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RChain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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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min readApr 12, 2022

본 글은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고 투자, 법률, 자문 등 어떤 부분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본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마십시오.

해당 글은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의 리서처 임요한 님과 공동으로 리서치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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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블록체인 내에서도 흐름과 트렌드가 존재한다. 새로운 키워드가 탄생하고, 각자가 해당 키워드에 나름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 후 자신의 이념을 기술로 풀어낸다. 이런 이념 경쟁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어떤 시도는 지고 어떤 시도는 떠오른다. Scalability Solution, Eth Killer, Composability, Layer 2, Modular Blockchain… 등 2009년 비트코인의 탄생 이후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속에 얼마나 많은 키워드들이 있었는가? 단어는 힘을 품고 있고,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다양한 키워드들이 있지만, 모두 의미하는 바는 결국 하나의 사실에 다다른다고 생각한다.

You can’t have it all.

블록체인은 하나의 국가와 같다. 각 체인은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흔히 트릴레마라고 불리어지는 문제를 하나의 체인 상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하나의 체인이 잘하는 일이 다 따로 있으며, 하나의 체인이 모든 것을 잘하고 모든 최적의 기능을 유저에게 제공할 수는 없다. 국가들은 자신이 잘하는 일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고, 부족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재화 및 서비스를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온다. 무역이라는 행위는 하나의 국가가 다른 국가들과 ‘상호 연결'됨으로써 더 큰 효율성을 달성하는 행위이다. 블록체인도 똑같다. 현재 수많은 블록체인이 나타나고 있는 시기에서 이 체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는 이를 ‘멀티체인’ 혹은 ‘인터체인'이라고 부른다.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블록체인만 바라보는 좁은 관점이 아닌, 블록체인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생태계 차원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바라봐야 한다. 서로 다른 체인들이 경쟁관계가 아니라, 함께 상호연결되어 하나의 큰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동료 관계가 되는 새로운 방향성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멀티체인’이라는 키워드는 꽤나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왔고, 최근에는 더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대표하는 이념이자 목적이 되었다. 멀티체인의 중심에는 이종 체인 간 자산 교환과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크로스체인 브릿지 기술이 있다. 크로스체인 브릿지 기술을 통해 이종 체인들이 서로 연결되고, 해당 연결고리가 제대로 확장되어야 멀티체인 생태계가 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들 중 최근 토르체인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늘은 토르체인에 대한 고찰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THORchain — CLP based Crosschain Bridge

오늘날 대부분의 크로스체인 브릿지는 관측기반의 ‘Lock and Min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용자는 A체인에서 B체인으로 보내려는 양만큼의 X토큰을 동결(Lock)하면, 해당 이벤트를 관측하고 있는 Bridge의 중개인들이 해당 트랜잭션을 검증하고,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B체인에서 동일한 가치의 X 토큰의 바우처(Wrapped X 토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림)를 발행(Mint)하는 방식이다. 토르체인은 이와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크로스체인 브릿지를 구축한다. 토르체인은 CLP(Continuous Liquidity Pool)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서 크로스체인 AMM DEX라고 생각하면 된다. 토르체인이 지원하는 모든 토큰들은 토르 체인의 자체 토큰인 RUNE과 1:1 비율로 유동성 풀을 이룬다. 만약 당신이 BTC를 ETH로 교환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BTC-RUNE 풀에서 BTC를 RUNE으로 교환해가고, 이후 RUNE-ETH 풀에서 ETH을 얻는 방식으로, 기존의 유니스왑 v1과 유사한 이중 스왑으로 볼 수 있다. 단지 그 중간 과정을 토르체인 내에서 자동으로 처리해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유니스왑 v1에서는 이더리움 체인 상 존재하는 토큰끼리만 교환할 수 있었고, 따라서 다른 체인 상의 자산은 래핑(wrapping)하여 유동성 풀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토르체인 내의 XXX-RUNE 토큰 풀은 XXX 토큰이 존재하는 네트워크 상에 각각 존재한다. 즉 래핑(wrapping)할 필요가 없이 네이티브 자산을 곧바로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토르체인에서는 BTC, ETH, Terra 체인 기반의 자산 20개 이상을 교환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CLP를 통해 교환하는 경로

