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대장정] 몰락한 알고리드믹 중앙 은행 — Basis Cash는 왜 실패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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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min readMay 9, 2022

본 글은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고 투자, 법률, 자문 등 어떤 부분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본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마십시오.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은 그 어떤 담보물 없이 알고리즘으로 수요 및 가격의 변동에 대응해 공급을 조절하며 가격 페깅성을 유지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하면 테라의 UST를 곧바로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UST 이외에도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을 만드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다. 오늘은 같은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테라의 UST와는 상반되게 극심한 실패를 겪은 Basis Cash에 대해 알아보겠다.

개요

우선 Basis Cash에 대한 교통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 Basis Cash는 꽤나 복잡한 역사를 담고 있다. Basis Cash의 첫 시작은 Intangible Labs라는 곳에서 만든 Basis라는 프로젝트였다. 많은 이들이 혼동할 수 있지만, Basis는 Basis Cash와 서로 아예 관련이 없는 두 개의 다른 팀이 진행한 독립적인 프로젝트이다. Intangible Labs의 Basis 프로젝트는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 및 관리하는 중앙은행을 만들고자 했다. 오랜 연구와 설계를 거쳐 “Basis: A Price-Stable Cryptocurrency with and Algorithmic Central Bank”라는 제목이 백서를 17년도 6월에 발표했다.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 Basis의 설계는 인정을 받아 18년도 4월 Bain Capital Ventures, a16z, GV 등 거물급 투자자들로부터 무려 $133M 어치 투자를 유치하며 많은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그 해 12월, Intangible Labs 측은 Basis 프로젝트가 미국의 증권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을 도저히 피할 수 없어 런칭 및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돌연 프로젝트를 중단한다. 투자금 $133M은 다시 모두 투자자에게 돌려주었으며, 그렇게 Basis 프로젝트는 백서만을 남긴채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Basis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있는 프로젝트 중단 성명문 https://www.basis.io/

하지만 이후 20년도 후반, 익명의 팀이 Basis 백서를 기반으로 Basis Cash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설계 및 작동 원리는 모두 백서 내용과 동일하다. 즉, 지금 시장에서 보이는 Basis Cash는 Intangible Labs에서 작성한 백서를 기반으로 다른 익명의 팀이 만든 것이다. Basis의 아이디어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기 때문에, 해당 아이디어의 부활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그렇게 20년도 11월 30일 첫 런칭을 하였지만, Basis Cash는 화끈하게 $900까지도 올라갔다가, 이후 지금까지 계속 가격이 떨어져 현재는 $0.008, 말 그대로 무(無)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달러 페깅 ‘스테이블 코인'으로 시작한 Basis Cash가 $1 수준의 가격을 가진 기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다.

Basis Cash의 역대 가격 추이

How does it work?

Basis Cash는 앞서 언급한 백서 “Basis: A Price-Stable Cryptocurrency with and Algorithmic Central Bank”의 내용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비록 페깅성을 전혀 유지하지 못한 채 실패하긴 했지만, Basis Cash가 의도했던 그림을 알아보기 위해서 Basis의 백서의 내용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다. 백서 내에서의 스테이블 코인의 명칭인 Basis가 Basis Cash로 바뀌었고, 나머지 요소는 모두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단, 전체 프로토콜써의 Basis와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 Basis는 ‘Basis 코인'이라고 지칭하겠다.

Basis가 그리는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바로 알고리드믹 중앙은행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중앙은행은 화폐수량설(Quantitiy Theory of Money)을 기반으로 화폐 유통량을 조절하여 거시 경제를 통제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사람들은 패닉 및 붐과 같은 시장의 움직임에 과도하게 반응해왔다. 경제 붐이 일어날 때, 사람들의 수중에는 더 많은 돈이 생기게 되어 더 많이 소비하고자 하고, 증가한 수요는 다시 임금을 높여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Inflation Spiral이 발생하곤 한다. 반대로 경제 침체 때는 위축된 소비 심리는 가격을 떨어뜨리고, 가격의 감소세는 다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 Deflation Spiral이 발생한다. 중앙은행은 1) 공개시장 시장 조작 및 2) 지급 준비율 조절 등의 방법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여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화폐수량설이 중앙은행의 이러한 개입을 뒷받침하는데, 화폐수량설은 쉽게 설명해서 장기적으로 가격은 화폐 유통량을 따라간다는 이론이다. 만약 화폐 유통량이 두배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가격도 두배 증가할 것이고, 반대로 화폐 유통량이 절반이 되면 가격은 장기적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화폐수량설은 V와 T가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전개된다. 즉, “M의 움직임 == P의 움직임”이 성립한다.

