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조사로 첫 화면에 의미있는 개선 만들기

Seulgi Ji
StyleShare
Published in
9 min readJan 11, 2021

얼마 전 스타일쉐어 서비스 첫 화면인 홈에 ‘브랜드 랭킹’ 이라는 컴포넌트를 선보였습니다. 브랜드 랭킹 컴포넌트는 기존에 브랜드를 보여주던 방식을 개선하고 우리가 타겟하는 1020 신규 유저들에게 가치 있는 제안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브랜드 랭킹은 A/B테스트로 효과를 검증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데이터를 보던 저희 스쿼드 구성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브랜드 랭킹은 기존 대비 29배의 성장을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랭킹이 100번 노출 됐다면 약 80번의 클릭이 만들어집니다. 그 다음 퍼널인 브랜드 상세 페이지로 이동하는 유저는 브랜드 랭킹을 본 유저 중에 약 22% 입니다.

워낙 성과가 좋다보니 과장된 결과가 아닌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첫 번째로 단지 ‘변화’ 했다는 것 때문에 유저들이 신기해서 눌러본 것은 아닌지 알아보았습니다. 기존 컴포넌트에 노출된 적 없는, 즉 컴포넌트가 변화한 것을 모르는 신규 사용자를 대상으로 샘플링해본 결과, 전체 실험 결과와 같았습니다. 두 번째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데일리 실험 데이터와 실험 종료 후의 퍼포먼스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실험 기간 동안 데일리 퍼포먼스는 전체 퍼포먼스와 비슷했고, 실험을 종료한 이후에도 브랜드 랭킹은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기존 컴포넌트에 비해 다양한 카테고리, 3개에서 5개로 늘어난 브랜드 리스트 등 클릭이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성이라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 것도 있지만,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알고 싶은 유저들의 관심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사용자 조사

브랜드를 향한 유저들의 갈증을 어떻게 캐치했을까요? 제목을 통해서 짐작하셨겠지만 바로 사용자 조사입니다. 저희는 스쿼드로 조직된 지난 10월, 모든 스쿼드 구성원이 참여해 스타일쉐어를 쓰지 않는 1020 여성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모든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스쿼드는 서비스 첫 화면인 홈으로 신규 유저의 잔류와 재방문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신규 유저들이 왜 스타일쉐어를 길게 쓰지 않는지, 왜 다음에 다시 오지 않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했고, 이는 데이터만으로는 알지 못했습니다.

데이터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저희는 홈을 방문하고 잔존한 유저, 그렇지 않은 유저의 사용성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확인 했습니다. 당시 홈은 일부 신규 유저에게만 보여지는 실험적인 페이지였기에 서비스 첫 화면이 홈이 아닌 인기 피드인 유저도 있었는데요.

신규 사용자가 볼 수 있는 화면 두 가지. 홈 (좌측) 과 인기 피드 (우측)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홈을 방문하고 잔존한 신규 유저 (Group A), 인기 피드를 방문하고 잔존한 신규 유저 (Group B), 홈을 방문하고 이탈한 신규 유저 (Group C), 인기 피드를 방문하고 이탈한 신규 유저 (Group D) 이렇게 4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Behavior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 했었습니다.

그러나 별 다른 소득이 없었습니다. 대체로 신규 유저들이 하는 행동은 기존 유저들이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홈을 첫 화면으로 보는 유저가 인기 피드를 첫 화면으로 보는 유저보다 더 잔존 비율이 높긴 했지만, Behavior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outlier가 있거나 사용성에 큰 차이가 두드러져야 하는데, 그런 경향성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모든 유저들이 검색을 하고, 스타일을 보고, 상품을 눌렀습니다. 약간의 빈도 차이는 있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의도를 추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게 궁금해서 검색을 했을까? 우리 앱에서 무엇을 보고 검색을 했을까? 만약 우리 앱이 아닌 다른 곳에서 봤다면 거긴 어딜까? 데이터는 우리 제품 위에서만 쌓이기 때문에 유저의 의도와 생각을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평소 사용자 조사에 관심이 많았던 안드로이드 개발자 한 분이 사용자 조사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스쿼드가 조직된 첫 kick-off 미팅 날, 20대였던 제 동생을 바로 리쿠르팅해 당일 저녁에 인터뷰를 진행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1020 사용자를 만나며 저희의 사용자 조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사용자 조사 인사이트

사용자 조사로 저희는 20대 고객들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패션, 뷰티를 인식하고 탐색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대 고객들에게는 ‘믿고 사는 브랜드’ 또는 ‘좋아하는 브랜드’가 최소 한 두 가지씩 있었습니다. 단지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색깔과 이미지가 자신의 취향과 잘 맞기 때문에 브랜드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인터페이스 삼아 자신의 취향을 소비하고 강화하고 있었죠. 유저가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된다는 것은 ‘살만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취향’을 습득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플랫폼에는 유저와 만나고 싶은 수많은 브랜드가 있으니, 유저에게 브랜드를 잘 보여주는 것은 서로에게 win-win이겠죠.

