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두 개의 구독 서비스 출시하기(1)

Rene Kim
Spoon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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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min readApr 9, 2024

안녕하세요. 스푼라디오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Rene에요.

2024년 3월 27일, 스푼라디오는 오디오 크리에이터들이 후원 외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팬과의 소통과 콘텐츠 창작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새로운 구독 서비스 ‘스푼 멤버십’을 세상에 선보였어요.

‘스푼 멤버십’을 처음 들어보는 여러분을 위해 간단히 소개할게요. ‘스푼 멤버십’은 ‘Pro’와 ‘Premium’ 두 가지 등급으로 구성되고 오디오 크리에이터는 원하는 등급에 가입할 수 있어요.

한 눈에 보는 스푼 멤버십과 플랜

스푼 멤버십의 ‘Premium’에 가입하는 오디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팬들을 위한 구독 상품인 플랜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플랜의 가격부터 이름, 대표 색상, 제공 혜택 등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고, 구독자 전용 게시물을 만들고 구독자 전용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며 자신을 원하는 팬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며 팬덤을 강화할 수 있어요.

오디오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을 구독하는 ‘스푼 멤버십’과 팬들이 오디오 크리에이터를 구독하는 ‘플랜’. 이 두 가지의 구독 BM을 어떻게 3개월 만에 준비하고 출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제가 총 3편에 걸쳐 어떻게 프로덕트를 디자인 했는지, 어떻게 수 많은 구성원들과 함께 협업 했는지 알려드릴게요.

  1. 뷔페를 가더라도 우선순위가 중요하지
  2. 양손잡이가 된다고 해서 만능이 되는 건 아냐
  3.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진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될거야

1. 뷔페를 가더라도 우선순위가 중요하지

(이미지 출처 : 어린 마녀 사브리나)

뷔페를 가면 먹을 음식은 가득한데 담을 접시는 한정적이고, 또 나의 위장도 한정적이라 마음껏 먹지 못하신 적이 다들 있으신가요? 먹방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도 음식의 맛을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뷔페에서는 무엇을 먼저 먹을지를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첫 음식을 골라 담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프로덕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할 기능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접시에 담을 것인지, 무엇을 먼저 처리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여기서 잠깐, 제한된 시간에 대해 한 번 설명할게요.

스푼라디오는 Action Fast, Learn Fast 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요. 빠르게 실행하고 빠르게 배운 것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지금의 스푼라디오를 만들어 준 원동력이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는 ‘2024년 3월 27일 구독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인다.’라는 목표를 삼았어요.

3개월이라니. 심지어 설 연휴도 있습니다만?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맞아요. 구독 서비스나 비슷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블로그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3개월은 처음 보는 일정이었어요. (혹시나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동지애를 담아 치얼스!) 저도 처음에는 모니터의 달력을 바라보며 정신이 아득해졌답니다.

하지만 우리는 Never Never Never Give Up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스푼의 정신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어요. 불가능해 보이는 산도 끝내는 정복할 수 있다는 Pioneer 마인드가 곧바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우선순위에 대한 중요성과 극한의 프로젝트 기간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선순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무엇」 을 만들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애자일 방법론(Agile Methodology)은 MVP(Minimum Valuable Product)를 만들어 빠르게 검증하고 다시 실행하는 방법론이에요. MVP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을 하기위한 가설을 세운 다음, 빠르게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해요.

문제를 찾기 위해서 PM인 Andrew와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저를 중심으로 British Design Council의 Double Diamond Process를 기반으로 한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Discover, Define, Develop, Deliver 4단계로 이루어진 발산과 수렴의 과정을 통해 스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겪는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4주간의 워크샵을 통해 이렇게나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운영팀과 일본, 미국, 대만, 메나 국가의 각 담당자들이 참여하고, 고객의 요구사항과 행동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누구보다 폭 넓고 깊은 인사이트를 갖고 계신 User Researcher 구성원도 함께 워크샵에 참여했어요.