CLP 기반은 기본적으로 CPMM 기반 유동성 풀을 두 번 거쳐 자산을 교환하는 것이기에, CPMM의 기본적인 장점을 공유한다. 유동성 풀에 어느 한 자산은 항시 존재하며, CPMM 공식에 의해 가격이 자동으로 결정되어 제 3자에 의존할 필요 없이 즉각적인 교환이 이루어진다. 유동성 풀을 이루고 있는 자산의 가격에 변동이 생기면, 누구나 자유롭게 차익 기회를 포착해 이익을 취할 수 있고, 유동성 풀 내 자산의 가격은 자동적으로 외부 시장에 맞춰진다.

Thorchain의 역사

토르체인은 생각보다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토르체인 팀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익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에 IT 솔루션 기업 Swish Labs와 코스모스의 기원으로 유명한 Interchain Foundation의 그랜트를 받는 형식으로 팀이 출범되었다 .

토르체인은 코스모스 SDK를 활용해 만들어진 하나의 독립적인 체인이다. 따라서 자체적인 합의 알고리즘과 벨리데이터 집합을 갖는다. IBC는 아직 적용이 되지 않아 코스모스 존(zone)으로써 연결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나, 향후 IBC를 적용할 계획에 있다고 한다. 지금은 코스모스 SDK 위에 지어진 체인이지만, 토르체인이 초창기에 관심을 쏟은 곳은 바로 바이낸스 체인(BEP-2)이었다.

토르체인은 초창기에 바이낸스 커뮤니티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토르체인은 아직 마땅한 서비스가 출시되지 않은 상태였던 19년도 3분기에 Binance DEX에 RUNE 토큰을 일단 상장하여 $1.5M 규모의 시드 자금을 조달한다. 이후 같은 년도 10월 Bitmax에도 RUNE을 상장하며, RUNE의 사용처가 생기기도 전에 RUNE의 유통을 시작한다. RUNE을 상장시킨 후 약 1년여 동안 개발 기간에 도입한다. 마땅한 프로덕트 하나 내지 않은 토르체인은 이 시기 동안 꾸준히 파트너사를 확장한다. 이후 나올 DEX 프로덕트 및 체인과 통합될 기타 프로젝트들과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이후 토르체인의 노드를 돌릴 사람들을 꾸준히 모은다. 이때 당시 RUNE은 아무런 사용처가 없었고, RUNE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은 운영 종료된) RUNEVault에 RUNE을 스테이킹한 후 이자 보상을 벌어가는 것밖에 없었다. 이후 토르체인의 노드를 돌리거나, 초기 투자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RUNE을 사간 후, 대부분의 물량을 스테이킹했다.

RUNE 상장 약 3개월 후 RUNEVault 현황

약 1년 동안의 개발기간이 흐르고 20년도 8월 드디어 토르체인의 첫 프로덕트 BEP Swap이 출시된다. BEP Swap은 BEP 2 체인 상의 DEX로, BEP2 모든 자산에 대해 유동성 공급 및 스왑을 지원한다. RUNE을 매개채로 모든 스왑이 이루어지는 CLP 메커니즘 또한 현재와 동일하게 그대로 적용되었다. 현재 토르체인과 완전히 동일하나 BEP-2 자산들만 지원하는 축소판이라고 보면 편할 것이다. 초창기에 RUNE을 구매했던 40개의 노드들로 운영이 되었으며, 토르체인 커뮤니티는 이 BEP Swap을 SCCN(Single Chain Chaosnet)이라고 부른다. SCCN은 토르체인이 멀티체인 자산들을 취급하는 크로스체인 브릿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이전에 일단 BEP-2 체인 한정으로 실험을 진행해본 베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현재 모습의 토르체인을 MCCN(Multichain Chaosnet)이라고 부르는데, SCCN에서 작동 중이던 40개의 노드들이 MCCN으로 그대로 마이그레이트하였고, BEP Swap 내의 LP들도 모두 마이그레이트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토르체인 내 자산들이 원활하게 거래되기 위해서는 각 XXX-RUNE 유동성 풀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어야한다. 그렇다면 토르체인은 BEP-2 자산 이외의 유동성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사실 특별한 전략은 없었다. 높은 LP 보상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유도했으며, 실제로 MCCN이 런칭되고 몇 개월 동안은 유동성이 너무 부족하여 LP APY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MCCN 초창기 유동성 공급 방법에 대한 토르체인 커뮤니티 핵심 멤버의 첨언

