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항해 99 프로그램 때려치기로 한 썰 푼다

Steven Jang
Weekly_Steven
Published in
4 min readNov 1, 2021

일어나 이 개새끼들아!!!

자고있는 훈련생을 깨우는 교관의 날카로운 고함. 혼비백산하여 복장도 갖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훈련생들의 모습. 지난해 이맘때 유행했던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2’의 한 장면이다. 항해 99 썰 푼다는 글을 가짜사나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가짜사나이2와 항해99의 철학이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짜사나이2는 여러 일반인들을 모아서 특수부대 수준의 혹독한 훈련을 받게 하는 형식의 방송이었다. 참가자들은 배경도 체력수준도 제각각이었다. 나는 두가지 이유로 가짜사나이2가 바보같다고 생각했는데, 첫째는 단기간의 혹독한 훈련으로 정신력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교관들은 훈련생들을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기만 할 뿐 제대로 된 훈련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항해99의 첫날을 수료하고 바로 중도포기를 결정했다. 시작과 동시에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듣고 뒤이어 조별 팀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팀과제의 내용은 팀별로 모여 기획부터 시작해서 작은 웹서비스를 만들라는 것이었는데 요구되는 수준은 사전 학습 자료를 아무리 열심히 학습해도 수행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비슷한 수준의 초보자들끼리 모여서 기획에 대해 이야기 하느라 세네시간이 흘렀고 이런 저런 잡다한 특강 때문에 정작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공부하고 코딩을 해볼 시간은 부족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공부가오후 11시에 끝났는데 배운게없다. 스파르타 코딩클럽은 정리된 정보가 있는게 아니라 자습을 유도하기 때문에 수많은 자료를 구글링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말 그대로 코딩 버전의 ‘일어나 이 개새끼들아!’ 였고 혼비백산해서 허우적거리는 참가자가 내 모습이었다.

답답함은 이전 기수가 제출한 과제들을 보면서 더욱 커졌는데,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이는 서비스들이었지만 코드를 잘 살펴보면 조별로 수준 차이가 굉장히 크게 났다. 아무리 봐도 수준이 너무 높아보이는 프로젝트의 참가자의 깃헙 프로필을 보니 항해99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전에도 오랫동안 다양한 코딩을 해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짜사나이2에서 평범한 체력의 참가자들부터 하나씩 중도이탈을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일방적인 교육보다 능동적인 자습이 더 강력하다는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항해99 프로그램은 400만원짜리 자율학습 이상의 의미가 있는걸까?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항해99 프로그램 참가를 고려중이라면…
당신이 이미 3 ~ 6개월정도 코딩을 공부했고 작은 토이 프로젝트를 완성한 경험이 있다면 항해99는 좋은 기회일수 있다. 단기간에 ‘독학으로 개발 공부하는 사람’에서 ‘개발자’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포트폴리오에 올릴 유의미한 프로젝트들을 제작하게 되며 코딩 테스트와 면접 준비까지 도와준다.

하지만 당신이 다른 개발자와의 협업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아니라 정말 코딩 실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항해99는 추천하지 않는다. 자기주도적 학습은 다시 말해 당신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멘토링과 코칭이 제공된다지만, 정리된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은 없다.

항해99는 수강료가 4백만원이고 기수별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다. 이런 규모로 매달 새로운 기수를 뽑는다. 스파르타 코딩클럽이 가져가는 수익에 비해서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이 썩 달콤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의 교육 철학에 대해서는 내가 토를 달 필요는 없겠지만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알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코딩 공부는 계속 할 생각이다. 환불을 마무리 하더라도 스파르타 코딩클럽에서 제공해준 동영상 강의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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