4주간의 워크샵을 통해 스푼라디오에서 활동하는 오디오 크리에이터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와 *기존의 스푼의 구독권에 대한 문제를 포함한 프로덕트의 여러 문제들을 발굴할 수 있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다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기존의 스푼 구독권이란?

일반적인 정기 결제의 형태가 아니라 일정 기간 구독 혜택을 제공하는 회원권의 개념으로 스푼에서 판매되고 있던 상품의 종류에요.

오디오 크리에이터에게 기능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

오디오 크리에이터에게 더 향상된 기능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서 보다 안정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상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도출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구성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나열해 보니 대략적인 구독 서비스의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졌죠. 하지만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 많은 아이디어를 모두 실현할 수는 없어요. 이제 우선순위를 정할 때가 온 것이죠.

워크샵에서 나온 수 많은 아이디어들은 MoSCow Analysis(모스코 분석)를 활용하여 정리할 수 있었어요.

MosCow Analysis(모스코 분석)이란?

Nielsen Norman Group에서 제시한 우선순위 방법론(Prioritization Methods)으로 고객 니즈를 중심으로 네 가지의 분류를 통해 빠르고 간단하게 우선순위를 나눌 수 있는 방법론이에요.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요구사항을 검토할 수 있어요.

✔️ Must have : Essential needs. 사용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 Should have : Important but not essential. 중요하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 Could have : Nice to have. 제공하면 사용자에게 좋은.
✔️ Will not have : Not needed right now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이 방법론으로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했는지 아이디어 하나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구독자 전용 캐스트’ 기능은 2021년 User Research 팀에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 고객이 가장 원하는 기능 중 하나였기 때문에 Must have 아이디어로 우선순위를 매겼어요.

또한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적은 작업량(Effort)으로 고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에 공감하는 구성원들이 각 아이디어의 카드에 Must have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으로 우선순위에 대한 서로의 생각도 일치시킬 수 있었어요.

Effort는 어떻게 책정했나요?

️✔️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 : 5점
✔️ 새로운 기능은 아니지만 기존의 기능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경우 : 4점
✔️ 기존의 기능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 : 3점
✔️ 단일 퍼널 내에서의 간단한 수정 혹은 새로운 기능인 경우 : 2점
✔️ 개발이 필요없이 실현 가능한 기능/아이디어인 경우 : 1점

‘무엇’을 만들지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이었어요.

이렇게 우선순위대로 정리된 요구사항은 비지니스 전략과 더불어 혜택과 프라이싱을 설계하고 스푼멤버십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어떻게」 만들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이제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해요. 우선순위대로 정리된 요구 사항은 티셔츠 사이즈 기법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리소스가 필요할지 정리하여 협업하는 모든 분들께 공유했어요.

티셔츠 사이즈 기법(T-Shirts Sizing Method)이란?
소요되는 시간이나 작업량을 추적하여 프로젝트 공수를 추정할 수 있게 할 뿐만이 아니라 각 사이즈에 맞게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디자인 가이드를 제공하여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이에요.

프로덕트 디자인 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티셔츠 사이즈 정의
티셔츠 사이즈 기법으로 정의한 각 메뉴의 기능별 작업 사이즈

티셔츠 사이즈 기법으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기능들을 정리하니 대략 디자인에만 ‘최소 3개월’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이 시점에서 두 개의 구독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초초대형 XXL 프로젝트로 한 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또 다른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Rea가 구독팀에 합류했어요.

구독 프로젝트에 납치(?) 되었지만 열정 만땅인 Rea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저와 Rea는 당연하겠지만 안정적으로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 기간과 QA 기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기획과 디자인의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래서 저와 Rea는 작업 일정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고민해 보았어요.

(1)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 압축

기존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생략할 수 있는 작업은 Trade-off를 감안하고 최대한 생략했어요.