Basis도 현실세계의 중앙은행이 하는 것과 같이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조절함으로써 Basis의 가격을 $1에 맞추겠다는 간단명료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Basis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1 페깅을 맞추려고 계획되었다.

  • 만약 1 Basis가 페깅을 깨고 $1.1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Basis의 총수요는 1.1 * X(유통량)이 될 것이다.
  • 화폐수량설에 입각해 유통량을 조절하여 1 Basis의 가격을 $1로 낮추고자 한다. 새로운 유통량 Y를 기반으로 한 Basis의 총수요는 1 * Y이다.
  • Demand_before = 1.1 * X
  • Demand_after = 1 * Y
  • Basis에 대한 총수요가 일정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Demand_before = Demand_after 가 되어야한다.
  • 즉, Y=X * 1.1을 도출할 수 있다. 즉 현재 유통량 X의 10%(1.1–1)만큼의 Basis 코인을 새로 발행하면 Basis 코인의 가격은 $1로 내려올 것이다.

유통량 조절 메커니즘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조절해서 가격을 조절한다는 것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UST도 LUNA와의 아비트라지 기회를 통해 달러 페깅성을 유지하듯이, 어떤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던지 간에 결국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은, 알고리즘으로 유통량으로 효과적으로 조절해 가격을 $1에 페깅함에 있다. 공통적으로 유통량 조절을 핵심으로 갖고 있는 알고르드믹 스테이블 코인 간의 차이점은 결국 ‘유통량을 어떻게 조절하는가'라는 접근 방식에 있다. Basis가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Basis 시스템에는 총 세가지 토큰이 존재한다. 실제 주식회사의 채권, 자본(잔여 지분) 시스템을 차용한 점이 흥미롭다. 지금 당장에는 각 토큰의 역할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일단은 지나가도록 하자. 이후 자세한 유통량 조절 메커니즘을 알아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될 것이다.

  1. Basis — $1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조절하여 $1에 가격이 페깅되도록 한다.
  2. Bond — Basis의 유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로, 1 Bond 당 미래에 1 Basis 코인을 받을 권리을 갖는 채권이다.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줄여야 할 때(긴축재정)는 새로운 Bond가 발행되어 옥션 판매된다. 유저들은 1 Basis보다 적은 Basis 코인을 지불하여 1 Bond를 구매할 수 있다. 이후 해당 유저는 Basis 코인의 유통량이 증가할 때(확장재정) 때에 1 Bond 당 1 Basis를 얻을 수 있다.(하지만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3. Share — Basis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으로, 초기에 전체 공급량이 고정되어있다. Share는 가격이 어디에도 페깅되지 않으며 주식과 마찬가지로 Basis 프로토콜의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확장재정 시기에 모든 Bond가 새로운 Basis 코인을 분배 받은 후 남은 Basis 코인을 분배 받을 수 있다. 현실 자본시장에서도 주식시장의 재무제표 상 자본은 때때로 잔여지분(Residual Equity)이라고 불린다. 이는 회사가 청산할 시, 먼저 모든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이후에 남은 자산을 주주가 분배 받기 때문이다. Basis에서의 Share도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 발행되는 Basis 코인으로 먼저 Bond 홀더(=채권자)에게 채무를 상환한 후, 남은 양을 Share 홀더에게 분배한다.

