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텀블벅, 0%에서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들

꾸준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게,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주는 시대인 것 같아요

Stibee
스티비 블로그
23 min readDec 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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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년을 맞이한 텀블벅 tumblbug은 크라우드펀딩 문화를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창작자들의 도움닫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당신 안에서 잠자고 있는 그 작은 목소리가 유의미하고 유효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앞서서 증명해내고자 한 브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질문을 하고 답을 끌어내야 하는 ‘인터뷰어’로 함께 했지만, 대화를 나누며 한 명의 창작자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제 모습을 자주 발견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 작은 힘으로 또 무언가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시작에 몸이 웅크려진 창작자들, 그런 사람들을 응원할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는 서포터들의 마음을 모두 담아보고 싶었어요.

더욱 많은 목소리들이 세상에 출현한다면 좋겠어요. 그 갑작스러움이란, 얼마나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던가요. 그 생경한 일을 앞서 돕고 있는 텀블벅의 뉴스레터, <0% 레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Interviewee 수현(콘텐츠 에디터), 괜저(운영 리드)

“창작자들의 시작을 돕는 플랫폼, 텀블벅”

[보낸사람:]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텀블벅에서 두 분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수현: 저희는 텀블벅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어요. 입사할 때는 PR 쪽이었는데, 지금은 콘텐츠 제작 측면에 집중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는 기획, 작성, 발송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텀블벅과 함께한지는 3년 정도 되었어요.

괜저: 저는 합류한 지 6년 정도 되었는데요. 콘텐츠부터 제품, 운영까지 여러 업무를 진행하다가 최근에는 특히 운영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창작자들이 어떤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좀 낼 수 있게 굉장히 큰 발판을 만드는데 텀블벅의 기여가 꽤 크다고 생각해요. 초기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텀블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괜저: 텀블벅 창업자가 원래 영화 학도였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았죠. 해외의 여러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개념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조금조금씩 배워 만들어나간 게 시초예요. 직접 프로그램을 배워서 뚝딱뚝딱 만들어나갔죠. 초반에는 이 플랫폼에 필요한 기술적인 기반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매우 어려웠어요. 테크니컬 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IT 스타트업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춰나갈 수 있었죠.

독창적인 시도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생태계를 꿈꾸는 텀블벅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시점 이후로는 창작자와 후원자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텀블벅을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어요. 창작자들을 위한 기반이 되려면,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아무리 기술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그걸 각 문야에 문화적으로 어떻게 뿌리내려서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왔죠.

최근에 보셨던 프로젝트 중,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 있었나요?

괜저: 음, 너무 많은데요. (웃음) 최근에 많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뉴스레터를 시작하는 데 계기가 되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 프로젝트였어요. 텀블벅에 처음 펀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떤 프로젝트인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서로가 알아가는 단계였는데요. 추후 출간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미예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때 대화를 나누면서 텀블벅이 있어서 이런 영향력이 가능할 수 있구나 하고 한 번 더 실감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최근 “브랜드라면 자고로 뉴스레터는 해줘야지!”라는 작은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텀블벅은 2019년부터 뉴스레터를 활용하셨죠, 꽤 오래전부터 메일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셨는데요. 처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뉴스레터를 브랜딩의 차원으로 활용하게 되셨나요?

괜저: 2019년부터 보내던 뉴스레터는 <창작레터>라고 이름 지었었어요. 그때는 외부적인 홍보보다는 텀블벅 창작자들이 많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를 구축하자는 개념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리고 <창작레터> 외에도 회원들에게 발송되는 프로젝트 추천 메일도 있었고요. 그야말로 대부분의 회원들이 받아보는 주간 프로젝트 알림이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정도의 가벼운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충성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단순한 광고로 받아들이시는 게 아니라, 구독의 가치가 있는 하나의 콘텐츠라고 여겨주시고 실제로 성과도 굉장히 좋았거든요. 메일이 참 강력한 매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 계기였죠.