6단계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3단계로 압축!
  • Benchmark : 워크샵을 진행할 때 많은 레퍼런스를 이미 찾아보았기 때문에 필요 시에만 추가적으로 진행
  • Develped Design : 디자인의 퀄리티 보다 속도가 우선이므로 과감히 생략
  • UI Spec Guide : 디자인 시스템을 통해 이미 정의된 값과 컴포넌트를 사용하여 별도의 가이드 없이 개발 진행이 가능하므로 필요 시에만 진행

단, 아래의 두가지 작업은 생략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 Pre-Investigation : 스푼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앱과 웹까지 지원하며 글로벌 서비스이기 때문에 복잡도가 높은 서비스에요. 기존의 UX Funnel 그리고 정책에 영향이 없는지, 어떤 화면에 변동이 있을지 반드시 AS IS 케이스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 Draft Design : 다음에 이어 설명할 전체 작업의 프로세스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해요. 이 작업에서 UX Flow를 함께 작업하여 개발자들이 미리 요구사항과 개발 스펙을 확인하고 먼저 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가장 시급한 작업으로 정의했어요.

(2) 전체 작업 타임라인 압축

디자인 프로세스를 압축해도 큰 프로젝트의 규모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방법으로 작업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계단식으로 압축 타임라인을 만들었어요. 바로 기획과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하고, 또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이죠.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을 먼저 할지를 고민해야하는 시점이 왔어요. (정말 어려웠어요!)

“작업양이 많은 것 부터?” 혹은 “빨리 끝낼 수 있는 것 부터?” 또는 “디자인이 중요한 것 부터?”

모두 고려해야할 내용이죠. 하지만 저희가 가장 우선 시 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은 개발과 QA의 작업 기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협업 저들의 의견을 가장 중시했어요.

그래서 작업의 우선순위는 개발에 필요한 기능의 디자인을 먼저 작업하고 전달하는 것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발팀들과 함께 조율해서 정할 수 있었어요.

앞서 Must have 우선순위로 Spec-in 되었던 ‘구독자 전용 캐스트’ 기능을 예시를 들어볼게요.

프로덕트 디자인팀의 정의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M 사이즈의 작업이에요. 기존의 화면을 수정하고 신규 화면이 일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의 난이도 자체가 아주 높다고는 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개발팀의 입장은 달랐어요. 기존에 공개 범위를 지정할 수 있었던 ‘라이브’와는 달리 ‘캐스트’에서는 공개 범위를 설정하는 기능이 아예 없었거든요. 때문에 공개 범위를 설정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를 고려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하고 처리하는 서버 작업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개발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더군다나 메나(MENA)에는 캐스트 기능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해당 마켓에는 캐스트 기능도 추가되어야 했죠.

(이미지 출처 : 심슨 가족)

오디오 크리에이터들이 스푼 멤버십에 가입하고 플랜을 만들고 관리하는 전반적인 UX Flow가 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웹의 중요도가 높다고 생각했었지만, 앱에서의 작업도 시급하다는 것을 개발자분들과 함께 우선순위를 조율하며 깨달았어요.

모든 개발팀과 활발한 우선순위 조율을 통해 ‘구독자 전용 캐스트’ 기능은 P0 우선순위로 가장 먼저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다른 모든 기능들도 개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을 우선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결국, ‘어떻게’ 만들지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협업’이었어요.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순위를 정하며 배운 점들을 요약하자면 크게 3가지에요.

  1. 정성적/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문제를 찾고
  2. 우선순위를 정할 때에는 우리만의 기준이 있어야 해요.
  3. 그리고 우선순위에 모든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해야해요.

정답이 아니고 이런저런 문제들도 많았어요.(세상에 마음대로 진행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일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참고가 되었으면 해요.

자, 1편에서는 시작에 앞서 어떻게 두 개의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았던 이야기예요.

다음 2편 [양손잡이가 된다고 해서 만능이 되는 건 아냐]에서는 양손잡이가 된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우당탕탕 마주하게 된 난관들 그리고 그 난관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풀어보려고 해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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