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골 미용실, 시저시스터살롱

[서울멋집] 홍대 1인 미용실, 시저시스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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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단골인 곳이 있다는 게 그렇게 위안이 된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쉴새없이 변해가는 서울 안에서, 변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든든하기 그지없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듯 단골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래서 언제나 경쾌하다. 반대로, 단골가게가 없어지는 사태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친구를 잃은 것처럼 허망하고 울적하다.

인생이 커피처럼 씁쓸하다지만,
각설탕 한 알처럼 씁쓸함을 위로해줄 무언가는 필요하다.

나도 단골가게가 많지는 않아도 몇군데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미용실이다. ‘남자가 미용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잘 맞는 옷이나 신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맞는 머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에게 미용실은 꽤나 중요하다. 한때는 마음에 드는 미용실이 없어 매달 여기저기 미용실 순례를 다녔었다. 압구정부터 시작해서 강남, 이대, 홍대를 거쳤고 홍대에서도 이가자, 양리헤어, 토니앤가이, 더 컷 등등. 방황은 계속되었다. 수많은 미용실을 거쳐 정착한 곳은-숨기고 싶지만-바로 ‘시저시스터살롱’이다.

숨겨왔던 나의 단골 미용실, 이제야 밝힌다! @시저시스터살롱

나에겐 여기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이곳에 꾸준히 나의 머리를 상납(?)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이 다르듯이 모든 사람에게 나의 취향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 강요한다고 해서 좋아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 다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의 까다로운 기준에 다 맞기 때문.

1.나에게 어울리게 자를 것 :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곳은, 유행 따른다고 내 외모나 두상에 전혀 맞지 않게 머리를 잘라주는 곳. 난 그저 나에게 어울리는 머리면 만족한다.

2.가격이 비싸지 않을 것 : 사실 여자보다 남자가 미용실을 훨씬 자주 간다. 일반적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자르기 때문. 그래서 가격이 너무 비싸면 가기 부담스럽다.

3.불편하지 않을 것 : 사람이 많고 산만하거나 시끄러운 곳은 질색. 사람 앉혀놓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곳도 질색. 나에게 머리를 자르는 것은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심리적인 이유도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조용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내가 1인 미용실을 가는 이유이다.

이 3가지 이유가 내가 미용실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고 여기에 더불어 집하고 가깝거나, 취향이 비슷하면 금상첨화다.
시저시스터는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에 있어 멀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고 또 사장님과 취향이 비슷한 것도 참 좋다. 입구부터 느껴지는 단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들어서면 마음이 놓이고, 군데군데 장식된 인테리어 소품도 매번 볼때마다 센스에 감탄한다. 매번 틀어놓은 음악도 나를 즐겁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입구부터 느껴지는 단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궁합이다. 사람과 사람은 결국 궁합, 다른 말로 하면 커뮤니케이션이다. 물건 하나를 팔 때도 그러한데, 유형의 물건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인 ‘미용’은 더더욱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잘 자르는 최고의 헤어디자이너도 손님과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 결과물은 안봐도 뻔하다. 나는 적어도 여기와 잘 맞고, 사장님과 말이 잘 통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고난 후에 나오는 내 머리가 참 마음에 든다.

시저시스터살롱 전경.
햇빛이 잘드는 창가에 누워 머리를 감는 기분은 참 좋다.
구석구석마다 이곳의 취향이 잘 드러난다.

이곳에 대해 포스팅을 하면서 확실한 것은, 글을 올리면서도 여기가 많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예약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이곳은 전화로 예약이 가능한데, 최소 2~3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내 단골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도 취향이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어쨌든 기분좋은 일이니까.(아닌가;;)

무엇보다 이곳이 오래오래 남아 내 머리를 계속 잘라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이 글을 마무리한다. 말했다시피, 단골집을 발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더욱이 마음에 드는 미용실이란 찾기 너무 어렵다. 그러니 내 단골집이여, 영원하라!

*덧 : 이 글에서의 ‘머리’는 머리카락을 뜻합니다. 오해마세요!☺

tip!
사장님이 시크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친해지기 나름이다. 시간을 어기거나 예약을 펑크내지만 않는다면, 친해지는 건 금방이다.

위치 : 서교동 403-11 2층
가격 : 커트(남자) 3만원
전화 : 02-388-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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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없을지 몰라도, 진심은 있다고 믿어요. 만약 진실이 있다면, 진심 그 근처 어딘가겠죠. 想像하며 살아가는 남자사람. 콘텐츠그룹 숨33의 B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