이렇게 토르체인은 현재와 같은 모습의 띄게 되었고, 가장 최근 3월 22일 하드포크를 진행했다. 토르체인은 하드포크를 통해 코스모스 SDK의 가장 최신 버전인 0.45.1 버전으로 업데이트했으며, 가장 마지막 블록헤더만 남긴 채 과거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블록 높이를 초기화함으로써 체인 사이즈를 585GB에서 1GB 미만으로 줄이새로운 풀노드의 싱크 시간을 수 분으로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블록 데이터를 삭제한 것으로, 다시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쌓이면 체인의 크기 및 싱크 시간은 몇개월 내로 다시 같은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토르체인은 앞으로도 12–18개월에 한번씩 이와 같은 하드포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THORChain, How does it work?

토르체인 내에서 이종 체인 간의 자산 교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토르체인은 PoB(Proof of Bond)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는데, PoS 방식과 거의 동일하다. 누구나 RUNE을 토르체인의 컨트랙트 상에 묶어둠으로써 노드가 될 수 있고, 악의적인 행동을 할 시 본딩한 RUNE이 슬래싱된다. 토르체인의 각 노드들은 1-way state peg 방식인 바이프로스트 프로토콜을 통해 다른 체인과 연결되어있다. 이때, 토르체인의 노드는 각 네트워크의 풀노드를 운영해야한다. 자산 교환이 이루어지는 토큰과 RUNE의 유동성 풀을 Vault라고 부르는데, Vault에는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A토큰을 B토큰으로 교환한다고 가정할 때, 사용자로부터 A토큰이 들어오는 Inbound Vault (Asgard TSS Vault)와 B토큰을 사용자에게 출금해주는 Outbound Vault (Yggdrasil Vault)가 존재한다. Bifrost Protocol에 연결되어있는 각 노드들은 자신이 연결된 체인 네트워크 상의 Inbound Vault를 관측하고 있다가, 트랜잭션이 발생하면 이를 토르체인에 Witness Transaction의 형태로 넘긴다.

Witness Transaction의 코드 구현체

Bifrost Protocol로부터 넘겨받은 펜딩 상태의 Witness Transaction들을 노드들의 합의를 통해 검증하여 finalised 상태로 전환하면, 토르체인 내의 State Machine이 finalised 상태의 Witness Transaction을 실행하여 트랜잭션의 순서와 상태 변화를 기록한다. finalized된 트랜잭션은 다시 Bifrost Protocol로 전송되어 TSS(Threshold Signature Scheme)라는 특별한 서명을 거친다. 각 Inbound Vault별로 총 40개의 노드가 관리하는데 이 중 27개 이상의 노드가 동의해야 해당 트랜잭션이 Outbound Vault에게 전송된다. Outbound Vault는 Inbound Vault와 달리 단 하나의 노드가 관리하는데, 앞서 언급한 모든 과정을 거쳐 Outbound Vault에서 유저에게 자금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각 노드가 판단해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단일 실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Outbound vault에서 단일 서명자가 취급할 수 있는 자산의 양은 노드가 되기 위해 스테이킹한 자산 규모의 25% 수준으로 제한된다. 만약 노드가 악의적으로 자금을 탈취하더라도 스테이킹(본딩)한 자산이 슬래싱되어 더 큰 손실을 볼 것이기 때문에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이다.