2019년 시작한 창작생활에 영감을 주는 뉴스레터 <창작레터>

한 때는 메일이 마케팅 수단으로써 각광을 받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잖아요. 그럼에도 저희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메일이라는 매체가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걸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수현: 프로젝트 추천 메일부터 지금 스티비로 발행하는 <0% 레터>까지 다 진행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프로젝트를 추천하고 소개하는 뉴스레터이긴 했지만, 필요한 콘텐츠는 직접 에디터들이 모두 작성을 했었어요.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이라던가 인상적인 점 등이요. 그때부터 독자들께 텀블벅이 콘텐츠를 많이 발행하고 제작하려는 플랫폼이라는 인상을 잘 쌓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0% 레터>까지 큰 위화감 없이 넘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부분이죠. 흐릿하지만 메일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획을 할 때에도, 독자들에게 다가갈 때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괜저: 최근 1~2년 사이에는 뉴닉을 비롯한 뉴스레터 창작자들이 텀블벅을 많이 활용했었어요. 뉴스레터를 보내기 위한 초기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고,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뉴스레터를 발행하시는 분들과도 텀블벅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던 덕분도 있을 것 같아요.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다양한 뉴스레터 발행인들의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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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땀 눈물… 그것이 모든 뉴스레터의 과정.”

<0% 레터> 기준으로 이제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죠. 이전에는 ‘프로젝트 피플 Project People’, ‘컬처 Culture’, ‘디자인 Design’, ‘북스 Books’, ‘게임즈 Games’ 다섯 가지 카테고리별로 구독자들을 모집하셨는데, 여러 가지 카테고리를 중복해서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걸 통합시키셨잖아요.

<0% 레터> 시작 전, 카테고리 재정비 소식을 알린 뉴스레터

개편 전후로의 의도나 약간 전반적인 보이스 자체가 조금 달라졌을 것 같아요. 개편 기획 스토리가 조금 궁금해요. 어떤 의도로 뉴스레터 개편하시게 된 걸까요? ‘보낸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요.

수현: 잠시만요, 눈물이 조금 나려고 해서 …

괜저: (웃음) 진짜 쉽지 않았어요.

눈물이 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수현: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시작했을 때, 되게 야심차게 시작했었어요. 뾰족한 기획으로 다가가니까 독자들이 더 재미있게 느끼지 않을까, 몰랐던 분야를 더 깊게 알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고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컸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던 거죠. 약간 매니악한 분야는 계속 매니악해지고, 대중적인 분야는 더욱 대중적이어지고 … 카테고리 사이의 균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포괄적으로 가져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발행되었던 뉴스레터

사실 제가 게임 담당자였어요. 앞서 말씀드린 매니악한 분야 중 하나죠. 열심히 콘텐츠를 수급하고 발행한다 하더라도 사실 청중이 없으면 휘발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시의성이 금방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카테고리를 통합시키고 조금 더 많은 독자를 한 데 모아보려고 개편을 한 건데, 아쉽기는 했어요.

괜저: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나서 달성하자고 약속한 목표치가 명확하게 있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눈물이 날 만큼 아쉬워도 개편을 안 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던 거고요. 수현 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 간의 편차도 있긴 했지만요. 그리고 내부적으로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적인데 다섯 가지의 뉴스레터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어요. 우리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다시 복기하고 독자의 의견을 수집하고 들을 시간이 필요한데, 도저히 소화할 수가 없던 거죠. 계속 뽑아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텀블벅에게 뉴스레터가 어떤 역할이고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한 달의 휴지기를 가지면서 내부적으로 다져졌던 부분이 바로 ‘명확한 콘셉트’였어요.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를 병렬적으로 운영하면서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시도들을 충분히 해봤다고 생각했거든요.

격주 월요일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람을 위해 발행된 <프로젝트 피플>

예를 들어 ‘프로젝트 피플’이라는 카테고리도 프로젝트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등 정말 세세한 부분에서 출발했었거든요. 그런 실험과 시도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개편을 진행하는 동안 그 부분을 살리면서, 동시에 통합된 포커스를 가져가 보자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 거죠. 개편 전의 태도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선보이고자 했던 마음이라면, 개편 이후로는 한 가지를 제대로 전개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지금은 그 집중의 힘과 방법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부 만족도는 어떤가요?

