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섬세함

Jeongkuk Seo
sjk5766
Published in
6 min readApr 29, 2024

4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직책상(C레벨 or 팀장) 리더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본 건 세 번 밖에 없었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개발 직군도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많다. 팀의 규모/상황에 따라 역량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아래와 같은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 개발자로서의 기술력
  • 커뮤니케이션
  • 개발/팀 문화와 프로세스 관리
  • 팀원의 성장과 업무 관리
  • 채용/해고 등등

좋은 리더와 안 좋은 리더라는 표현도 할 수 있겠지만, 인성이 터진게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좋은 역량을 많이 갖춘 리더, 장/단점이 있는 리더로 보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사람, 완벽한 리더는 없기에 현재 리더라고 하더라도 더 성장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근래 실리콘 벨리의 팀장들이란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리더가 갖춰야 할 전체 역량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일상에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디테일하게 챙겨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봤다. 아래 내용들은 모두 개인적인 주관이며 구체적인 예시를 들기 위해 상황을 적지만, 모두 사람이 아닌 행위에 의미를 둔다.

중요하지 않다면 때로는 수긍해야 한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항상 이유를 말하는 리더가 있었다. 리더의 결정에 따라 팀원이 업무를 하다가 아쉬움, 개인적인 생각들을 말하면 항상 왜 그랬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분이셨다. 물론 이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데 왜 팀원들과 회의의 분위기는 다운될까?

팀원들은 회의가 효율적으로 끝나고 업무를 하길 원하는데, 사소한 것에도 이유를 설명하는 행동이 변명으로 느껴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줄여 버리는 단점까지 동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팀원들도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유를 말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하지만 그게 리더이고, 안건이 중요하지 않다면 때론 깔끔하게 인정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약점을 그대로 보이거나 실수를 인정하면, 회의에 참석한 팀원들의 경직된 분위기도 한층 나아질 것이다.

평소에 개인적 관심을 보이자

무심한 리더가 있었다. 회사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리더분과 친해지기 위해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지만 항상 짧은 대답만 돌아올 뿐 질문도 없고 대화가 잘 이어지질 않았다.

팀원이 근래 뭐에 관심을 가지는지, 일이 잘 진행되진 않는지, 주말엔 뭐 했는지, 건강은 어떤지 묻지 않고 무심히 밥을 먹은 뒤 핸드폰을 보시는 분이셨다.

회고나, 1 on 1 때에 쌓아둔 질문과 대화를 많이 하시는데, 평소에 자그마한 인터렉션이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리더와는 남남 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굳이 대화를 시도하지 않게 되며, 회의에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매 번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연히 밥 먹는 자리가 있다면 아무 질문없이 밥을 먹는 것보다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개인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노력이 있다면 좋겠다는 의미다.

자신이 못하고 있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피드백하지 말자

코드 리뷰나 Slack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서 팀원들이 여러 번 다시 물어봐야 하는 리더가 있다. 팀원들은 리더에게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한다.

팀원 A: 제가 잘 이해를 못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팀원 B: 말씀하시는게 이 방법이 맞을까요?
팀원 C: (나에게 개인적인 메시지가 옴) 혹시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되세요..?

만약 리더가 개발팀이 모인 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한다라고 말하면 오히려 역 효과가 난다.

팀원 A: 음..? 내가 뭘 들은거지
팀원 B: 자기도 못하면서 저런 말을 한다고?

리더는 팀에 도움이 된다면 쓴 소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잘 못하는 부분은 쿨하게 인정하고 피드백 하지 않는것도 좋다. 만약 자신이 잘 못하는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아래와 같은 화법(?)이 선택지일 것이다.

저도 잘 못하고 있어서 노력하는 부분이지만, 
여러분들은 훗날 이런 능력도 갖춘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 시점에 매몰되서는 안된다.

팀원들의 코드 리뷰를 최 우선으로 강조하는 팀이 있었다. 다들 잘하고 있다가, 팀원 중 데드 라인이 있는 업무가 생겨 코드 리뷰 양이 평소보단 적었던 하루가 있었다.

문제는 그 시점에 리더가 한 동안 다른 업무들을 보다가 코드 리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리더는 리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평소 리뷰를 잘 해왔던 팀원들은 억울한 감정과 더불어 리더가 평소에 리뷰가 잘 진행되어 왔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팀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아쉬움을 느껴 공개적으로 피드백 할 안건은, 팀원들이 꾸준히 부족했던 것인지 상황이 있어 잠시 부족했던 것인지 파악하자.

공개적으로 쓴 소리를 반복하지 말자

칭찬은 공개적으로 안 좋은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하란 말이 있다.
안 좋은 이야기를 개인이 아닌 팀 전체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리더라면 상황에 따라 공개적으로 쓴 소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오면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자리 잡게된다.

개인에게 피드백을 건네기가 귀찮고 어려워서 팀원 전체에게 쓴 소리를 하지 말자.
설령 팀원 전체에게 피드백이 필요해도, 칭찬과 섞거나 말에 쿠션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

팀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에 리더라고 예외는 없다.

리더라서, 나이가 많아서, 오래 다녀서 등의 이유로 다른 팀원 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에서 예외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데, 혼자 규칙을 벗어나 새벽까지 일하고 오후에 출근하는 경우가 잦거나 (당연히 급한 일정이나 버그 수정 상황은 예외), 모두가 scrum으로 업무와 회의를 공유하는데 리더는 하지 않는 등의 상황이다.

리더가 별 다른 이유없이 규칙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당연히 팀원 중 누군가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리더가 모범이 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리더에게 불평하진 않는다. 적어도 예외만 두지 말자.

회의 때 자신의 표정과 목소리를 체크하자.

회의 때 리더가 어두운 표정과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팀원들은 이를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리더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잔소리처럼 들리거나, 칭찬도 의미가 쇠퇴할 수 있다.

리더도 사람이기에 안 좋은 컨디션에도 신경쓰기는 힘들겠지만 가능하다면 자신의 태도에 의해 팀원들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팀원들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정리하며

실리콘 벨리의 팀장들이란 책에서는 이런 디테일한 내용들도 많길래 나 역시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는 내용들을 잡아서 정리해봤다.

무심함과 섬세함. 개인적인 경험으론 무심한 리더보다는 섬세한 리더가 협업하기 좋았다. 자신이 무심한 성격이라 할지라도 사회화 된 T처럼,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동반하면 조금 더 괜찮은 리더로 기억 될거라 믿는다.

무심하다고 좋은 리더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배려와 섬세함으로 나오는 리더의 말과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개인적인 끄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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