Inbound Vault의 노드들이 트랜잭션을 관측하고, witness tx 형태로 토르 체인에 넘기는 과정
토르 체인이 넘겨받은 witness tx을 finalize → TSS 서명 → outbound vault의 노드가 트랜잭션 처리

THORChain의 중앙화에 대한 몇가지 고찰

토르체인은 대표나 이사진이 없는 팀 구조를 갖고 있으며 팀에게 따로 분배되는 플랫폼 수익을 두지 않는 등 탈중앙성을 핵심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토르체인 팀은 RUNE을 보유하는 것 이외에 토르체인 운영으로부터 그 어떠한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트위터의 마케팅 문구 선택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라도, 토르체인이 탈중앙화된 크로스체인 브릿지로써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토르체인이 실제로는 실질적인 탈중앙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싶다. 토르체인이 탈중앙성을 명목으로 도입한 일부 정책들이 실제로는 또 다른 중앙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들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노드 운영의 진입장벽

가장 중요한 점은, 토르체인의 노드를 운영하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이다. 토르체인의 노드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 리눅스 서버 관리 및 보안에 대한 고급 지식
  • Kubernetes에 대한 고급 지식
  • AWS, Google cloud 등과 같은 호스팅 플랫폼에서 다수의 노드를 실행한 경험
  • 비트코인, 이더리움 및 바이낸스와 같은 다른 체인의 풀노드 실행에 대한 지식
  • 최소 본딩 300K RUNE, 장기적으로 2m~2.5m RUNE까지 올라갈 전망
  • 총 노드 개수 초기에 120개로 제한

앞서 언급했지만 Bifrost Protocol과 연결되어 각 Vault를 관리하고 트랜잭션을 수행하기 위해 토르체인의 노드는 각 네트워크의 풀노드도 함께 돌려야한다. 이는 엄청난 경험 및 지식과 하드웨어 장비들을 필요로 한다. 장비를 구축한다고 해도 유지 및 보수에 엄청난 수고가 들어갈 것이다. 만약 그러한 기술 및 자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집 한채 가격과 비슷한 300K RUNE(글을 쓰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약 $2.4M)라는 거금을 마련해야한다. 심지어 토르체인에서는 Public Delegation도 금지하고 있다. 토르체인 측은 Public Delegation을 금지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1. Public Delegation을 허용하면 10만 불을 예치한 노드 운영자는 90만불을 위임받아 100만 불이라는 요건을 충족한 후, 자기자본인 10만 불 이상의 자산에 접근할 수 있고 심지어 이를 훔칠 수도 있다.
  2. Public Delegation은 특정 인기 노드나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에게 자금이 집중화되는 현상을 유발할 것이며, 위임 과정에 그런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게 되면 탈중앙성을 해칠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애초에 Outbound Vault를 단 하나의 노드가 관리하는 구조 속에서 자기자본보다 훨씬 큰 자금을 관리하게 된다면, 악의적으로 행동했을 때 생기는 손해보다 이익이 더 커진다는 약점과 관련되어있다. 두번째 이유는 결국 아무런 주관적 평가 없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애초에 노드를 운영할수조차 없이 진입장벽이 높다면 무슨 소용일까 싶은 의문이 든다. 또한 위임 행위는 자신이 신뢰하는 주체에게 거버넌스 행위를 대신 맡기는 일종의 투표와도 같은데, 우리가 대통령을 뽑을 때 공정성을 고려하여 랜덤으로 뽑지 않듯이 위임 과정에 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애초에 위임 과정 자체를 제거해버렸지만, 토르체인과 같이 노드 운영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환경 속에서 위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토르체인은 부분적으로 최대 6명이 함께 풀을 이루어 노드를 운영하는 Pooled THORNode 기능을 통해 부분적으로 위임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탈중앙성을 이뤘다고 보기엔 어렵다. 토르체인은 더 많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지원하는 자산이 늘어날수록 유틸리티성이 증가한다. 하지만 연결 네트워크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노드 운영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Incentive Pendulum