수현: 결국 만들고 보내는 사람이 재밌어야 그것을 소비할 독자들도 재미있게 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텀블벅에서 다양한 뉴스레터를 만들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가 뉴스레터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도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제가 대신 전할 수 있는 그런 매개의 역할이 너무 만족스럽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제가 좋아하는 텍스트의 형태로 구현된다는 것이 정말 더 좋았고요. 만드는 저는 좋아요. 그러니 읽는 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웃음)

괜저: 내부적인 만족도도 높은 것 같아요. 텀블벅이라는 브랜드 자체는 이미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 브랜드이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로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뉴스레터라는 매체로 더 뾰족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거든요.

다양한 시도 끝에 탄생하게 된 <0% 레터>

사실 브랜드도 운영하면서 창작자들의 스토리까지 생각하기가 벅찰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그걸 겨우 하는 느낌이었어요. 연말 결산 콘텐츠 같은 것을 만들면서요. 그런데 <0% 레터>가 자리 잡으면서, 아주 조금씩이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왜 중요한 것인지를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죠.

가능성에 투자하는 ‘펀딩’이지만, 자칫하면 이미 있는 물건을 판매하는 쇼핑몰과 차별점이 없게 느껴질 수 있는데, 텀블벅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창작자의 목소리를 계속 전하려고 하는 노력이 느껴져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괜저: 맞아요. 쇼핑몰로 성공하기 위해서 창업을 했다면… 사실 이렇게 운영할 필요가 없거든요.

(일동 폭소)

괜저: 텀블벅의 미션이 “더 많은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예요. 이 미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을 때, 이것을 정말로 달성하고 실현하려면 사업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0% 레터>는 주 1회, 토요일 아침에 발송되고 있는데요. 짧지 않은 주기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으로도 깊게 파서 넓어지는 형식이니까, 주 1회 발행이라고 하면 … “매일 마감이 있는 기분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0% 레터>를 만들고 있나요?

괜저: 각자의 장점을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데까지도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마다 잘 알고 있는 분야 별로 업무를 나눠보기도 했는데요, 콘텐츠를 완성시킬 때 분야의 지식만 가지고는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은 수많은 개편을 통해서 각자의 역할이 잘 자리 잡게 되었어요.

<0% 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텀블벅 어벤저스(!)

브랜드 디자이너는 어떤 시각적인 분위기로 각 콘텐츠를 전개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에디터들은 내외부적으로 어떤 소통을 하며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요. ‘어벤저스’ 같아요. 필요할 때 모여서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 계산을 해요.

그런 호흡과 조화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아름다운 분담은 정말 기적과도 같지 않습니까.

수현: 정말 눈물 겹죠. 서로 맞이 시도해보고 실험해보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손발이 맞아요. 그래서 주 1회 흐름이 그렇게 힘들지 않게 느껴지고요.

괜저: 스티비 기능이 훌륭해서도 있어요. 괜히 하는 말이 아니고요. (웃음) 텀블벅 회원 발송 메일은 스티비가 아닌 해외 툴을 사용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 신경써야 할 게 되게 많더라고요. 순차적으로 여러 명이 편집하기도 어렵고요. 스티비의 접근 가능성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눈물 겨운 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쓰라렸던 눈물의 기억이 있으신지요.

수현: (괜저를 보며) 진짜 고비의 연속 아니었나요. 하나 넘으면 또 하나 나오고… 계속 나오고.

괜저: (땅을 보며) 맞아요.

초반에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신 걸 보고, <더 뉴요커 뉴스레터>가 연상되더라고요. 한국에도 이런 멋진 시도를 하는 뉴스레터가 있구나, 텀블벅을 보면서 생각했죠. 그런데 여러 개편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뉴스레터에 진심이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현: 실제로 그때는 <더 뉴요커>를 참고하긴 했었어요.

