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Jeongkuk Seo
sjk5766
Published in
11 min readDec 21, 2023

위 썸네일 사진과는 달리 사실은 2023년 회고를 쓰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래왔다.
한 해 동안 있었던 굵직한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우테캠 Pro

2022년 9월에 프리코스로 시작한 우아한 테크 캠프 Pro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우수 수료자로 선정되었다. 우수 수료자는 우테캠 Pro 비용의 30%를 환급받고 배민 백엔드 포지션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인프런에서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우테캠 Pro 과정에서 리뷰 받은 내용들을 복습하며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책도 보면서 면접 준비를 하던 중 서류 심사에서 탈락 메일을 받았다.

면접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류 탈락 ^.^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면접을 통해 내가 부족한 점 들이 무엇인지, 또 성장 할 수 있는 포인트들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면접 기회조차 받지 못한건 많이 아쉽긴 했다.
한편으론 경력도 적지 않은데 자바/스프링으로 경험한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납득 하기도 했다.

면접 대신 얻은 좋은 점은 교육 과정에 참여했던 분들을 알게 되고 꾸준히 스터디를 했다는 점이다. 김영한님 JPA 책 -> 최범균님 도메인 주도 개발 시작하기 -> 조영호님 오브젝트 -> Real MySQL 순으로 진행했고 Real MySQL 책은 1편만 두 번 읽었다.

스터디는 주로 Gather Town에서 진행했다.

은혜님, 재현님, 성현님, 용민님, 종은님, 정연님 등 열정있고 능력있는 여러 개발자 분들을 만나 스터디를 하게 된 건 분명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지만 한 주 마다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는 스터디는 지양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자 할 때 한 주마다 정해진 분량을 학습하는 것 보다 날마다 꾸준히 학습하며 흐름을 따라가는게 더 좋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터디를 하다 보면 구성원들
사정으로 한 주 미뤄지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는데, 그렇게 2주에 한 파트를 공부하다 보면 학습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가져가는게 아니라 뚝뚝 끊겨서 특정 파트만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앞으로도 스터디를 한다면 스터디 진도와 상관없이 혼자 꾸준히 학습하거나 내 자신이 너무 나태해서 뭐라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 스터디를 하지 않을까 싶다.

겨울은 너무 추웠다

우아한 형제들 채용 과정에서 떨어지고, 기술 스택으로 자바/스프링을 사용하는 포지션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자바/스프링이 워낙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이직할 수 있는 폭이 넓고, 대규모 트래픽과 좋은 문화를 경험한 시니어 개발자가 대부분 Java 진영이며 좋은 강의와 책이 대부분 자바 진영에서 쓰이기 때문이었다. 경력에 자바/스프링 한 줄도 없는 내가 이 계열로 이직하려면 우테캠 Pro 과정을 수료한 지금이 마지막 티켓이라는 생각도 한 몫 했다.

이 때쯤 향로가 감사하게도 로켓펀치 집무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알려줬다. MSG 한 꼬집 넣어 2023년 1월 말부터 3월 까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여기서 살았는데, 덕분에 따숩고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이 기간에 자바/스프링을 본격적으로 학습하고 정리해 블로깅 하며 매의 눈으로 채용 사이트를 지켜봤다.

실제 수내역 집무실. 정말 쾌적했다

채용 사이트를 몇 주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채용하는 회사 자체가 적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순 없지만 몇 년전 채용 사이트를 볼 때에 비해 확실히 채용공고가 적었다. 이 중 내가 찾는 자바/스프링 기술을 사용하고 출/퇴근 시간 1시간 이내. 잡 플래닛 평점 3.5를 넘는 회사는 일주일을 찾아도 회사 한 개 정도..? 1주일에 아예 없는 경우도 번번했다.

