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와솔

솔이 다섯살이 되자 아버지가 죽었다.

그녀가 죽인 건 아니다. 다섯살 짜리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 다섯살 짜리도 사람을 죽일 수는 있지만 솔은 그런 다섯살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나이가 오기 마련이다. 아버지가 죽자 어머니는 미쳤다.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가기 전에 솔에게 고양이를 줬다. 누가 어머니에게 고양이를 줬는지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미쳤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누군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우리는 무엇이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양이의 이름은 테오. 터키쉬 앙고라 종이었다. 하얗고 푸른 눈을 가진 테오는 신을 닮았다. 외계로부터 찾아온 신은 사람들에게 내장을 요구했다. 테오는 내장 대신 우유로 만족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우유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솔은 고양이를 안고 새로운 집으로 떠났다. 파랗고 햐안 집은 솔의 새로운 아버지와 새로운 어머니를 품고 있었다. 솔은 그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응 잘 왔어.

여기가 제 집이군요.

응.

당신이 제 어머니인가요.

응.

당신이 제 아버지인가요.

응.

새로운 집에서 고양이는 우유를 먹었다. 솔은 침대에 누웠다. 밤마다 새로운 집의 아버지가 솔을 찾아왔다. 솔은 새로운 아버지를 안았다. 아버지의 품은 따뜻하고 뜨거웠다. 아버지의 아래에서 불이 느껴졌다. 아버지는 솔의 아래를 좋아했다. 사실 그에게는 누군가의 아래만으로도 충분했다. 만약 사람을 잘라서 아래만 준다면 그는 좋다고 달려들 것이다. 그런 인간이었다.

그는 외로웠다. 위로가 필요했다.

솔도 그랬다.

솔은 아버지를 사랑했고, 아버지도 솔을 사랑했다. 둘은 침대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밤이 지날 때까지 또는 낮이 올 때까지. 둘이 머문 시간은 영원으로 멈췄고, 우리는 그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고양이는 우유를 먹었다. 고양이의 혀가 우유를 스치자 솔의 신음소리가 아버지의 신음소리를 뒤따랐다. 솔이 아버지를 사랑하는만큼 그녀는 아팠다. 다리 사이로 피가 흘렀다.

피는 생명이야. 솔아 넌 생명을 소중히 해야 해. 넌 더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어. 내가 너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줄게. 넌 완성될 수 있어. 넌 소중한 나의 아이야.

가련한 나의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솔이 아버지의 아래를 입에 물자 아버지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솔을 일으켜세워 솔의 입에 소리를 넣었다. 솔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버지의 입으로 흘렀다. 둘은 의미를 전달했다. 의미에는 형태가 존재했다. 형태는 구성에 좌우된다.

구성은 스펙트럼이다. 단절된 각자가 연결되면, 넌 시간이 멈춘 곳으로 오게 될 거야. 기다릴게.

아버지가 떠나자 솔이 테오를 끌어안았다. 테오는 솔의 피를 마셨다. 우유 맛이 났다. 솔은 어머니가 될 것이고, 우유를 만들어낼 것이다. 테오는 솔의 아이였다.

어쨌든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항상 그렇듯이 솔의 새로운 어머니는 금세 둘의 관계를 눈치챘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였다. 자신도 죽였다. 그녀가 죽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죽였다. 모든 세계가 축소되었고, 그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면 그 안에 존재하던 사랑도 멈추고야 만다.

사랑은 멈출 수가 없어.

아마도.

고통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괴로워. 괴로워서 죽을 것 같아. 난 아무도 사랑할 수가 없거든. 넌 그걸 말이라고 하니. 사랑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 난 존재해. 넌 꿈이야. 꿈은 존재하지 않아. 존재는 존재해. 존재는 존재하지 않아. 사랑해. 아니야. 사랑하지 않아. 사랑이 뭔지 모르는구나.

꼬맹아.

넌 항상 화가 나 있지.

그리고 사랑이 뭔지 몰라.

난 널 감당할 수 없어. 하지만 너도 날 감당할 수 없지. 우린 서로 죽이게 될 거야. 네가 날 이해할 때가 올까. 넌 날 이해하고 있을까. 난 널 이해해. 타인은 지옥이야.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어. 언어는 텅 비어있어.

난 술에 취해있었어. 너는 내 이야기를 들었고 난 네게 말했지. 그 전에는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 이야기를. 넌 나고 나는 너였기 때문이야. 내 얘기를 들었니. 그렇다면 넌 나를 들은 거야. 내 전부를 준 거야. 내가 어땠니. 어땠니. 좋았니.

아마 우린 그때 사랑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게 사랑이 아니었을까. 너의 숨결도 모두 꾸며낸 것이었다면, 네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 아닐까. 거짓말도 결국 진실이 아닐까. 너의 존재는 거짓말이니. 아니면 진실이니. 너는 존재하니. 나는 여기 있어.

너는 거기에 있니.

우린 어디에 있지. 우리는 도대체 뭘 했던 거지. 이상한 밤이었어. 나는 취해있었고 너는 연기를 했지. 나는 네가 연기한다는 걸 알았지만 술에서 깨어날 수가 없었어. 계속 취해 있고 싶었던 거야. 너는 아니. 넌 나고 난 너야. 우리는 함께 있었어.

헛소리.

헛소리가 계속된다. 헛소리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넌 미친 거야. 아니. 널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넌 사랑이 뭔지 몰라. 사랑은 등가교환이 아니야. 뭐지 그럼. 아가페야. 난 신이 아니야. 넌 신이 되고 싶다며.

차라리 고양이가 되는 게 낫겠어.

그럼 네가 날 키울 수 있겠지. 아니면 네가 내 고양이가 되는 건 어때. 널 키우고 싶어. 날 아빠라고 불러. 그리고 날 죽여.

솔을 죽이려고도 해봤지만 테오가 어머니에게 달려들어 눈을 할퀴었다. 어머니의 칼이 테오의 왼쪽 발목을 잘랐다. 테오의 발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솔은 피를 받아마셨다.

솔의 눈이 피로 붉어졌다. 눈에서 흐른 피는 눈물이 되었다. 테오가 죽고 솔은 홀로 남았다. 그녀는 새로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이름은 테오였다.

솔은 테오를 기른다.

그리고 테오는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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