 거래액이 1조 2000억원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받는 이익이 겨우 2000만원인 것은 지나치게 낮은 보상이다. 이렇게 발행수익(시가총액)이 낮은 이유는 평균 보유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이미 위에서 설명했듯이, 암호화폐가 거래적 보유동기만을 가지게 되는 경우, 평균 보유기간 10분이 낮은 가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보다 더 짧을 가능성도 있다. 보유기간과 시장규모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원하는 가정을 넣어서 직접 계산해 볼 수 있도록 엑셀파일을 이 포스트 마지막 부분에 링크로 첨부했다.

이 계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명확하다. 어떤 암호화폐가 투기적 보유동기, 예비적 보유동기를 가지지 못하고 순수하게 거래적 보유동기만을 가진다면 보유기간이 극도로 짧아져서 시가총액(발행수익)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나의 답은 다른 질문들을 불러 일으킨다. 이 내용대로라면 이더리움이 최종단계에 접어들면 시장규모가 커져도 유통속도가 빨라져서 시가총액이 줄어든다. 그러나 최종단계에 도달했다고 해서 완전한 안정단계에 도달한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미국 달러화(USD)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화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기적인 동기가 없어지거나 가격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달러화를 보면 교환의 매개체로서의 보유동기가 확대되는 것과 투기적 보유동기는 별 상관없거나, 심지어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또한 최종단계라는 것이 과연 언제 도달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달러화(USD)가 미래에 최종단계에 접어들어서 더 이상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인가? 달러화의 통용 범위가 커지나 줄어들거나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겠지만, 완전히 모든 변화가 없어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상태가 발생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나치게 먼 미래의 일이라면 그걸 가정하고 계산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케인즈(Keynes)의 말처럼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을 테니 말이다.

화폐의 보유동기에 대한 이론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차이는 국가의 구속력으로 강제하는 법정화폐와 사용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암호화폐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일까? 국가의 강제력이 없이도 통용되는 화폐, 금(Gold)에 대해서 다음 포스트에서 다뤄보겠다.

<시장규모와 유통속도에 따른 시가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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