*각주: 사실 애초에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기에 가격 페깅 메커니즘 속에서 Share의 중요성 및 역할을 논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저자의 의견으로 Share는 가격 페깅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Basis 코인의 가격 상황에 따라 Share의 유통량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후에 Basis 코인을 분배 받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갖는 혜택을 지닌 거버넌스 토큰이지, 가격 페깅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위에 있는 세 가지 토큰을 활용해 Basis 프로토콜이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조절하는 과정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긴축재정 2) 확장재정 두가지 상황으로 분류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긴축재정(Contraction)

Basis 코인의 가격이 $1보다 낮아져, 유통량을 줄여야하는 상황에선 긴축재정이 이루어져야한다. 이때는 새로운 Bond를 발행하여 오픈 옥션 방식으로 판매한다. 이때 1개의 Bond당 이후 확장재정 시기에 1 Basis 코인을 분배 받을 수 있는 청구권을 부여받는다. Bond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적은 Basis 코인을 지불해 Bond를 구매하여 훗날 더 많은 Basis 코인을 보상 받기 위한 인센티브가 있다. 1 Bond의 가격은 사전에 결정되어있지 않고 오픈 옥션을 통해 결정되는데, 해당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 알고리즘에 따라 총 100개의 Bond를 판매하기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하자.
  • 해당 Bond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총 3명이 있다.
  • A: 1개 당 0.8 Basis로 총 80개
  • B: 1개 당 0.6 Basis로 총 80개
  • A: 1개 당 0.4 Basis로 총 80개
  • 이때 알고리즘은 Clearing Price, 즉 목표한 Bond 100개가 모두 팔릴 수 있는 가격을 산정하여, 해당 가격에 Bond를 판매한다.
  • 위와 같은 예시에서 만약 가격을 0.8 Basis로 둔다면 A만 구매를 할 것이기에 총 80개의 Bond밖에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가격이 0.6 Basis가 된다면 A와 B 모두 구매할 것이기에, Bond 100개가 모두 팔릴 수 있다.
  • Clearing Price를 0.6으로 두고 판매를 진행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A가 0.6 Basis에 80개를 구매하고, 그 다음에 B가 0.6 Basis에 나머지 20개를 구매한다.

위와 같은 오픈 옥션을 통해 Basis 코인을 받고 Bond를 판매함으로써 Basis 코인의 유통량을 줄일 수 있다.

확장재정(Expansion)

반대로 Basis 코인의 가격이 $1보다 높아져, 유통량을 늘려야하는 상황에 처할 때는 확장재정을 시행해 새로운 Basis 코인을 발행한다. 이때는 먼저 Bond가 발행된 날짜 순으로 나열된 Bond Queue를 작성한다. 이후 새로 발행된 N개의 Basis 코인을 FIFO(선입선출) 방식으로 차례대로 지급한다. 즉 오래된 Bond가 먼저 새로운 Basis 코인을 분배 받는 것이다. 새로운 Basis 코인을 분배 받은 Bond는 소각된다. 단, Bond Queue가 너무 커지게 된다면 새로운 긴축재정 시기에 새로 발행되는 Bond의 가치는 매우 낮아질 것이다. FIFO 방식의 Basis 코인 분배 과정 속에 이미 선순위인 Bond가 무수히 많다면, 지금 Bond를 새로 구매해도 이후에 Basis 코인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Bond 가격이 너무 낮아진다면, 긴축재정을 진행하는 것조차 어려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Bond에는 5년 만기를 둔다.

새로 발행한 Basis 코인이 Bond Queue 내의 모든 Bond에게 분배된 이후에도 남는다면, 남은 양은 Share 홀더 사이에서 Share 보유 비율에 비례하여 분배된다. 예를 들어 총 100개의 Basis 코인을 새로 발행하기로 결정되었고, Bond Queue에는 80개의 Bond가 있고 10개의 Share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80개의 Bond에 80개의 Basis 코인을 분배한 후, 나머지 20개를 10개의 Share에게(1 Share 당 2 Basis) 분배한다.

Basis Cash에서의 변화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오리지널 Basis 프로젝트의 백서 “Basis: A Price-Stable Cryptocurrency with and Algorithmic Central Bank” 내에 기술된 내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Basis 프로젝트는 백서로만 작성되고 실제로 구현된 적은 없다. 해당 백서의 아이디어를 이후 실제로 구현해본 Basis Cash 프로젝트는, 앞서 설명한 메커니즘 대부분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몇가지 변경 사항들도 존재한다. Basis Cash에서 변경된 사항들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Basis Cash의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독자는 Basis Cash의 공식 문서를 직접 읽어보길 추천한다.