제품화

그래서 유저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제안할지 고민했습니다. 기존에도 브랜드를 보여주는 컴포넌트가 있었지만 반응이 저조 했는데요. 브랜드의 멋진 상품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지금 뜨는’ 이라는 모호한 기준은 유저에게 메리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믿을 만한 기준으로 제안하는 게 필요했죠. 그래서 ‘인기순 (랭킹)’ 이라는 기준을 선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라는 Social Proof는 이미 서비스 내 여러 방면에서 성과가 증명됐습니다.

그리고 이 랭킹은 전체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랭킹이 아닌 ‘카테고리’ 내에서의 랭킹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이는 사용자 조사에서 유저들이 ‘뷰티 브랜드’, ‘운동화 브랜드’ 같이 카테고리를 키워드 삼아 브랜드를 인식하고 있음을 발견한 덕분인데요. 유저들에게는 패션에서 좋아하는 브랜드, 뷰티에서 좋아하는 브랜드, 주얼리에서 좋아하는 브랜드가 다 따로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카테고리를 가진 브랜드 사이의 랭킹 보다는 같은 카테고리를 가진 브랜드 사이의 랭킹이 더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죠. 뷰티 브랜드인 롬앤, 종합 패션 SPA 브랜드인 스파오, 풋웨어 브랜드인 닥터 마틴 사이의 순위 보다는 뷰티 브랜드인 롬앤, 클리오, 에스쁘아 사이의 순위가 더 흥미로운 것 처럼요.

모든 브랜드 랭킹과 특정 카테고리의 브랜드 랭킹 비교. 위 이미지는 예시 이미지로 실제 랭킹과 무관합니다.

또, 카테고리 랭킹으로 보여줄 경우 전체 랭킹으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실제로 카테고리 랭킹 로직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실험 전, 내부에서 중간급 카테고리 (e.g. 후드/집업, 스니커즈, 스킨케어)의 랭킹을 뽑았었는데요. 몰랐던 브랜드를 알게 되기도 했고, 이름은 들어봤으나 이해도가 낮았던 브랜드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브랜드,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 도는 건 봤는데 실제 랭킹에서도 N등을 하고 있네? 생각보다 인기 있나보다.”
“이 브랜드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스킨 케어에서 N등을 하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드니 카테고리 브랜드 랭킹이 꽤 잘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품과 결과

이러한 과정 끝에 브랜드 랭킹 컴포넌트가 탄생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랭킹 컴포넌트는 기존 브랜드 컴포넌트와 달리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Social Proof를 제공하고, 또 전체 브랜드 랭킹이 아닌 카테고리별 브랜드 랭킹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제안합니다. 매일 랭킹의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첫 등장 이후에도 지금까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라고 여겨지는 상품 사진을 보여주지 않음에도 상품 사진을 보여줬던 기존 컴포넌트 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요.

서비스 내에 브랜드, 랭킹, 카테고리라는 자산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조합하다보면 나올 수 있는 결과라는 차가운 시선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만나기 전 성공하든 실패하든 배움이 있을 것이란 확신, 브랜드 탐색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사용자 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만 들여다 봤으면 알지 못했을 브랜드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 구분 등을 사용자 조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지요.

마치며

짧은 글로 저희의 긴 과정을 담으니 마치 모든 것이 매끄럽게 맞아 떨어진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제품 만드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희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인터뷰도 펑크는 기본,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인터뷰도 갔었고요. 사용자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아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도 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물어봐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노하우가 없다보니 급하게 전문 리서처 분을 모셔 여쭙는 시간도 가졌었습니다. (흔쾌히 시간을 내주신 김은희 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용자 조사로 쌓인 input을 인사이트로 만들고, 기획으로 만들고,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 싸매고 회의 하는 시간도 많았고요.

저희 스쿼드 구성원 모두 이 과정에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인사이트 없이, 제품 변화 없이 끝나면 어쩌지? 두려움을 한 방에 날린 멋진 기회는 없었지만 작게나마 확신을 얻은 모먼트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인터뷰 끝에 유저의 입장을 이해하고 몰입하고 있음을 느낀 순간, 함께 인터뷰한 동료들이 그것에 공감하는 순간, 중간 카테고리의 브랜드 랭킹을 뽑아 확인한 순간 등등이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백스테이지의 초라한 모습을 적었습니다. 읽으신 분들께서 더 마음 편하게 사용자 조사를 시도하셨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저희도 이제 한 발자국 내딛었습니다. 사용자 조사를 바탕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쌓여있고, 브랜드와 관련된 가치있는 제안도 더 많이 시도해야 합니다. 사용자 조사도 끝이 아니고요. 운 좋게 첫 아이디어가 멋지게 성공해 글을 썼지만, 또 다시 글을 쓸 땐 실패기로 돌아올 수도 있겠습니다. 제품 만드는 과정은 매끄러워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이 글로 공유한 저희의 거친 과정이 다른 분들의 시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Seulgi Ji
StyleShare

StyleShare Product Designer & Design Project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