괜저: <뉴욕타임즈>도 그렇고요. 해외는 많이들 하잖아요. 말하다 보니, 개편을 결심해야 됐을 때가 제일 가슴 아팠던 것 같네요. 왜냐하면 너무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이만큼 하고 싶은데, 그만큼 안 따라오니 참 아쉬웠죠. 준엄한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실 이제 막 해나가는 단계인데 처음부터 너무 큰 삽을 뜬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처음 개편할 때 어떤 확신을 가지고 진행을 했는데, 한 두 달 만에 다시 엎어야 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다시 시작하면 잘 될 거라고, 서로 다독였던 것 같아요.

텀블벅 사용하시는 분들도 창작자니까 엎는 거 정도야. (웃음) 개편 이후로 결과는 확실히 더 나아지셨나요?

괜저: 그렇죠. 독자들의 반응도 조금 더 좋았고, 내부적인 판단도 훨씬 나았고요. 텀블벅 내부에서도 우리가 끌고 가려는 게 벅차 보여도, 사실 쉽게 말하기는 어렵잖아요. (웃음) 그런데 “저희 이렇게 통합 개편할 거예요”라고 하니까 다들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뉴스레터를 두고 내부적으로 회고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데, 모두들 정말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셔서 실제로 성장도 더 빠르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텀블벅 마케팅에서 뉴스레터는 어느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나요?

괜저: 기업을 마케팅하는 것과, 프로젝트를 마케팅하는 것 — 이렇게 두 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데요. 기업에 대한 활동으로는 스티비로 발송하는 뉴스레터와 브런치 블로그가 주축이 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위한 활동은 워낙 다양하고 많기도 한데요, 거기서도 뉴스레터가 비중이 꽤 높은 편이기는 해요.

<0% 레터>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가, 코너가 굉장히 유동적이라는 것이었어요. 보통은 큰 틀을 정해놓고, 그것을 밀고나가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텀블벅은 콘텐츠에 맞는 코너를 계속해서 신설해 나가는 느낌이었거든요. <0% 레터>의 코너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괜저, 수현: (짧은 침묵)

혹시 이것도 눈물 나는 이야기인가요…

수현: 초반엔 정말 많은 코너들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코너들을 합치고 큰 덩어리가 될 만한 꼭지들로 추려낸 상태예요.

괜저: 이것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게 된 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0% 레터>의 콘셉트가 뚜렷하다 보니, 각 코너를 구성할 때에도 최대한 뾰족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내용의 결이 조금만 다른 것 같아도 새로운 코너로 개입을 시켰던 거죠.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늘 있는 고민일 것 같아요. 각 콘텐츠의 흐름을 잘 분류하는 일 말이에요. 그래서 좀 세분화되었던 것인데, 이제는 큰 틀로 묶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어요.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겠죠.

(수현을 보며) 특히 강조하고 싶은 코너가 있나요.

(일동 폭소)

수현: ‘포커스 Focus’요. 늘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그 꼭지를 좋아하시는 독자님들도 많고요. <0% 레터> 에고 서치를 하면 ‘포커스’에 대한 코멘트는 항상 있더라고요. “텀블벅 <0% 레터> 도입글은 항상 좋다” 이런 말씀들요. 반드시 … 사수해야 할 코너라고 생각합니다. 힘드시겠지만요. (웃음)

괜저: 내일 거 써야 하는데 아직 못 썼습니다. (웃음)

수현: ‘믹스테입 Mixtape’이라는 코너도 정말 좋지 않았나요?

괜저: 맞아요. 글이나 출판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워낙 잘 쓰세요. 그런데 음악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글로 담고자 했을 때는 서로 간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전달 방법이나 형식에 있어서요. 그래서 본인이 쓴 가사에 코멘트를 달아서 일종의 작업 일지 같이 보일 수 있는 에세이를 제안드렸는데요, 정말 너무 잘 맞는 형식이었어요.

수현: 그런 형식의 콘텐츠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텀블벅이어서 가능한 내용과 형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뿌듯했죠.

‘포커스 Focus’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어떤 기준으로 한 주의 주제를 선정하시나요?

괜저: 항상 고민이 많은 부분인데요. 창작 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두고 있는 단어나 주제는 많아요. 어렵지 않게 뽑아낼 수는 있고, 그리고 그것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어렵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이게 적절한 흐름일까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항상 그 지점을 고려하고 생각하죠.