  • 유니스왑 v2의 BAC(Basis Cash)-DAI 유동성 풀의 가격을 시간가중평균화한 값을 BAC의 가격으로 둔다.
  • 긴축재정 시기에 Bond의 판매가 오픈 옥션 방식을 통해 진행되지 않고, 무조건 1 BAC에 판매된다. 이는 테라 스테이션의 Market Swap에서 언제나 1 UST로 $1 어치의 LUNA를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 확장재정 시기에 새로 발행되는 BAC가 곧바로 Bond 홀더에게 상환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Treasury에게 지급된다. 이후 Bond 홀더는 직접 Treasury에서 BAC를 청구해야한다.
  • Bond의 만료기간이 사라졌으며, 이에 따라 Bond Queue 제도도 사라졌다.

Basis Cash의 실패

세계 최초 탈중앙화된 알고르드믹 중앙 은행을 만들어보겠다는 Basis 프로젝트의 원대한 꿈을 이어 받아 Defi 여름이 이어지던 20년도에 탄생한 Basis Cash는, 런칭과 동시에 달러 페깅성을 전혀 유지하지 못하며 단기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BAC는 유니스왑 v2의 BAC-DAI 유동성 풀을 통해 공급되었는데, 런칭과 동시에 심각한 가격 변동을 겪는다.

런칭 초창기의 BAC 가격 추이

이후 스테이블 코인으로써의 신뢰 및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며 BAC의 가격은 계속해서 곤두박질한다. Basis Cash의 TVL은 출시 직후인 12월 1일 $175M을 찍었다가 다음달인 1월 바로 $400K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현재까지도 낮은 TVL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1월 말, 망가져버린 프로젝트를 되살리기 위해 Basis Cash v2를 고안하며 리뉴얼을 추진해보지만 살아나지 못한다. 현재 Basis Cash는 작년 6월 이후 모든 미디어 매체에 추가적인 업데이트가 올라오지 않고 있으며 사이트의 기능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RIP Basis Cash

그렇다면 Basis Cash는 왜 실패한 것일까? Basis Cash가 런칭 초창기에 가격 페깅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이유는 다양할 것이고, 또 만약 초창기에 페깅성을 잘 유지했더라도 Basis의 아이디어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했을 지는 미지수이지만, 저자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주요 원인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턱없이 부족했던 유동성

개인적으로 Basis Cash가 왜 이런 전략을 취한건지 매우 의문인 부분인데, BAC의 최초 분배량 자체가 현저하게 적었다. 사전에 DAI, yCRV, USDT, sUSD, USDC 총 5가지 토큰 풀에 해당 토큰을 예치한 지갑들이 런칭 시 최초로 BAC를 분배받을 수 있었는데, 최초 분배량이 5만개에 불과했다. BAC가 효과적으로 $1에 페깅된다고 가정하면 $50K에 불과한 금액이 전체 가치인 것인데, 하나의 프로토콜로써 그리고 하나의 화폐로써 턱없이 부족하다. 애초에 적은 BAC의 공급량 때문에 BAC의 가격 상승 압박은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2. 스테이블 코인으로써 정립하기도 전에 부여된 과도한 보상

최초에 DAI, yCRV, USDT, sUSD, USDC를 예치한 유저들에게 5만개의 BAC가 분배된 이후에, 유니스왑 v2의 BAC-DAI 유동성 풀에 BAS(Basis Share)가 LP 보상으로 주어졌다. 하루에 6250 BAS개가 LP 보상으로 주어지며, 매 30일마다 BAS의 인플레이션율이 75% 씩 감소하도록 토크노믹스가 설계되었다. 하지만 런칭과 동시에 사람들의 투기 심리가 과열되어 BAC와 BAS 모두 적정가치가 측정되지 못하였고, BAC-DAI 유동성 풀이 무려 10,000%까지나 오르기도 하였다. BAC의 사용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저들의 눈에 BAC는 1) 가치 저장의 수단 2) 교환의 매개채 3) 가치 측정의 척도의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화폐이자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투기 대상으로써만 보였을 것이다. 가격이 안정화되기도 전인 런칭 시기에 과도하게 높은 보상율을 유동성 공급자에게 부여했다는 점과,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방어할만한 대비책을 세워두지 않았다는 점이 Basis Cash의 패인으로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된 초창기에 과도한 보상율을 제공하는 것은 지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3. 사용처가 없는 상황 속에서 무리한 확장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에 ‘사용'되어야 한다. 화폐의 가치는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현실세계에서 각 국가의 화폐를 보더라도, 화폐의 가치는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영국의 파운드,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화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패권 싸움은 결국엔 국력의 싸움이다. 한 국가의 국력이 강성해지면 개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그 국가의 화폐가 자연스럽게 대국의 화폐가 된다. 현재 달러가 현재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개개인의 행동의 결과가 아니며, 결국 미국의 국력이 가장 강력하며 그만큼 달러가 많이 사용되기에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도 우선 사용처가 확보되어야 하고, 어느정도 실제 화폐로써 기능하며 신뢰를 구축한 이후에 추가적인 요소를 하나둘씩 도입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Basis Cash는 사용처도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LP 보상, 거버넌스, Bond 등 각종 요소를 처음부터 도입했다. Basis Cash 런칭 이전에 진행된 AMA 내용을 살펴보면, 개발팀이 Basis Cash의 실사용처를 늘려 유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MA 내용 발췌

