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 : 나의 밤 시간
최근 친구가 하루의 1/3(인지 1/2인지 그 친구도 헷갈려했지만..)을 나를 위해 쓰지 못하면 노예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1/3이라 놓고 보면, 8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써야하는데 사실 여기에 잠자는 시간이 포함되는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평일 기준으로 보면,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총 9시간은 회사에서 보내야 하고, 출퇴근 시간 합쳐 1시간과 준비시간 1시간 역시 회사를 위한 시간이니 11시간이 일단 차감된다고 보자. 그러면 잠 자는 시간 포함하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3시간이다. 긍정적으로만 보면 우선 노예의 삶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잠 자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적어도 다음날을 버티려면 최소한 6시간 정도는 확보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내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최대로 잡으면 하루에 약 7시간 정도가 된다. 하지만 체감상 하루에 1/3정도를 내가 원하는대로 쓴다고 느끼기가 힘들다. 우선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출근하고, 회사에서 퇴근하여 집에 오면 그게 몇 시가 되든 우선 한 두시간 정도는 멍때리며 회사원으로서의 스위치를 off 시키곤 한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진 기력의 대부분을 회사에 쏟아붓고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라도 해볼까 하면서 두리번거리게 되는데, 내 경우 보통 이 시간이 밤 9시나 10시 정도가 되는 것 같다. 만약 야근을 한다면 더 답이 없다. 11시나 12시쯤 되어야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안절부절 하게 된다.
보통 옵션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진다. 1. 핸드폰으로 웹서핑 하기, 2. 영화든 드라마든 영상매체 보기, 3. 모바일이나 콘솔, 혹은 PC 게임하기, 4. 책읽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택하지만 가장 싫은 옵션이 바로 다섯 번째의 것인데, 그냥 가만히 누워서 멍때리며 시간 보내기이다. 이걸 택한다는 것은 1번부터 4번까지 옵션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게 기력이 쇠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그래도 언젠가부터는 마음을 좀 다르게 먹기로 결심해서, 5번 옵션을 택하는 것도 나름 휴식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옵션들의 문제점은 다른게 아니라, 밤 시간을 활용해야 하기에 수면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시작이 9시가 되든 12시가 되든, 하루를 ‘이렇게’ 끝내기 싫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뭐라도 시작해서 매듭이라도 짓고 싶어진다. 그게 드라마 몇 화가 되든, 책 한 권 완독이 되든, 게임 플레이 일정 시간이 되든 ‘끊는 지점’을 만들기 어렵게 한다. 조금만 더, 다음 화만 더 보고 같은 마음들이 모여 결국 무리하게 ‘무언가’들을 하게 만들고, 다음 날을 버티기 위해 잠을 억지로 청해보려 하면 쉬이 잠들기 싫은 마음에 정신은 말똥말똥하며 마음만 불안하고 더욱 잠이 들지 않는 지옥의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이미 야행성 타입이란걸 깨달았는데, 유난히 밤에 집중이 잘되고 쌩쌩한 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부작용이라면 새벽 시간을 맞이하며 과하게 센치한 감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 정도일까. 여튼, 그래서 가장 행복할 때는 ‘다음 날 기상 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휴일 전야이다. 정말로 몸이 피곤해져서 잠이 오기 전까지 원하는 것을 실컷 하게 된다. 지난 전적들을 되돌아보면 보통 이 시점이 새벽 5시나 6시 정도인 것 같다. 이 때에 잠들면 보통 점심 시간 즈음에 눈을 뜨게 된다. (눈을 뜨지 침대에서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밤 시간에 가장 활동적이 된다는 점, 그리고 어떻게든 노예로서가 아닌 하루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결합한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마다 힘들게 일어나서 골골대는 회사원의 스테이터스를 장착하게 되었다. 가장 온전하지 않은 정신 상태와 기력으로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가끔 그런 스스로가 대견할 때도 있다. 그래도 생계를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잘 버티는구나 싶은…
사실 가장 바람직한건 개개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근무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남의 돈을 받는다는게 어디 쉬운가, 이러한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생활 패턴에 나를 끼워 맞춰야만하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를 이겨내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의 밤을 쪼개어, 나를 위해 시작한 이 블로그 글을 마무리지어 본다. 그럼에도 아직 토요일 밤 9시 28분이라 기분이 한없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