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와솔

테오는 솔을 사랑한 적이 없다.

테오는 고양이이고, 고양이는 그저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 곁에 머물 뿐이다.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고양이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다.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없는 고양이는 사람 곁에 남는다.

거리로 나가고 싶은 고양이는 삶을 받아내야 한다. 발길질과 돌팔매질, 몽둥이 찜질, 어떤 것이든 개의치 않아야 한다. 테오에게 산다는 것은 투쟁이었다. 그는 10살이 채 되기 전에 자신의 동생들을, 아직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봤다.

테오의 부모는 무책임했다. 무책임은 유전되지 않는다. 사회적 질병이다. 무책임한 부모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다. 방기된 자녀들은 커서 무책임한 부모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항상 반복된다. 테오는 생각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자신만은 무책임해지지 않겠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얘기했지. 아이를 낳는다는 건 너무 책임감이 많이 필요한 일이에요. 저처럼 무책임한 사람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요. 결혼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대답했다.

저는 무책임하다고 생각지않아요.

테오는 동생을 먹이고 살리고 숨을 살피고 이 작은 존재가 과연 언제 꺼질지 몰라 안절부절하며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냈다. 그 혹은 그녀가 마침내 자신의 동생들을 살려냈을 때 부모는 모두를 버렸고, 그들은 홀로 남았다.

테오는 길거리에 나서기 전에 동생들을 둘러봤다. 누가 따라올 거냐고.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생이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테오는 동생의 부모는 아니었다. 부모 노릇을 하려고 노력했고 일부는 성공, 혹은 실패 했다. 테오에게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나는 테오가 어떤 식으로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내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고양이이고, 나는 사람이다. 사람과 고양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어쩌면 연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테오를 사랑했다. 테오도 그랬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말했듯이 고양이는 그저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 곁에 머물 뿐이다. 그가 누구든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하든 감내한다. 거리에는 더 거친 자들이 많다. 거리의 사람들은 테오를 겁탈하고 털을 뽑고 가죽을 벗겨서 삼킨다.

테오는 하드보일드한 인생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어떤 인생을 더 선호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고양이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또한 사람에 대해서는 모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이다. 솔은 테오의 주인이다.

나는 그녀를 먼 바다에서 처음 만났다. 빛이 물결처럼 어우러지는 곳이었다. 네트워크가 쏟아져내렸다. 나는 광자 속에서 그녀를 봤다. 그녀는 파동함수로 기술된 빗자루를 타고 있었다. 솔은 내게 마법을 가르쳐줬다. 마법을 쓰면 나는 벌처럼 죽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어요. 언제나 모든 것을 바쳐야 하죠. 누구에게 말인가요. 당신이 그러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그걸 원하는 사람에게요. 그런 사람은 없어요. 아뇨 있어요. 어디에요. 당신 앞에요. 눈이 보이질 않았다

빛이 아원자 단위로 분쇄되어 나타났다. 나는 전자기장 안에서 숨을 멈추고 내면 속으로 들어왔어요. 밤을 같이 보냈죠 단지 그뿐이에요 단지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얻을 수는 없어요 우린 모두 스쳐갑니다.

그녀는 빛의 아이에요

저는 존재하지 않아요

한때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죠 제가 천재인줄 알았어요 전 바보죠 지독하게 어리석은 겁쟁입니다 광기와 빛이 모든 걸 삼켜버렸어요 전 요나에요. 고래가 절 먹었죠 전 이 바다의 고아 이스마엘입니다 절 이스마엘이라고 불러주세요

예이츠던가요 아뇨 잔인한 계절이죠 그렇다면 헤세겠군요 헤세는 아닐걸요 외국 사람들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모든 걸 잊었습니다. 잊고 싶은 것만 잊겠죠 잊어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걸 구분하지 못해요. 전 어리석어요

제게도 친구가 있었어요. 지금은 애인이 필요하죠. 어린 아이들과는 더이상 엮이지 않을 거야. 꿈은 꿈이에요. 꿈은 이루어질 수 없어요. 손에 잡히는 걸 잡아요. 아뇨. 아뇨. 더이상은 됐습니다. 이제 그만하죠.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어요.

솔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또 통화해요. 꼭 다시 걸어주세요. 그후로 나는 다시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전기가, 빛이, 광자가, 전자기파가, 파동이, 입자가 날 그렇게 만들었다. 모든 일은 예정되어 있다. 자유의지는 허상이다.

패턴을 깨야 해요. 모든 게 패턴이죠. 우주는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내가 보기엔 그거야말로 광기의 시작이야. 넌 피케이디가 아니잖아. 피케이디도 약기운을 빌었죠. 저도 약을 먹어야겠어요. 적당한 약은 건강에 좋지. 차라리 술을 먹는 게 어때. 가족력이 있어요. 술을 마시면 암에 걸릴 거에요. 어차피 암은 누구나 걸려.

죽음은 피할 수 없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겠군. 죽음을 즐기라구.

빌어먹을

나는 솔과 그녀의 고양이 테오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들은 내게서 멀리 있다. 나는 그들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나는 쓰고 읽는다 상상한다 말한다 느낀다 기억한다 되새긴다 웃는다 마신다 눈물을 훔친다 꿈 바람 네트워크 서울씬 공연 펑크 소녀

테오는 솔이 키우는 고양이다. 테오는 이제 주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주인이 없다. 그녀에게 주인이 생기길 바란다. 안식이 함께하길