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만난 사람

he is ok. i am ok too.


그를 만난 것은 22일 전 토요일 자정 무렵이었다. 늦게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도중 급한 사정으로 내 손바닥 위에 약 600g의 작고 차가운 몸이 얹어진 후 나는 그와 함께 살고 있다. 얘기를 들은 바 그는 거의 서있지 못했다고 한다. 음식도 먹지 않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관심을 주는 거대한 몸뚱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무서웠을 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급하게 사료와 고양이들이 먹는다는 캔을 사서 주섬주섬 만들어주었다. 어디선가 고양이는 박스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박스 안에다가 음식을 놔두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박스 안에서 밖을 관찰하더니 불을 끄자 뛰쳐 나와 내 방 곳곳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히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걱정이 되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고양이가 바닥을 밟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가며 가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기도 했다. 아마도 밥을 달라는 소리였던것 같다. 박스에서 나오긴 했지만 뒷다리에 힘이 없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는지 박스 앞에서 계속 울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박스 안의 고양이 밥을 밖으로 꺼내 주었다. 오랫동안 굶고 지친 그는 냠냠냠 소리를 내며 사료를 까득까득 씹어먹었다. 한참을 그렇게 먹고 난 뒤 낮은 스티로폼 침대에서 (사실 전자렌지를 샀을 때 박스에 들어있던 포장재였지만) 푹 잠을 잤다.

its first day at my house.

그렇게 밥을 먹는 그를 보자니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의 내가 생각났다. 춥고 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에 직장도 없는데다가 가진거라곤 작은 옷가방 두개와 120만원 가량의 현금.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가 생각났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서 밟아가야만 했던 그 길을 지나 이렇게 정착했다. 그도 그때 나와 같은 느낌을 느낄 것 같았다. 절박하지만 아무도 없던 그때.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나서 나도 잠을 청했다. 나는 늘 코를 곤다. 아마도 이 소리 때문에 깰 것 같았다.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알람이 울리고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일할 준비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높고 가냘프게 우는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옆을 돌아보니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날 보고 울고 있었다. 뭔가 바라는게 있겠다고 생각했다. 밥이다. 자기 전에 채워놓은 사료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아마 새벽에 일어나 밥을 또 먹은 모양이다. 얼른 물과 사료를 채웠다.


한껏 먹고 나서 또 울기 시작했다. 어딘가 아플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무릎위에 올리고 쓰다듬어 주었다. 다행히 일은 바쁘지 않았다. 무릎위에 앉아서 눈을 감더니 또 곤히 자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간 길거리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던 모양일거라고 생각하고는 그대로 두었다. 말라서 뼈가 만져질 정도의 몸으로 얼마나 길거리를 해메었던 걸까. 그렇게 계속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살아있는 동물이라 미약한 체온이 내 살에 전해진다. 채 1kg도 되지 않는 무게가 느껴졌다. 그때 이름을 지었다. 유월(六月). 내가 키울지 아닐지 모르지만 최대한 힘이 닿는대로 도와주고 싶었다. 벌써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염에는 동물의 털이 정말 좋지않다. 그 중에서도 얇은 고양이 털이니 오죽할까 싶다.


드디어 일이 끝났다. 서둘러 품에 안고 병원으로 갔다. 몸무게와 체온을 재고 건상상태를 체크 한다. 수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다행히 많은 검사에서도 특별히 아픈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해서 심한 정도의 빈혈과 영양실조, 장내에 균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입원을 권했다. 유월이를 입원 시키고 집에 와 침대에 앉으니 곳곳에 유월이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리고 무릎위에서 자던 모습, 체온, 무게가 조금 그리웠다. 사실 그리웠다는 표현은 너무 큰 표현이지만 딱히 들어맞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어쨋든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집에서의 하루가, 병원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mail me when Story of who i met before publishes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