2월 말쯤 되니 마음은 급해지는데 여전히 채용공고가 많지 않아 기준을 낮춰 합격한 회사들도 있었지만 결국 가지 않았다. 자바/스프링 기술을 사용하는 한 회사는 비지니스
모델이 골프랑 AI 기술을 접목한 회사인데 스스로 최면을 걸어도 골프라는 도메인에 대한 관심은 정말 1도 가질 않았다. 기술 스택이 탐이 나도 관심없는 도메인을 가진 회사에 입사하는게 옳을까? 잠깐 고심하다 거절의 메일을 보냈다.

3월엔 NodeJS를 사용하는 회사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잡플래닛에 14개의 평가임에도 평점이 4.9인 회사를 알게 되어 지원했고 최종 합격했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3월 중순 월요일에 첫 출근해서 수요일에 회사를 나왔다. 이유를 너무 상세하게 적기는 그렇고 면접 때 들은 환경과 분위기가 실제로 입사해보니 달랐고 회사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만든 규칙들과 빡빡한 기준들이 내가 경험해 온 환경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회사 내부에서 평이 좋아도 그게 또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으로 다가오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해서 입사한 회사를 3일만에 나오고 내 멘탈 상태

새로운 팀에 합류하다.

합격한 회사에 내 발로 나오긴 했지만 꽤나 스트레스였다. 또 언제 회사를 찾고, 채용 절차를 거쳐 일 한단 말인가?

내 발로 나온 회사를 합격한 시점에, 채용 과정을 진행중인 두 회사가 있었다. 다른 곳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거절 메일을 보냈던 두 회사에 채용이 끝나지 않았으면 면접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기대를 전혀 안 했는데 두 회사 모두 채용절차를 이어서 진행하자고 답변을 주었다.

두 회사 중 한 곳은 NodeJS를 사용하고 한 곳은 자바를 사용하는 회사였다.
헌데 NodeJS를 사용하는 회사가 2차 면접을 본 바로 다음 날 최종 합격 소식을 전했고 빨리 새로운 팀에 합류해 안정감을 찾고 싶던 나는 체념했다. 나는 자바/스프링으로 개발할 운명은 아닌가보다. 4월 17일, 현재 일 하고 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항상 입사해서 수동적으로 적응 하던 내가 처음으로 의욕을 갖고 회사에 입사했다. 첫 날 온보딩 문서를 보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아직 서비스를 잘 모르는 고객 입장에서 우리 서비스를 볼 때 느끼는 점 들을 정리해 문서로 공유 하기도 했다. 내 성격에 입사 초반에 개발팀 뿐 아니라 운영팀 분들에게 티타임을 먼저 제안해서 다가가기도 하고, 개발팀에게 공유하고 싶은 좋은 자료나 영상을 공유 하기도 했다.

반대로 내가 서툴렀던 점들은 무엇이 있을까. 돌아보면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다.
너무 빨리 판단하고 빠른 시점에 행동하려 했다. 입사 후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 회사에서 적응기간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의 성향도 파악이 필요하고, 똑같은 말이라도 입사한 지 3일 만에 하는 말과, 서로를 어느 정도 알고 신뢰가 생긴 이후에 하는 말은 받아들여지는게 다를 수 있다. 돌아보면 CTO님이랑 시니어 분이 하는 이야기들 하나 하나에 대해 혼자 생각이 많았고, 의욕이 넘쳐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너무 이른 시점에 말을 꺼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처음에 입사하고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 신뢰가 쌓이면 정말 별게 아닌 것들도 많다.
프로세스나 개발 방식 등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바꾸고 싶다면 입사해서 바로 이야기 하지말고 조용히 List up 하고 근거를 준비한 뒤 조금 더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이야기 하자.

입사 후 최우선은 현재 방식의 적응이다. 수습기간 동안 느리다는 말이 참 스트레스였다. 내 입장에선 GraphQL, DataLoader, 카프카와 Elastic Search모두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었고 class 대신 인터페이스로 dto을 사용하는 점, 수 많은 컨벤션들이 진입 장벽이었다. 또 생각해보면 NestJS 경력자를 뽑았는데 생각보다 초반에 생각보다 퍼포먼스가 안 나오니 답답한 CTO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입사하고 개인 시간에 NestJS로 GraphQL을 쓰지 않고 만든 특정 기능을 GraphQL을 적용해서 동일한 기능을 만들어 차이를 비교해보고 있었다. GraphQL이 익숙하지 않아 서로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만들게 되면 이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선택한 판단이였다. 그리고 완전히 오산이었다. 돌아간다면 기능을 개발하기 위한 전체적인 흐름에서 모르는 요소들을 빠르게 학습하고 적응하는게 팀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꺠달음을 얻었다.