수현: 저희 입맛에 맞게만 쓰려면 어떻게든지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콘텐츠 간의 연결성이라든지 그 안에서의 적당한 속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조금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꽤 대담했던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많이 해봤으니까요. 그런 시행착오가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으세요?

수현: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았어요.

괜저: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던 박효선 감독님이 쓰신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어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계획을 타인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보니 ‘불확실성’을 어떻게 성숙하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프로젝트의 결과가 많이 달라지거든요. 박효선 감독님의 프로젝트가 펀딩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제작 단계에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요. 비슷한 경우의 프로젝트 창작자께 연락드리면, 숨으시는 경우도 많아요. 왜냐하면 아직 안 됐으니까요. 그런데 박효선 감독님은 그런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이 지금 어떤 상황과 과정에 있는지를 후원자들과 정말 적극적으로 소통하시거든요. 저희가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본질을 너무 잘 이해하고 수행하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불확실성’이라는 주제가 선정되었을 때 에세이 기고를 요청드렸죠.

<텀블벅 0 % 레터 — 4. 불확실성>에 수록된 에세이

실제로 정말 실감 나는 작업 일지 같은 에세이를 보내주셨는데, 정말 좋았거든요. 감사하기도 했고요. 많은 독자들 역시 좋아해 주셨던 콘텐츠이기도 해요.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활용하면서 체감됐던 변화 같은 게 있을까요?

괜저: 처음 텀블벅에 합류했던 6년 전 즈음에는 5명 규모의 작은 기업이었어요. 지금은 40여 명의 동료가 함께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고요. 그리고 최근 3~4년 안에 텀블벅을 새로 알게 되신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분야에서는 텀블벅이 너무 당연한 플랫폼인데, 또 다른 분야에서는 정말 새로운 플랫폼인 거죠. 늘 새로운 유입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의 의미를 계속 되새기고 확장시키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릴 수도 있구나를 느꼈던 적이 많거든요.

그런데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나니, 그 자체가 텀블벅을 설명하는 가이드가 된 거죠. 새로운 동료가 합류할 때나, 다른 플랫폼과 협업을 할 때, 뉴스레터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텀블벅을 이해해 나가거든요. 브랜드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하는 역할도 톡톡하지만, 내부를 위해서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피드백은 자주 오는 편인가요?

괜저: 항상 배고픕니다.

수현: 정말 궁금해요. 어떻게 해야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거죠.

괜저: 아무래도 기업이 보내는 뉴스레터라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선뜻 피드백을 주시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수현 님이 따로 에고 서치 하시다가 발견하시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대놓고 물어보는 날을 가져야 하나 (웃음) 그런 생각도 해요.

수현: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이번 <0% 레터>는 꼭 전문으로 읽어보시기를 …’ 이런 이야기들이 되게 많아요. 저희한테 안 알려주시고… (속상) 굉장히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 부끄러우셔서 그러신가?

괜저: 스티비에서 [보낸 사람:] 인터뷰 제안 왔을 때도 정말 좋았어요. 제안도 일종의 피드백이니까요. 정말 뿌듯했죠.

저도 개인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연서 Loveletter]라는 이름으로, 저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매달 안부를 전해요. 말 그대로 정말 러브레터인 거죠. 그러다 보니까 답장이 정말 많이 오는 편이에요. 한 번쯤, 텀블벅이 아닌 수현과 괜저 그리고 다른 에디터들의 목소리가 담겨도 좋지 않을까요? 텀블벅이라는 기업이 아니라, ‘휴먼’들이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괜저: 이번 연말에 그렇게 좀 해볼까 봐요.

수현: 안녕하세요, 저희예요…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만들고 있어요…

티도 내고 생색도 내야 알아주고 하죠. (웃음)

괜저: 이 인터뷰 발행될 때 즈음에 구실 삼아서 해볼 수 있겠어요. (웃음)

혹시 <0% 레터>를 발행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이제 눈물 안 됩니다.

수현: 아무래도… 예약 버튼을 누르는 매 순간?

(일동 폭소)

수현: 다 아시잖아요. 그때 진짜 행복한 거

그걸 이슬아 작가님은 ‘마드레날린(마감+아드레날린)이라고 하죠.