앞서 살펴보았듯이 토르체인의 노드를 운영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노드는 토르체인에게 있어 필수적인 인프라이다. 이에 그만큼 많은 많은 보상을 노드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토르체인은 RUNE을 초창기에 총 5억개를 미리 발행하여 Treasury 속에 넣은 후, 이 Treasury 내의 RUNE을 노드와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분배하는 형태로 보상한다. 토르체인은 노드 운영자에게 비교적 매우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데, 전체 시스템 수익의 67%가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끊임 없이 RUNE 보상 비율을 수정한다. 위임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수의 노드들에게 대부분의 거버넌스와 보상이 집중되어있다. 자동으로 RUNE 보상 비율을 조정해주는 로직을 Incentive Pendulum이라고 한다. 토르체인은 본딩된 RUN과 E유동성 공급에 사용되는 RUNE(XXX-RUNE 풀을 채우기 위한 RUNE)의 비율이 2:1이 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보고,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둘 사이의 보상 규모를 조절한다.

토르체인이 바라보는 이상적인 형태

하지만 만약 노드가 본딩한 RUNE이 줄어들어 2:1 비율이 1:1 비율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너무 적은 RUNE이 본딩되어있어 보안성이 저해되었다고 보며 더 많은 RUNE이 유동성 공급에 사용될 수 있도록 LP 보상을 증가시킨다.

RUNE 본딩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드 운영자에 대한 보상율을 높인다

각 상황에 따른 노드와 LP에 대한 보상의 비율을 정리한 표는 아래와 같다.

Determinstic Value

토르체인은 Incentive Pendulum으로부터 특정 공식을 산출해낸다. 바로 RUNE의 Determinstic Value라는 개념이다. 토르체인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RUNE의 비율이 이루어진 상황의 그림을 다시 한번 보자.

이 때,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오른쪽의 RUNE은 BTC, ETH, LUNA와 같은 다른 자산들과 항상 1:1 비율로 유동성 풀을 이루고 있기에, 연결된 자산의 총 가치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본딩에 사용된 RUNE의 가치는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RUNE의 두배이다. 여기서 우리는, RUNE의 전체 가치가 반드시 유동성 풀에 있는 연결 자산 가치의 3배이기에 RUNE의 가치가 결정론적으로 정해진다는 이론이다. 토르체인은 이 Determinstic Value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며, RUNE은 탄탄한 내재가치를 지닌 자산이라고 알린다.

하지만 나는 이 Determinstic Value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이론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Determinstic Value는 두가지 가정을 취하고 있다. 일단 언제나 Incentive Pendulum을 통해 본딩된 RUNE과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RUNE의 비율이 2:1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더 큰 허점은,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RUNE이 본딩 및 유동성 공급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떻게 모든 RUNE이 본딩 혹은 유동성 공급 둘 중 하나에는 무조건 사용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울 수 있는 것인가? 실제로는 그 정반대에 가깝다. 오히려 대부분의 RUNE이 본딩 및 유동성 공급 어디에도 활용되지 않은 채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총 3억 3천개의 RUNE이 유통되고 있지만, 이 중 7100만개가 본딩되었고 2700만개가 유동성 공급에 사용되었다. 전체 유통량의 3분의 1도 안되는 물량만이 본딩 및 유동성 공급에 사용되었다. Determinstic Value가 성립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Conclusion

토르체인은 CLP라는 방식을 통해 Lock and Mint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으로 크로스체인 브릿지를 실현한 신선한 시도라는 점은 의의가 있다. 하지만 토르체인의 공식 문서를 파헤치다보니 다소 엉성한 점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구조적으로도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먼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토르체인이 다양한 체인의 자산을 래핑(Wrapping) 과정 없이 교환할 수 있다는 유틸리티성을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해당 유틸리티성의 이면에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있으며, 이 때문에 노드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다. 노드의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위임까지 금지함으로써 노드의 중앙화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은데, 심지어 매우 큰 보상을 노드 운영자에게 분배함으로써 더 큰 중앙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의 체인이 진정 탈중앙화될 수 있는 구조를 갖는 것이다. 최근 확장성이나 속도 등을 외치고 있는 체인 프로젝트들은 많지만, 진정한 탈중앙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체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진정한 탈중앙성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있는 근본적인 구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향후 진정으로 탈중앙화되어있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는 날을 고수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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