현재는 완전히 적응해서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나는 내 연차에 비해 웹 서비스 경험이 부족한게 아쉬움 중 하나였다. (개발자로 처음 3년 넘는 시간을 솔루션 개발자로 일함)
합류한 팀에서는 주요 서비스들이 MSA로 분리되어 있고 카프카와 Elastic Search,
인메모리 캐시 등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경험들을 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

개발자로서 2023년

개발자로서 2023년에 가장 잘했던 점은 퇴근하고 집이나 카페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성장을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던 한 해였다. 우테캠 과정에서 알게 된 성장에 관심 있는 경력자 분들과 Gather Town이나 디스코드로 다양한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했고, 여러 좋은 책을 학습했다.

뭐 대단한 건 없습니더

그러면 얼마나 성장했나? 스터디와 책을 통해 나름 1년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내가 많이 성장 했냐는 질문에는 물음표이다. 또한 동일한 방식으로 3년을 더 학습하면 더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볼때 답은 No다. 이유는 이론적으로 학습한 부분을 실무에 적용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시간 들여 얻은 지식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점차
희미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한 학습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으로서 2023년

개인으로 잘한 일을 돌아보면 우선 올빼미 족인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인 것. 가끔 불면증이 찾아오거나 아침에 방심 했다가 다시 잠드는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8시쯤 출근하고 5시에 퇴근 했던 것 같다.

또 잘하고 있는 점은 취미를 찾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전 직장을 그만둘 때 향로의
조언이 기억난다. 꾸기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줄 알아야 한다고. 퇴근하고 남아 잔업 하거나 술이 아니라 혼자여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후 취미로 선택한 보드 게임은 2달 연속 참여를 안해 강퇴 당하고, 이왕이면 건강에 도움 되고자 러닝과 배드민턴 동호회에 들어갔다. 최근에 인대가 끊어져서 지금 쉬고 있는데 내년엔 퇴근하고 좀 더 활발히 활동들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내년엔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볼 생각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 하루는 거울에 비친 내 피부가 안 좋은 것을 보고 항상 올인원 로션만 바르던 내가 이제는 토너, 세럼, 로션, 크림의 차이를 알고 꾸준히 바르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선크림!!
헬스장도 꾸준.. 종종 갔지만 인대 끊어지고 쉬고 있다.

아쉬운 점을 생각하면 한 해 여러 순간들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는데, 이때 학습 방법을 달리 해볼걸, 좀 더 담배를 참아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텐데 같은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이런 아쉬움은 2024년엔 더 좋은 회고를 작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빠르게 보내주려 한다.

다가오는 2024년

2024년에는 개발자로서 성장을 위한 방법을 달리 해볼 생각이다. 스터디나 책을 통한
학습 보다는 업무를 하면서 실제로 필요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만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블로그를 AWS 기반으로 이관하거나 사람들을 모아 앱을 런칭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다. 또한 합류한 팀에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동료로 성장하기 위해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개인으로는 건강한 늙은이라는 장기적인 목표가 생겼다. 혼자 즐거울 수 있는 취미 찾기, 금연, 술 완전히 안 먹기, 헬스장 꾸준히 가기, 올바른 소비 습관 만들기, 선크림 매일
바르기(?) 등. 더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있고 2024년 회고에는 앞으로의 시간을 더 가치있게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2023년은 나한테 딛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출발점에 선 기분이다. 2024년에는 노력하는 만큼 좋은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행복하길 바란다. 이 회고를 읽는 분들도 2023년을 잘 마무리하길 바라며 2024년도 화이팅이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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