괜저: 발행 자체에 대한 결과를 받아볼 때도 좋지만, <0% 레터>라는 이름과 기획으로 개편을 하자고 팀 내부에서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쾌감이 컸어요. 그전까지는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싶어서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고, 그 의견을 모으느라 우리의 미션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불가능의 0%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0%에 관한 이야기

그런데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0% 레터>라는 표제와 이것이 앞으로 가지고 나가야 할 뱡항을 우리가 함께 도출해냈을 때 정말 좋았죠. 이제는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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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마세요. 두 눈 질끈 감고, 우선 출발하는 거예요. 우리가 도울게요.”

앞으로도 계속 뉴스레터를 발행하실 거잖아요.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활용해서 텀블벅이 전하고 싶은 뭔가 메시지나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괜저: (수현을 보며) 해보고 싶은 거 많지 않았나요.

수현: 많죠. 그런데 다른 우선순위가 많다 보니 못하고 있는… (웃음) <0% 레터> 목표가 매주 토요일 아침,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모바일이 아닌 데스크톱으로 보면서 시작과 출발의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모바일로 소화하기에는 조금 무겁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지금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데스크톱으로 <0% 레터>를 읽으면서 좋은 자극을 받고 바로 작업을 시작하는 거죠. 거창한 메시지나 시도라기보다는, 창작의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랄 뿐인 것 같아요. ‘그럼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요. 거창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작은 시작이라도 만들어지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괜저: 텀블벅을 위한 바람 같은 게 있다면 이 뉴스레터가 “텀블벅이 창작자들의 새로운 시도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계속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큰 원동력인 것 같거든요. 거창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말하려면, 거창한 브랜딩도 필요하고 거창한 홍보도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리가 꾸준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게, 그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주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뉴스레터를 통해 그런 의도와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것일 테고요. 텀블벅 역시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서 플랫폼,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스티비를 통해서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은 많은 예비 창작자들 전하고 싶은 팁이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해요.

괜저: 해보고 안 되면 갈아엎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로이 시작해 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거창하게 시작해도 괜찮고, 하다가 달려서 바꾸는 것도 괜찮아요. 뉴스레터의 장점은 매 호마다 새 시작인 것처럼 해도 된다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시작하고 지속하면서 본인한테 필요한 리듬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부담 없이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스티비와 텀블벅의 고객층이 많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스요레터>와 <0% 레터>를 모두 구독하고 계시는 독자님들요. 마지막으로 창작자이자 독자님인 분들께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까요?

괜저: 창작자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지원할 ‘수 밖에’ 없는 플랫폼을 많이 활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들은 독립되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무관심하기도 쉽거든요. 그런데 조금만 둘러보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펼치기 위해서 리소스를 제공할 줄 준비가 되어있는 플랫폼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스티비도 그런 플랫폼 중 하나고요.

텀블벅 프로젝트 시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창작자 가이드>

출발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보이스가 있다면 그걸 전달하기 위한 툴은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그 내용이 무엇 일지를 고민하는 데에 몰두해 주세요. 사실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요. 하지만 여건이 되는지를 재기만 하다 보면은 영원히 시작할 수가 없잖아요. 의지와 비전만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채워질 수 있을 거예요.

이상하고 낯설었던 2021년도 끝이 보입니다. 우리 모두 새 시대에 적응하느라 바빴지만, 참 열심이었어요. 저마다의 자리에서 무엇을 만들고 읽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하고. 그런 결과물로 가득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창작에 앞서 가장 큰 허들은 ‘가능성’을 재어보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언제까지, 얼마만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내보이는 어떤 용감무쌍함이요. 그 출발선 앞에 당연한 의연함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관중 속, 당신을 응원하고 믿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몰라요.

2021년 [보낸사람:] 인터뷰 시리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스티비도 계속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 불가능의 0%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0%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매주 토요일 아침, <텀블벅 뉴스레터> 0% 구독하기

인터뷰, 정리| 스티비 객원 에디터 박참새
편집 | 스티비 마케팅 매니저 이루리(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이미희(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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