앞서 언급했던 화폐수량설에는 한 가지 가정이 있다. 바로 화폐의 총수요가 동일하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사용처조차 확보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화폐로써 사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총수요가 일정할 것이라는 가정은 성립할 수 없다. 애초에 화폐수량설에 입각한 가격 조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4. 유통량 조절 메커니즘의 허점

Basis Cash가 런칭 시작부터 $1보다 한참 높아진 상황 속에서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확장재정이 이루어졌어야했다. 하지만 문제는 새로 발행되는 BAC를 흡수할만한 Bond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긴축재정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기에 판매된 Bond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대부분의 새로운 BAC는 BAS 홀더들에게 분배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BAC는 BAC-DAI 풀에 유동성 공급을 해 BAS 보상을 얻는 것 이외에는 마땅히 쓸모가 없었고, BAS의 가치에도 곧 거품이 꺼지고 말자 BAC의 수요는 더욱 더 폭락해 모두 매도하고 만다.

만약에 초기 부트스트래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가격이 $1에 안정되었다고 하더라도, Basis Cash의 가격 안정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1보다 낮아져 긴축재정이 진행되는 시기에 Bond를 구매할 사람의 인센티브는 이후 BAC의 가격이 다시 $1 수준으로 증가했을 때 얻게 되는 기대 수익이다. 이러한 인센티브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실제 Bond를 구매하는 사람의 행위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확실한 신뢰가 쌓여야한다. 즉, BAC는 다시 $1로 돌아갈 것이라는 신뢰이다. 하지만 Basis의 백서에서도 언급되어있듯, Bond 판매를 통한 긴축재정 메커니즘을 오로지 사람들의 신뢰에 의존하고 있다. 신뢰를 쌓는 일 자체를 신뢰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모든 사람들이 BAC가 $1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기에 Bond를 구매하고, 실제로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BAC 유통량이 감소하여 가격이 $1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와 같은 패러독스 같은 이 문장은, 애초에 첫 가정인 ‘모든 사람들이 BAC가 $1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기에’라는 부분이 무너지면 성립될 수가 없다. 그리고 신뢰는 앞서 언급했듯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BAC가 $1까지 다시 회복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신뢰가 생기기 위해서는 초창기에 재단 차원에서의 일부 보호장치도 필요하고, 오랜 시간과 역사도 흘러야하며, 앞서 강조한 실사용처도 존재해야한다. 하지만 Basis Cash 팀은 5명의 적은 인원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으며, 초기에 Basis Cash를 보호하고 안정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들과 대비책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결론

지금까지 Basis Cash의 역사 및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보고, Basis Cash의 패착 요인들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가치 = 신뢰'인 세상 속에서, 새로운 화폐를 만들어내고 계속 가치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절대로 쉬운 작업이 아니다. 국가, 화폐, 사회, 이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세워지지 않는 것처럼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의 설계도 매우 신중한 노력이 기울여져야할 것이다. Basis Cash는 Basis 백서에 기술되어있는 화폐수량설 기반 유통량 조절 메커니즘을 과하게 신뢰했으며, 추가적인 장치들을 구축하는 데에 충분한 노력을 쏟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은 프로젝트였다. 다 지나간 시점인 지금, ‘이때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드는 생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댓글로 그러한 생각들을 공유해주길 바란다. 그러한 생각들이 모두 앞으로 더 나은 스테이블 코인을 설계할 때 중요한 거름이 되는 양분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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