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소셜마케팅 성공사례가 없는가?

공유되지 않는 국내 소셜마케팅 사례분석에 관하여

성재민
Korean Social Media & Digital Marketing
5 min readJan 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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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셜미디어 마케팅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성공사례’다. 국내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생겨난지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성공사례는 대부분의 외국의 것들이다. 업계에서 사례로서 닳을대로 닳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베스트바이, 자포스닷컴 등의 이야기는 아직도 마치 새로운 것인양, 그들의 성공이 영원한 것인양 수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또 공유되고 있다. 이들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을 포함하여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그것이 이루어지는 환경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고 본다면, 국내 에 몇몇의 해외사례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역으로 물어보자. 왜 우리나라에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성공사례가 없는가? ‘사례’ 자체가 없기 떄문이다.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오늘도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을 벌인다. 다양한 채널과 광고를 활용하여 ‘우리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관심가져 주세요’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그 캠페인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이루어졌고, 또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공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획이 쏟아지고, 그것들이 멋진 캠페인으로 탄생하지만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캠페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누구나’ 알만한 대표적인 사례도 거의 없다.

캠페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두려운가?

수많은 캠페인이 ‘사례’로 공유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 성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 캠페인이 다른 브랜드의 캠페인에 비해 실적이 부족하면 어쩌나. 공개한 우리 캠페인의 결과나 실적이 다른 이들의 비웃음을 사면 어쩌나, 그로 인해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지게 되면 어쩌나… 많은 기업 담당자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우리 기획이 이정도 성과밖에 거두지 못하면 어쩌나, 우리 아이디어가 다른 에이전시들에게 허접한 것으로 보이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들이 사례 정리를 어렵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두번째는 사례를 정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례는 기획부터 진행, 결과, 의미분석 및 사후 처리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캠페인 내용을 하나의 ‘사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련의 기획부터 성과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캠페인을 진행한 광고주 자신이다. 자신들의 사례를 스스로 평가하고, 의미를 찾아내고, 다음 기획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통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광고주들 스스로 에이전시와 함께 자신들의 결과물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설사 기울이고 있다 하더라도 공유되지 않아 외부에선 답답하게만 보인다) 캠페인의 성과, 특히 양적 결과에 대해서는 광고주 스스로가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 외부에선 쉽게 알기 힘들다. 양적 결과가 파악되어야만 질적 결과 분석 또한 가능하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양적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은 결국 국내 소셜미디어 캠페인의 성장 자체를 막는 상황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지금도 고양시청, 부산경찰, 민속촌 등 비슷 비슷한 사례들만을 일컬어 ‘성공사례’라 말하지 않는가. (이들 채널들의 운영은 성공사례로 거론되는만큼 여전히 돋보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성공사례로 회자되어 지겨운 감마저 있다.)

물론 ‘업계의 발전을 위해’ 자사의 케이스를 소개할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실 기업과 에이전시 모두가 생각하는 ‘우리 캠페인의 성과가 너무 허접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은 사실 양적인 부분에 대한 집착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채널의 운영을 이야기하면서 ‘단 한명이라도 충성도 높은 고객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논리와 대단히 모순된 접근이다. 소셜채널의 운영 목적이 많은 팬과 연결되어 우리 메시지를 무조건 적으로 푸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숫자보다는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피드백이나 관심의 수준, 참여의 정도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요즘 페이스북 이벤트 진행해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수천명이 참여했음에도 체리피커로 도배된 이벤트들이 많지 않은가.

케이스를 정리하는 방식은 양적인 접근보다 질적인 접근에 주력해야 한다.(이와 관련해 추후 포스팅 하도록 하겠다) 이제 진짜 소통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케이스를 정리해보자. 그리고 공유해보자. 성공사례에 대한 갈증이 가득한 국내 소셜미디어 캠페인 업계에 즐거운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례가 가장 먼저 ‘성공사례’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한 어느 통신업체의 캠페인도, 지난 올림픽 시즌에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통합 캠페인을 벌였던 ‘00러시’ 캠페인의 사례도 그 결과와 의미가 너무나 궁금하다.

스스로를 평가하자. 그것을 바탕으로 사례를 만들자. 그래야만 ‘성공’도 ‘실패’도 있을 것이다.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쿨한 반성이 있다면 그것조차 그 브랜드의 ‘진정성’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솔직하고 자신있게 우리의 사례를 먼저 공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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