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비에서 3개월을 마친 나의 이야기

황민욱
스티비 블로그
6 min readMar 5, 2020

안녕하세요. 스티비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황민욱입니다. 이제 막 3개월이 지나 수습기간이 끝났습니다. 마침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 팀원의 조언대로 스티비에서 보낸 수습 3개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이야기에 앞서 일하고 있는 스티비를 잠시 소개할게요. 스티비는 “더 잘 읽히는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에게 연결되도록 합니다”라는 목표로 stibee.com이라는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는 팀입니다. 2016년 11월에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입니다. 이제는 많이들 구독하시는 뉴닉이나, 어피티와 같은 알찬 뉴스레터도 스티비를 통해 발송되고 있습니다.

팀원은 저를 포함해 7명입니다. (저희 팀에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사람이 적다 보니 손쉽게 해결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부족한 상황에서도 오순도순 늘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스티비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중순이었습니다. 이직할 곳을 찾던 도중 원티드에서 보았고, 이게 무슨 회사인가 싶어 찾아본 게 처음이었죠. 평소 자주 읽던 뉴닉이 사용하던 솔루션 회사라고 하자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스티비를 사용해보니 더욱 그렇더군요. 뉴스레터 에디터는 도저히 소규모 개발팀이 만들었다기에는 너무나 완성도가 좋아서, “외주 제작을 맡겼나?”싶을 정도였습니다.

제품의 퀄리티와는 다르게 막상 지원하기로 마음먹자, 걱정이 앞섰습니다. “개발자가 적은데, 성장하기 힘든 환경이면 어떻지?”라는 커리어적 고민부터, “회사가 작은데 월급은 잘 나오려나?”같은 현실적인 부분까지… 그렇지만 이제는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메일 마케팅을 다시금 수면 위로 부활시키는 이 회사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지원해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네? 제 토이 프로젝트를 만들라고요? 회사에서요?

회사 돈으로 AWS를 쓰라고요? 끼야아ㅏㅏㄱ

불안과 기대를 안고 입사한 후, 처음으로 제게 주어진 업무는 놀랍게도 “토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세요”였습니다. 제 깃헙 레포를 확인한 제 사수(사수가 궁금하시다면 안녕하세요? 이학진을 소개합니다!를 읽어 보세요!)는 기존에 만들었던 프로젝트를 스티비의 기술 스택의 이용해 웹 솔루션으로 포팅해 보라 하며, AWS계정을 만들어 주더군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당시에는 조금 쓸모없는 업무로 느껴졌습니다. 회사에서 회사일을 안 하고, 토이 프로젝트를 하라니!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토이 프로젝트 덕분에 빠르게 스티비의 기술 스택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C2, Lambda, ELB, SQS, S3 등 AWS의 수많은 기능들을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써본 것도 처음이고요.

나중에 프로젝트의 부족한 점, 잘한 점을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역시 잘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친 부분, 부족한 부분, 의외로 잘 된 부분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결국 수많은 수정을 거친 이후에야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수정하고 싶은 부분들은 산더미 같지만, 생각한것 보다 더 많은것을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제가 OKR 발표해도 될까요?

저는 지난해부터 OKR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막무가내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단위로 쪼개고 그 단위들을 해결해 나가면 최종적으로 목표가 달성된다는 그 개념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하지만 바쁜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하루 이틀 점점 미뤄져만 가고 연말이 다가오자, 팀에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연말 전사 휴가 동안 책을 읽고 OKR을 팀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저것봐! OKR이 온 스타트업에서 유행하고 있어!

팀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가면서도 OKR의 개념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제게 직접 물어보거나 책을 읽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OKR 발표를 마치고나니 팀에게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 자신도 많은 성장의 발판이 되더군요. 특히 발표와 함께 진행한 개인 OKR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려 4개의 목표중 세개에서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번 OKR을 준비 중입니다.

실속없는 회사와 내실있는 회사

스티비에 왔을 때,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돈을 태워가며 사람을 뽑고 더 많은 야근과 제품을 더 빠르게 출시하는 회사를 생각했지요. 하지만 스티비는 조금 달랐습니다. 모두가 정시에 퇴근하는 IT 회사라니요!

놀랍게도 이 말은 매일 두세명씩 하는 말이다. 퇴근 시간 이전에도 자주!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이게 가능한가? 여기 사실은 IT회사 아닌 거 아냐?”. 하지만 스타트업 성장 방정식(돈을 많이 써서 사람을 많이 뽑고,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의 이면을 알고 나자 이해가 되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빠른 성장은 내적 발전이 소홀히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려한 제품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지만, 썩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하는 것이지요. 투자를 받아 성장했지만, 그 성장을 유지할 방법이 없자 거품이 꺼지는 결과가 나오게 될 수 있는것이죠. 이런 회사들이 2019년에 특히 많이 보이기도 했고요.

스타트업이지만 스타트업 성장 방정식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개념은 생소했지만 이해가 되자 오히려 더 좋은 성장의 발판이란 것이 느껴졌습니다. 생산성은 열심히 일하고 충분히 쉬어야 나오는 것이고, 좋은 제품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 스티비의 이메일 에디터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이유는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고, 팀이 잘하는 것을 더욱 열심히 하는 결과물이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신입입니다…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습니다.

저는 신입입니다. 전문용어로 주니어 개발자라고 하지요. 실수란 실수는 모조리 저지르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직도 회사에서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옵니다. 그렇지만 이직하기 전에 있던 걱정이나 부담은 이제 훨씬 덜 합니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무리해서 하는 조직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가꾸고, 다듬는 조직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이제 막 수습기간이 끝났지만 어디선가 자신감이 솟구친다! 나는 멋져!

물론 팀의 부족한 점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걱정은 안 돼요. OKR을 팀에 소개한 것처럼, 제가 바꾸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덕분에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습니다. 팀 내부에 있는 장애물 치우기부터, 메일 엔진 개선, 개발 블로그 운영 등등… 이렇게 시작한 저의 회사생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걱정 없습니다! 멋진 팀에서 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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